시골집

120 편 *** 수많은 씨를 심었지만...

凡草 2006. 3. 30. 17:25

  2006년 3월 30일  목요일 맑음
  < 수많은 씨를 심었지만..... >
 며칠 꽃샘 추위가 심하더니 오늘 아침엔 다소 누그러졌다.
일기 예보를 들으니 오후부터는 풀어진다고 한다.
 시골에 있으니 일기 예보에 민감해진다.
 마당에 있는 물이 오늘 아침에는 얼지 않은 걸 보니 기온이
좀 올랐나 보다.
 이번 봄에는 참 많은 씨를 심었다. 내 생애에 이렇게 많은 씨를
심어보긴 처음이었다.
 원도 한도 없이 많이 심었다.
 감자씨 두 고랑, 브루콜리 한 봉지, 상추 한 봉지, 채송화 13봉지,
배추, 무씨, 편두 제비콩, 나팔꽃, 해바라기, 봉숭아, 맨드라미, 
덩굴풍선, 닥풀, 매발톱꽃, 분꽃 등을 집 안팎에 골고루 심었고
나무도 여러 그루 심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무안 장에 가서 천리향 한 그루와 체리 한 그루를
사다 심었다.
 이만 하면 나무는 어지간히 심은 듯 하다.
 현재 범초산장 집 주변에 있는 나무를 헤아려보니
 감나무 4그루, 대추나무 3그루, 은행나무 2그루, 무화과 1그루, 
체리 1그루, 수국 5그루, 석류 2그루, 매실 3그루, 살구 1그루, 
앵두 1그루, 감태나무 1그루, 목련 2그루, 오미자 5그루, 뽕나무 1그루
 다 합치니까 32그루가 되었다.
 이만 하면 큰 농장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나무 부자라고나 할까?
 ( 천리향 )


터밭에 무엇을 심기 위해 옆집 반장 아저씨한테 부탁하여 밭을 갈았는데 밭을 갈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돌이 나왔다. 바위만큼 큰돌이 박혀 있어서 로터리(밭을 가는 기계)가 일을 못할 정도였다. 곡괭이로 일일이 파내었는데 그렇게 큰 돌 말고도 아주 많은 돌이 나왔다. 돌을 파내어 모아보니 수북하였다. 나는 밭에 있는 돌을 파내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돌을 생각해 보았다. 반장 아저씨 말을 들어보니 원래 우리 밭에는 돌이 적었는데 하천 정비를 하면서 하천 바닥에 있는 돌들을 치울 데가 없어서 우리 밭에다 들어부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마음 밭에도 원래 돌이 있었건 무슨 일 때문에 돌이 생겼건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돌부터 골라내야 한다. 잡념을 정리하지 않고 공부를 해봐야 말짱 헛일이다. 돌을 말끔히 주워내고 씨를 뿌려야 씨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보기에는 멀쩡한 밭인데도 흙을 파보면 큰 돌이 나오니 겉보기와는 다르다. 사람도 아마 그러하리라. 보기엔 멀쩡해도 속으로는 근심 걱정이 왜 없겠는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 자기가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 밭에서 나온 많은 돌 )

( 감자를 심는 모습 )

올 봄에 내가 심은 씨들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씨가 싹이 틀지 정말 궁금하다. 사실 심는 것보다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 심기만 하면 뭘하나? 김을 매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가물 때 물을 잘 주어야 제대로 자라날 것이다. 요즘 날씨가 가물어서 봄비가 한 번 흠씬 내려야 씨앗들이 싹을 틔울 것 같다. 도시에 있을 때야 비가 내리든 안 내리든 별로 신경 쓸 일이 없고 나들이 갈 때는 귀찮기도 했는데 시골에 와보니 비가 얼마나 귀한 지 알겠다. 감자나 채소 씨를 심고 나서 물뿌리개로 물을 줘보니 완전히 코끼리 비스켓이었다.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해도 그 넓은 밭을 촉촉이 적시기에는 무리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아파트만한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는 셈이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가 친구 농장에서 구해 주고간 원추리와 돌나물, 머위 등을 마당 주위에 심었다. 무엇이든 땅에 심는 것은 즐겁다. 특히 봄에는 무엇이든 심어야 한다. 봄이 지나가 버리면 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이나 가을에 수확을 거두려면 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 )

( 노루실의 매화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