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하얀 꿈길 < 231회 >

凡草 2009. 1. 12. 23:43

 

  2009년 1월 8일, 목요일, 구름


 1월 7일 저녁에 있었던 일을 한 가지 빠뜨렸다.

 

손님 한 사람이 우리가 묵는 숙소로 찾아왔다.

나에게 인터넷으로 동화를 잠시 배운 적이 있는

라라랄라이다.

 지금은 동화를 안 배우지만 한 번 배운 것도 인연이라

메일을 보냈더니 찾아왔다.

 메일만 주고 받은 터라 얼굴을 몰랐는데 직접 보니

반가웠다.

 우리 숙소가 경마공원 부근에 인가가 전혀 없는 곳이라

찾느라 고생을 시킨 것이 미안했다.

 다른 곳에는 동화를 배우는 제자들이 제법 있는데

제주도에는 라라랄라가 처음이라 만나보고 싶었다.

라라랄라는 같이 간 제자들과 한참 이야기를 하고

놀다가 돌아갔다. 

 문학이란 모르는 사람과도 서로 통할 수 있는 길로

이어진다.

 내게 배우지 않더라도 앞으로 동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겠다.

 

  제주 올레길에서...

 

 

  1월 8일 아침이 밝았다.

 등산 준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꿈이랑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리목으로 올라갔다.

 어리목에 가까이 다가가니 길가에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길에 저런 정도라면 산 위에는 아주 많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차에서 내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눈속의 동심

 

 꿈이랑의 미소

 

 예상했던 것보다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졌다. 윗새오름

대피소에 이르기까지는 거의 오르막이었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눈천지였다. 일년 내내 눈을 보기 어려운

부산에 있다가 눈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확 트였다.

게다가 눈안개가 뿌옇게 시야를 가려서 거의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꿈길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몽환적인 눈길

 

 

 영화를 찍는 것 같은 묘한 풍경을 즐기며 하염없이 걸었다.

한라산이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와봤을 텐데.

돈이 없으면 빚을 내어서라도 와보고 싶은 멋진 풍경이다.

 나무마다 상고대가 붙어 있었고 심지어는 걸어가는 우리

머리위에도 상고대가 생겼다.

 우리 일행은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눈속의 약수터

 

 

 

 높은 곳에 올라가면 추울까 봐 옷을 두텁게 입고 아이젠까지

차고 올라갔는데, 생각만큼 많이 춥지는 않았다.

 3시간쯤 올라가니까 윗새오름 대피소가 보였다.

약 1700미터에 있는 곳이다. 백록담이 있는 정상 부근이

바로 위에 보였다.

 정상까지 가려면 성판악 코스로 올라가야만 하는데

우리는 무리하지 않으려고 어리목 코스를 택했다.

 오늘 등산 코스는 아주 힘든 편은 아니어서 우리

일행 중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잘 올라갔다.

 

 윗새오름 대피소

 

 윗새오름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서 만들어간 충무 김밥을

먹었다.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뜨거운 차와 시락국을 준비해갔기 때문에 밥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눈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이제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 우리는 여유있게 눈 위에

드러누워도 보고 미끄럼도 타면서 내려왔다.

 왕복 5시간 동안 눈을 실컷 보고 나니 눈에 대한 갈증이

다 풀렸다.

 이제 일 년 동안은 눈을 안 보아도 살 것 같다. 다시 눈이

보고 싶으면 또 한라산으로 달려와야지.

 한라산아 눈을 잘 간직했다가 내년 겨울에 다시 보여다오!


  머리에 붙은 상고대

 

 

 

 

 

 산을 내려와서 부림사우나로 갔다. 꿈이랑이 며칠 전에 남편과

제주도를 다녀갔기 때문에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따뜻한 물에 산후조리를 하고 숙소로 갔다.

(*산후조리-- 산을 탄 뒤에 몸을 푸는 것)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있는 아동문학인들이 오늘 저녁에 온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짐을 풀기가 무섭게 손님을 맞았다.

 오늘 저녁에 온 분들은 모두 여덟 분이었다.

 


* 박재형-- 계몽아동문학 회원, 제주도를 소재로 동화책을

몇 권 썼다.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내친구 삼례,

검둥이를 찾아서, 이여도로 간 해녀 등...

* 오지연--동시인, <기억할까요?> 동시집을 한 권 내었고,

2008년 눈높이 아동문학 동시부문 당선자이다.

* 이가을-- 가끔씩 비오는 날, 한달 전 동물병원, 사자개 삽사리,

그밖에 여러분 등...

* 한명순-- 동시인, 만약에 내일이 없다면 얼마나 신날까?,

아궁이 너처럼, 콜록콜록 내마음은 0도...

* 한천민-- 안개속으로 사라진 아이, 난 왜 엄마 아빠 얼굴을

그릴 수 없는 거야?

* 이호석-- 초등학교 선생님, 동화 공부를 하고 있는 분

* 장수명-- 내 이름은 아임쏘리,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

* 김품창-- 그림책 화가. 장수명씨 부군.


 제주도에 사는 아동문학인들과 만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일기로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