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겨울 속에 숨어 있는 봄

凡草 2008. 1. 20. 22:54



 < 2008년 1월 19일 맑음 >

 

   겨울 속에 숨어 있는 봄


 근 3주 만에 노루실에 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부산보다 훨씬 추웠다.
 옷을 단단히 입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파온
산흙을 여기 저기 뿌렸다. 석류나무에도 한 줌, 감나무에도
한 줌, 밭에도 골고루 뿌렸다.
 나무들도 산냄새가 나서 좋아하겠지. 봄에 눈뜨고 나면
맑은 산의 정기를 한껏 마시며 기뻐할 것이다.
 

  석류나무에 뿌려준 산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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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흙을 뿌리고 나서 나무들을 둘러보니 나무들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명자나무와 매화나무는 작은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봄이 오면 피울 꽃을 벌써 가지 끝에 작은 등으로
달고 있는 것이다.
 하긴 봄이 되어서야 허둥지둥 준비하면 늦겠지.
미리 미리 가을이나 겨울에 봄을 준비해두어야 할
것이다.
 올 봄에 볼 꽃 그림이 눈앞에 벌써 그려진다.


 명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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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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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대나무 숲에서 파다 심은 골담초가 파란 잎을
달고 살아 있었다. 싹이 쉽게 안 나와서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난 것이다. 올 봄에는 골담초 꽃도 좀
볼 수 있으려나.

 

 골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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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간 애써서 심어 놓은 나무는 죽지 않으면 살아
나듯이 글쓰는 일도 자꾸 끄적거리다 보면 좋은 글로
살아날 것이다. 우선은 시시한 글이라도 자꾸 써볼
일이다.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를 솎아 주러 계곡을 건너다가
계곡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얼음장 밑에서 흐르는 작은 물줄기였다. 실처럼
가느다란 물이지만 봄비처럼 보였다. 그 물줄기를
보니 계곡에 벌써 봄이 온 것만 같았다.
 해가 뜨기 전에는 아주 춥지만 해만 뜨면 노루실은
봄처럼 포근하다. 사방이 대숲으로 둘러싸여 온실처럼
따뜻하다.

 이 계곡에 작은 정자를 하나 지어볼까 하여 이웃
사람을 불러 견적을 물어보았더니 다음에 알아봐
주겠단다. 돈이 많이 들면 못하고 우리 형편에 할 수
있는 값이면 추진해볼 생각이다.
 시골에는 정자가 있어야 집에 안 들어가도 바깥에서
어지간한 일들을 다 할 수 있다. 밭에서 뽑아온 상추,
나물들을 집안으로 갖고 들어가면 흙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꾸 방을 쓸어야 하는데, 정자가 있으면
밖에서 다 처리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계곡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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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먹고 나서 화단 구석에 자라고 있는
뽕나무를 뽑아냈다. 집안에 뽕나무가 여기 저기
자라서 필요 이상으로 넘친다. 뽕나무는 생명력이
참 강하다. 아무 데서나 뿌리를 잘 내린다.
 마당 안에 큰 나무만 해도 두 그루가 있는데
자잘한 나무들이 많아서 가끔 솎아주어야 한다.
 뽕나무는 참 고마운 나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잎으로 뽕잎차를 끓여 마시고 겨울에는 뿌리를
파서 끓여 먹을 수 있다.
 
  뽕나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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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를 베어내서 아궁이에 넣고 불을 지폈다.
아내는 난로를 사서 대나무를 때자고 하지만
아직은 난로가 없으니 아궁이에서 태운다.
 대나무가 탁탁 폭죽 소리를 내면서 타는 것도
재미있고 불이 활활 기운차게 타오르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에너지가 부족해지는데
이곳에 와서 불을 때는 것도 에너지 보충의
한 방법이다. 저렇게 뜨거운 열정으로 살면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불은 나보고 제 몸 아끼지 말고 뜨겁게 살라
한다. 가시도 태우고 딱딱한 나무, 마른 나무,
생나무까지 다 태우는 불. 
 이것 저것 가리지 말고 도전적인 삶을 살라고
뜨겁게 충고한다.

 

  아궁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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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