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향기가 강한 박하꽃 ( 216회 )

凡草 2008. 9. 15. 13:43

 


  향기가 강한 박하꽃


< 2008년 9월 13일, 토요일, 맑음 >


 9월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많아서 오늘 노루실에 가지

않으면 10월초에나 가야 될 것 같아서 어제 저녁에 들어갔다.

 10월에도 18일, 25일에는 문학 행사에 참석해야 하니

노루실에는 자주 가지 못할 형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루실에 자주 못 가서 아쉽지만, 때로는

이따금 찾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노루실을 그리워

하다가 찾아오면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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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해 같으면 9월 중순에 오면 서늘한데 요즘에는 늦게까지

덥다. 어제 저녁에는 전기 장판에 불을 켜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

오늘 낮에도 더워서 선풍기를 틀었다.

 이렇게 자꾸 더워지다간 가을이 없어지고 바로 겨울이 되어 버릴

것만 같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거실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앞산이

안개에 가려 뿌옇게 보였다. 한 폭의 동양화였다. 마치 내가 신선

세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참 좋다!'

 노루실에 자꾸 오면 싫증이 나야 할 텐데 올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다.

 노루실에는 낮에 와도 좋지만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는 느낌이

가장 좋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느낌이랄까? 주위에 널려있는

온갖 동식물이 막 눈을 뜨고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 생명이 신비하고

경이롭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아침에 살아 있는 것이 텔레비전과 베란다

밖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뿐인데, 여기는 온갖 것들이 다 살아 있다.

개미는 먹이를 찾으러 부지런히 기어 다니고, 거미는 공중에서 줄을

타고 있고, 모기는 앵앵거리고, 식물들은 이슬을 함초롬히 머금은 채

해밝은 얼굴로 새날을 맞는다. 나무들은 푸른 잎사귀를 팔랑거리고

새들은 나무 위에서 그들만의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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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거실에서 밖을 멍하니 내다보다가 무엇인가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그냥 거실에서 바라보고 있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하루가 활기차게 깨어나는 모습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 힘찬 움직임 속에 나도 끼어들고 싶다.

 배롱나무의 붉은 빛이 한창 흐드러졌고, 화단에 돋아난 백일홍도

분홍빛이 곱다.

 지난 주보다 부쩍 더 자란 마당의 풀들, 포도덩굴을 휘감은 환상덩굴,

나를 물려고 덤벼드는 모기들조차 노루실의 풍경화 속에 들어 있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연꽃이 들어있는 고무통에 물을 더 부어

주었다.

 수련이 들어있는 고무통에는 청개구리가 한 마리 헤엄치고 있다.

청개구리는 헤엄치다가 힘들면 수련 잎에 올라와 쉰다.

수련이 들어있는 통은 아직 물이 깨끗한데 연이 심어져 있는 통은

물이 흐려져 있었다.

 물상추와 물옥잠이 든 그릇에도 물을 부어주고 예덕나무에도 물을

뿌려 주었다.

 이렇게 여기 저기 물을 부어주고 나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났다.

 

 당귀, 신선초, 호박잎, 깻잎, 차즈기잎을 따다가 아침밥을 먹었다.

뽕나무 밥에다 뜯어온 야생초를 쌈을 싸서 먹었다. 당귀는 한 포기가

살아 있는데 잎에서 한약재같은 냄새가 나서 좋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밥을 먹고 나서 제자가 사준 쇠그릇에 감자를 삶아 보기로 했다.

홍천에서 최기순 감독님이 보여준 까르돈식 감자삶기다. 쇠그릇이

좀 묵직하긴 했지만 튼튼해서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집 뒤로 돌아가면 산길이 나온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쇠그릇을 걸칠 수 있는 긴 나뭇가지와

V자 형으로 고정시키는 두 개의 받침대를 구했다.

 집으로 돌아와 쇠그릇에 감자를 넣고 물을 부은 다음에 나무에

걸어 놓고 불을 피웠다. 종이를 아무리 태워도 불이 잘 붙지

않는다. 처음에 불을 피우기가 조금 힘들지만 한 번 붙이면 오래

간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힘들고 어렵다. 그걸 이겨내어야 오래

갈 수 있다.

 마침내 불이 붙었다. 불이 타는 동안에 뒷마당으로 가서 감을 땄다.

