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글을 써야 할 텐데...
부산 해운대에 있는 양운 초등학교에서
10월 9일 오전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진작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며칠 전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어떤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몇 십명이라면 모를까
몇 백명이 모인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려면 가슴이 뛰고 겁이 난다.
어릴 적부터 소심하게 살아온 탓이다.
교사가 되어 남 앞에 나설 기회가 많았고
문화센터에도 종종 나가서 강연을 하긴 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군중 앞에서는 가슴이 떨린다.
어제는
어림잡아도 300명은 훨씬 넘어 보이는 것 같았다.
심리학 책에
힘들고 어려운 일은
무작정 부딪쳐 보라는 말이 있다.
걱정하고 긴장하고 떨다가도
부딪쳐보면 별게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나도 원고 준비 없이
바로 갔다.
시작하기 전엔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대로 잘 되었다.
나 혼자 글을 쓰라면 어떤 글이든지 쓸 자신이 있는데
말은 아무래도 잘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 말도 자꾸 해보니
느는 것 같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으면 짜다고 하던가.
이런 강연만 여러 번 다녀보니
이젠 원고 없이 대충 말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3, 4 학년 아이들이 다 참석한 바람에
조금 떠드는 아이들이 있어서
매끄럽게 잘 된 것 같진 않았지만
일단 행사는 무사히 마쳤다.
행사를 많이 도와준 최미혜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책 한 권 내어 놓고
자꾸 우려먹을 게 아니라
새 책을 내어서 독자와 만나야 할 텐데....
나에게 사인을 받으면서
다음에 나올 책이 뭐냐고 묻는 아이가 있어서
가슴이 뜨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