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산흙속의 뚱딴지 ( 180회 )

凡草 2007. 12. 24. 22:48

 < 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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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실에 들어가면서 옹기 그릇 몇 개를 사갔다. 봄이 되면 물옥잠과 수련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노루실에는 수생 식물이 없기 때문에 새봄에는 수생 식물도 몇 가지 키우고 싶었다. 옹기에 물을 채워 놓고 보니 식물은 아직 없어도 그럴 듯 했다. 우선은 키울 식물이 없기 때문에 나뭇잎 몇개를 동동 띄워 보았다. 물위에 뜬 나뭇잎을 보니 박홍근 선생님이 쓰신 동요 <나뭇잎배>가 생각났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옹기에 담아둔 물이 꽁꽁 얼어 있었다. 밀양은 역시 부산보다 온도가 더 낮다. 부산에서는 아파트라 물이 어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옹기에 물이 얼어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하였다. 저 물이 봄이 될 때까지 얼었다 녹았다 할 것이다. 봄이 되면 저 물속에서 무엇인가 살아나리라.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씨앗과 식물을 많이 심어 놓아서 새봄이 기다려진다. 마당에 가득 뿌려 놓은 비단풀도 얼마나 싹을 내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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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아내와 울주군 작천정으로 가서 알프스 산장 앞에 차를 대어 놓고 천상골을 따라 올라갔다. 오늘 산행의 목표는 966미터 배내봉.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모두 계곡을 끼고 있는 코스라 여름에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912미터 봉우리까지 올라가는데 가파른 고비가 있어서 저번에 간 황악산이 떠올랐다. 그보다는 가파르지 않지만 오늘도 제법 가파른 곳이 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음산하였지만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912미터 봉을 올라서니 배내봉까지는 평탄한 길이었다. 이윽고 배내봉을 돌아 밝얼산을 지나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따금 사람을 만나기는 했지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산길이었다. 산을 내려 오기 전에 산흙을 한 봉지 퍼 담았다. 산흙은 낙엽이 썩어서 그런지 새까맣게 생겼다. 아주 거름기가 많고 좋아보였다. 손으로 만져보니 포슬포슬하고 보드라워서 흡사 배양토 같았다. 흙에서는 낙엽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꽃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 냄새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그윽한 향기가 났다. 집에 뚱딴지 종근을 받아둔 게 있는데 파종하기까지 흙속에 묻어 두어야 한다고 해서 오늘 산흙을 퍼가는 것이다. 산흙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도 또 퍼 가고 싶었다. 등산하러 올 때마다 한 봉지씩만 담아가서 노루실 밭에 뿌리고 싶었다. 내가 산흙을 퍼 담으니 아내는 유별나다고 했지만 직접 밭을 가꾸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좋은 흙을 갖고 싶은 농부의 마음을. 노루실 밭은 척박하기 때문에 이런 흙이 한 줌이라도 섞이면 좋을 것이다. 흙을 파면서 보니 실처럼 작은 나무 뿌리들이 흙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흙이 나무 뿌리를 꼭 붙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무 뿌리들이 흙을 잡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 붙잡고 있든지 흙을 파기가 쉽지 않았다. 하필 모종삽을 안 갖고 가서 나뭇가지를 주워 흙을 긁었다. 나무 뿌리를 하나 하나 떼어가며 간신히 흙을 떼내었다. 집으로 와서 새까만 산흙에 뚱딴지 종근을 심었다. 뚱딴지 종근은 한 개가 도토리 열매만 한데 노루실에 가서 심기 전에 흙속에 잠시 묻어두려는 것이다. 뚱딴지 종근들은 손으로 꼭꼭 눌러가며 심어 놓았는데 종근들이 여기 저기서 얼굴을 내밀었다. 꼭 숨바꼭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뚱딴지들아, 꼭꼭 숨어 있어라. 아직 겨울이다. 봄이 와서 찾기 전에 나오면 안 된다. 시멘트뿐인 베란다에 나무 향기 그윽한 산흙이 있으니 보물처럼 여겨졌다. 간월산 휴양림 앞을 지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출발한 시각부터 재어보니 점심 시간을 포함하여 약 4시간 40분이 걸렸다. 운동도 하고 산흙까지 얻어서 보람있는 하루였다. (*)
 < 손바닥 선인장이 얼지 않게 비닐로 씌워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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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흙속에 묻어 놓은 뚱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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