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164편 *** 등산보다 힘든 밭매기
凡草
2007. 7. 11. 17:04
< 등산보다 더 힘든 밭매기 > 2006년 7월 7일 토요일 구름 어제 저녁에 들어와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6시경에 잠이 깨었다. 창문밖은 벌써 훤했다. 누군가가 빨리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장마라도 비가 내리지 않아서 바깥일을 하기에는 편하겠다. 늘 하던 실내운동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 꽃밭에 핀 패랭이꽃>
마당에 잡초가 또 수북히 자랐다. 어휴, 저걸 언제 다 베어내나? 진이와 하늘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하늘이도 많이 컸다. 가까이 가서 안아주려고 해도 개빈대가 어찌나 설치는지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약을 뿌리고 잡아주어도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늘이 집이 지금은 알맞은데 좀더 크면 비좁겠다. 먹이통까지 넣어 놓으려면 작을 것 같아서 반장집에 가서 부탁했다. "저어, 아저씨가 개집을 잘 만들던데 우리 것도 하나 만들어주세요. 돈은 드릴게요." 그 집에는 개가 다섯 마리나 있는데 아저씨가 개집을 직접 뚝딱뚝딱 잘 만들어 놓았다. 개집이 볼품은 없어도 개들은 아무 불편 없이 잘 살고 있었다. 개집이 나쁘다고 개들이 불평이야 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반장집 아주머니가 와서 보니가 있던 개집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했다. 보니는 집 뒤로 옮겨 놓았는지 보이지 않았고 다른 개들도 수가 줄어 들었다. 아마 아주머니가 요즘 아파서 개를 돌보기가 힘드는지 몇 마리를 처분한 모양이다. 우리가 고맙게 받겠다고 했더니 반장 아저씨가 수레로 옮겨주었다. 이제 하늘이 집도 새로 생겨서 안심이 되었다. < 봉숭아 >
< 접시꽃 >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쌈과 함께 먹었다. 왕고들빼기, 차즈기, 삼백초, 가막사리, 깻잎, 상추 등에다 야콘 잎까지 따서 싸 먹었다. 야콘 잎은 먹는 줄 몰랐는데 화명동 보리밥집 아저씨가 가르쳐주어서 알았다. 야콘 잎은 쌉쓰레한 맛이 독특했다. 아내는 맛이 없다고 했지만 난 그런 맛에 익숙해져서 먹을만 했다.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대개 쓴 맛이 많다.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달달한 설탕보다 쓴 맛이 몸에 더 이롭다. 우리가 남에게 듣는 말도 좋은 충고는 귀에 거슬린다. 그런 거북한 말을 새겨 들을 줄 알아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야콘 잎과 차즈기 >
밭으로 나갔다. 잡초가 부쩍 많이 자랐다. 도대체 어느 게 농작물이고 어느 게 잡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많이 자랐다. 고추와 가지 몇 개를 따고 나서 밭을 매기 시작했는데, 풀이 하도 많이 자라서 매기가 힘들었다. 아마 글쓰기도 그럴 것이다. 규칙적으로 자주 안 쓰다가 오랜만에 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머리 속에 잡초가 무성해진 까닭이다. 밭이 네 고랑인데 한 고랑도 다 매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풀뿌리가 깊이 박혀서 뽑아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호미질을 해보니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땅겼다. 산을 몇 시간 걸으라면 문제없이 걷겠는데 쭈그리고 풀을 뽑기는 더 피곤했다. 그런데도 시골 할머니들은 한낮에도 허리를 숙이고 밭에서 김을 매고 있으니 사람인가, 철인인가? 에라, 모르겠다. 풀도 데리고 살지 뭐. 내가 많은 열매를 따서 팔 것도 아닌데 잡초가 좀 많으면 어때? 그네들도 살아 있는 생명인데 모질게 다룰 필요가 있나? 나는 힘이 드니까 이런 변명을 하면서 밭을 나왔다. < 도라지꽃 >
점심을 먹고 아내와 운정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논둑으로 가보니 전에 본 한련초가 더 많이 자랐다. 이젠 한련초와 여뀌, 깨풀을 구별할 수 있었다. 한련초는 머리를 검게 해주고 모발 관리에 도움을 주는 풀이다. 지금은 한련초가 잘 크고 있는데 앞으로 농부들이 제초제나 농약을 쳐서 죽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는 한련초가 제발 무사하기를 빌며 지나갔다. < 한련초 >
산책을 한 다음에 뽕잎을 따서 뽕잎차를 끓였다. 여기서 뽕잎차를 끓이면 나중에 건더기를 거름으로 쓸 수 있으니 편했다. 두 주전자를 끓여서 빈병에 담았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 가서도 노루실표 차를 마실 수 있으니 좋다. 뽕잎차가 몸에 좋아서 마시는 점도 있지만, 몸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노루실을 떠올릴 수 있으니 좋다. 파는 뽕잎차도 마셔 보았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직접 뽕잎을 따서 끓인 차가 더 진하고 향이 그윽했다. 나는 아침에 선식을 타 먹을 때도 뽕잎차 끓인 물을 쓴다. 그 전에는 느릅나무 차를 많이 애용했는데, 느릅나무 차는 성분이 강해서 머리가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안 뒤부터는 뽕잎차를 많이 마신다. < 집안에도 흔한 뽕나무 >
뽕잎차를 자주 마시다 보면 내가 쓰는 글도 비단처럼 탄력이 있고 탱글탱글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잡념을 버리고 엉뚱한 짓 하지 않으며 글쓰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