감따는 장대가 시원찮아서 감이 땅으로 바로 떨어졌다. 떨어진 감을

주워서 맛을 보니 아주 달았다.


 감을 몇 개 따 먹고 밭으로 갔다. 올해는 밭이 엉망진창이다. 풀들의

천국이다. 워낙 풀이 무성하여 올해는 배추를 심을 엄두조차 못냈다.

고추도 풀에 시달리고 노린재가 드글드글하여 열매를 몇 개 따 먹지

못했다. 가지도 풀에 뒤덮여 묻혀 버렸다.

 풀이 제멋대로 자란 가운데 내가 심은 것은 호박과 당귀, 현삼,

신선초, 박하들만 살아 남아 있다.

 내가 거둘 것이라곤 호박잎과 내가 가꾸지 않았어도 저절로 자란 깻잎

뿐이다.

 집에 갖고 가서 먹으려고 호박잎과 깻잎을 땄다. 햇살이 어찌나 강렬

한지 땀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아내는 햇살의 기세에 눌려서 아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밭에서 깻잎을 따고 있는데 박하 주위에 벌들이 붕붕 모여드는 게

보였다. 박하는 향이 얼마나 강한지 그 부근에 가기만 해도 향기가

진동한다. 벌들이 다른 꽃에는 많이 모이지 않는데 박하에는 많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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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닐 봉지를 가져와서 벌을 잡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화명동

에서도 벌이 귀해 잡기가 힘든데 금방 30마리 이상을 잡았다.

아내가 함께 벌침을 맞으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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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4월 말부터 벌침을 맞기 시작했으니까 그 동안 4개월 이상

맞았다. 처음 한 달 동안에는 많이 붓고 가려웠지만 그 기간을

지나고 나니까 이젠 아무렇지 않다. 지금도 맞을 때는 제법

따끔하지만 큰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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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래 전부터 벌침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떻게 놓아야 할지

몰라서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벌침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만났고, 초보자를

위한 벌침 입문서가 있어서 그 책을 사보게 되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벌침이야기, 양광환 지음, 한솜 출판>

 

  이 책을 사본 뒤부터 내가 직접 벌을 잡아 벌침을 맞기 시작했다.

나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지만 암이나 뇌졸중 같은 큰병을 예방하기

위해 벌침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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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침을 맞으면 4가지 효과가 있다.

① 침의 효과 : 벌침을 이용하여 경혈에 침을 놓아 신경을 자극할 수 있어 침의 효과를

볼 수 있다.

② 뜸의 효과 : 벌침을 놓은 부위에 열이 발생하며 3∼4일간 지속적인 뜸의 효과를 볼

 수 있다.

③ 주사 효과 : 벌독이 체내에 침투하여 용혈, 살균, 소염, 진통 작용 등을 한다.

④ 붓는 효과 : 벌 독이 인체에 들어가면 환부가 붓게 되는데 혈관이 팽창되면서

백혈구, 적혈구는 물론 혈류량이 급격하게 증가되어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벌침은 한번 시술로도 일석 사조의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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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침을 맞으면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다. 나는 컴퓨터를

많이 해서 오른쪽 팔꿈치가 아팠는데 벌침을 맞고 나았다.

 처음에는 한 두 방씩 맞던 벌침을 차차 늘려서 지금은 한 번에 20방 정도까지

맞을 수 있는데, 아내도 어깨 아픈 것이 벌침으로 많이 좋아졌다.

 내가 벌침을 맞는 곳은 거의 온몸인데 손과 발, 무릎, 배, 코, 머리 등…

여러 곳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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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에서 벌을 잡아 벌침을 맞고 박하꽃은 따서 차를 끓여 마셨다.

박하차는 허브차처럼 향기가 깊고 그윽했다. 소화불량, 감기, 목 아픈데,

눈이 충혈되었을 때 박하차가 좋다고 한다.

 박하는 약초모임에서 두 뿌리를 얻어 심었는데 지금은 아주 많이 번졌다.

 

 향기가 약한 꽃은 벌이 찾지 않는다.

박하는 향기가 강하기 때문에 많은 벌들이 찾아온다.

사람도 자신만의 향기를 지녀야 할 것이다.

  내가 박하차를 마시는 동안에 감자가 다 삶아져서 맛있게 먹었다.

 감자가 구수하게 잘 익었다.

 내가 직접 불을 피워 구운 감자라 더 맛이 있었다.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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