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심던 날 <202회>
연을 심던 날
< 2008년 5월 24일, 토요일, 비 >
저녁에 동화를 배우는 제자들이 노루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날짜를 잡은 끝에 오늘 가게 되었다. 저녁반은 일명 달님반
이라고 하는데, 수는 적어도 마음씨가 달빛처럼 고운
사람들이다.
사직동에서 루디아를 만나 호포로 가서 윈드가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탔다.
나는 가는 김에 곡성에 사는 신규호씨가 보내준 연뿌리를
갖고 갔다. 신규호씨는 동화작가 리명희씨의 부군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노루실 저수지에 연을 심고 싶었는데 연뿌리를
어디서 구하는지 알 수 없어서 여태까지 못 심었다.
간절히 구하면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내가 연을 구하려고
애쓰자 거짓말처럼 연을 보내주겠다는 분이 나섰다.
내가 돈을 부쳐 주겠다고 해도 글나라 회원이라며 거저 보내
주겠다고 했다. 내가 아무 것도 해드린 것이 없는데 받기가
참 미안했다.
그 고마운 분 덕분에 노루실에도 연을 심을 수 있게 되었다.
노루실에 연꽃이 피어난다면 오래도록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박주가리
포도 꽃이 피었네
어성초 꽃
달님반 회원들과 돼지 고기를 점심으로 구워 먹었는데,
노루실에서 자란 야생초와 채소를 곁들이니 아주 훌륭한
점심상이 되었다.
뽕잎을 넣어서 지은 밥에 상추와 왕고들빼기, 삼백초, 사상자,
신선초, 셀러리 등의 채소를 쌈으로 싸 먹으니 꿀맛이었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말이 있다.
통조림이나 쥬스는 고열 처리를 했기 때문에 효소가 죽어 버린다.
밭에서 숨쉬는 채소를 뜯어 먹어야만 효소를 제대로 먹을 수가
있다.
선인장도 줄기가 늘어가고...
꽃이 핀 단정화
비수리 술도 한 잔씩 했다. 술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효소물을
주었다.
윈드가 어찌나 우스운 소리를 잘하는지 웃음이 계속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보면 어머, 어머 하는 감탄사가 길게
이어져서 듣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순수한 사람들이 자연속에 있으니 소녀들로
돌아간 것 같았다. 웃음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웃음 소리를 들으며 살며시 밖으로 나와 연을 심을
구덩이를 팠다. 빨간 통을 통째로 심어 버리면 작은 연못 역할을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마당 구석에 통을 심을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연꽃을 상상하며 계속 파내려 갔다.
열심히 판 끝에 드디어 통을 묻을 수가 있었다.
통을 묻고 나서 흙을 어느 정도 담고 연뿌리를 흙 속에 심었다.
연뿌리를 다 심자 그 위에 마지막으로 물을 부었다.
이제 작은 연못이 만들어진 셈이다. 하도 어설픈 내 솜씨로
만든 미니 연못이라 연뿌리가 기가 차서 싹을 내밀지 모르겠다.
집안에 미니 연못을 만들고 나서 노루실 저수지로 갔다.
아직 연뿌리는 많이 남아 있었다. 우리 집안에 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저수지 옆에 집을 짓고 사는 손종건씨가 보여서 내가 연을 심을
테니 같이 보호하자고 말했다.
나는 연을 처음 심어 보기 때문에 물에서 그리 깊지 않은 흙속에
대충 심었다. 이렇게 해서 연이 살아날지 모르겠다. 괜히 아까운
연뿌리만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한 두 뿌리라도 살아서 저수지에
번져 나가야 할 텐데.
내가 연을 심는 동안에 제자들은 뽕잎도 따고 오디도 땄다.
비는 하염없이 내렸다. 그래도 굵은 비는 아니라서 비를 맞으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연을 다 심고 나서 마당안에 할미꽃 씨를 심었다. 할미꽃 씨는
약초카페 회원한테 얻은 것이다. 지금 심어야 싹을 틔운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이라 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 그냥 흙을 파고 묻기만
했다.
일을 다하고 보니 옷이 엉망이었다.
저녁에는 큰형님 생신 잔치가 있는데 이대로 가기가 민망했다.
바지는 물수건으로 흙을 닦아내고 웃옷은 갈아 입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부산으로 나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가서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도 윈드 때문에 많이 웃었다.
하도 웃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윈드는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다. 스스로 잘 웃고 남을 웃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기 마련이다.
다음에도 윈드는 꼭 데리고 가야겠다.
형님댁에 무사히 도착하여 생신을 축하해드렸다.
나와는 달리 형님 두 분은 레슬러처럼 몸집이 크다.
우리 가족들도 6월에는 노루실에 한 번 모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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