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155편 +++ 하늘나라로 간 강아지
凡草
2007. 4. 18. 18:06
<< 4월 18일, 수요일, 흐린뒤 갬 >>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기뻤다. 밭에 옮겨 심은 야콘이 죽지 않고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몸은 부산에 있어도 마음은 노루실에 가 있을 때가 많다. < 집 마당에 핀 하얀 민들레 >
야콘은 내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구했다. 보리밥 집 입구에 어떤 모종을 여러 포기 심어 놓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몰라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가르쳐주었다. 주인은 웃으면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데 내가 처음 물어본다고 했다. 사람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아야 정상이 아닌가? 식당 주인 아저씨에게 2만 원을 주고 야콘 40포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갖다 주었다. 그래서 노루실에 들고 가서 밭에 심었다. 처음 심어보는 것이지만 나는 그걸 얼마나 수확하느냐 보다 크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즐겁다. 수확은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런데 요즘의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걱정이다. 아침 저녁에는 어찌나 추운지 혹시나 야콘 모종이 얼어 죽을까 봐 염려가 된다. 어서 금요일 저녁이 되어 노루실에 가봐야 하는데.
지난 토요일까지 노루실에서 진이 출산 몸조리를 도와주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강아지 한 마리가 죽었다. 진이가 강아지를 5마리 낳았는데 한 마리가 구석으로 들어갔다가 헌옷 밑에 깔렸던가 보다. 강아지가 많아서 그런 줄을 몰랐는데 결국 강아지는 질식해서 죽은 모양이었다. 쯧쯧-. 나는 죽은 강아지가 안쓰러웠다. 다른 강아지와 크기를 비교해 보니 벌써 제법 차이가 났다. 죽은 지 며칠 되는 것 같았다. 세상을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다니. 죽은 강아지를 보니 이 강아지도 나에게 뭔가 한 가지를 가르쳐주고 떠난 것 같다. "당신도 정신 차려서 열심히 쓰지 않으면 좋은 글 못 쓸 거요. 나만 죽는 줄 알아요? 작품도 죽는다구요." 그래, 살고 죽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지. 흘러가는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빈둥빈둥 놀면 무슨 글을 쓰겠는가?
하여간 진이와 나는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보살피지를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초보 엄마와 초보 주인이 만난 탓이다. 나는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은 강아지를 묻어주고 남은 강아지들이라도 잘 키우기로 했다.
강아지들을 살펴보다가 진이 몸을 들여다보니 개벼룩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목 둘레에는 콩알보다 더 굵은 진드기가 엉켜 붙어 있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콩알 같은 진드기를 떼어서 발로 밟으니 피가 툭 터져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벌레들한테 물어 뜯기고 있다니! 진이는 새끼들한테 젖을 빨리는데다 진드기들한테 물리고 있으니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강아지들 몸에도 벼룩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죽은 강아지는 이런 악다구니 같은 개집 속에서 벗어난 것이 잘한 셈인가? 아니면 이런 험한 세상 속에서라도 살아야 좋은 것일까? 어느 게 옳은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태어나면 악착같이 살아야 하리라. 나는 부산 집에 돌아오자 마자 딸 봉현이에게 말했더니 지마켓에 들어가서 '프론트라인'을 쳐보란다. 그대로 했더니 상품과 값이 나왔다. 개 진드기, 벼룩을 죽이는 약이었다. 온라인으로 값을 치르고 주문을 했다. 어서 빨리 와야 가져 가서 진이와 강아지들을 편하게 해줄 텐데. 그런 걸 진작 살펴보지 못해서 진이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아도 나는 초보 농사꾼에 초보 주인이다. 그러니 시골에 눌러 살지 못하고 가끔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가 보다. < 살갈퀴 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