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실이 들썩들썩
< 2009년 3월 8일, 일요일, 맑음 >
제자들과 노루실에 냉이를 캐러 가기로 한 날이다. 오전 10시에 해운대에서 만나 노루실로 향했다. 노루실에 도착해보니 차가 모두 4대나 왔다. 시골집 마당이 차로 그득했다. 어른들과 애들 합쳐서 20명쯤 온 것 같았다.
나는 냉이를 캘 수 있는 곳을 가르쳐주고 와서
오늘 갖고 간 치자 나무를 심었다. 치자 나무는 그저께 노포동 꽃집에 가서 미리 사다둔 것이다. 화분에 심어져 있던 치자 나무를 시골집 마당에 심어놓고 보니 잘 어울렸다. 치자 나무가 죽지 말고 잘 살기를 바라며 흙을 꾹꾹 다져주었다. 나무를 심고 나서는 효소를 물에 풀어서 뿌려주었다. 그러면 뿌리가 잘 나서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여러 가지 씨앗을 심었다. 오늘 심은 씨앗은 패랭이꽃, 천일홍, 누룩취, 딜허브, 끈끈이대나물, 포피 혼합, 잔대 등이었다. 과연 이게 얼마나 돋아날는지 알 수가 없다.
돋아나면 좋지만 안 돋아나더라도 나는 심는다.
어떤 가능성을 심는 것이기에.
내가 씨앗을 심는 동안에 재웅이와 수현이는 감자를 구워 먹으라고 불을 피워주었다. 감자를 그릇에 담아 막대기에 걸어 놓고 불을 피웠다. 내가 지키고 있지 않아서 감자 삶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아이들은 모처럼 불장난을 하느라 즐겁게 놀았다.
앵초

모란

그러는 동안에 점심 시간이 지나서 밥을 먹었다. 오늘 점심 식사는 도담이 중심이 되어 수아와 나나가 거들었다. 도담도 소산 못지 않게 음식 솜씨가 있어서 냉이전과 냉이국을 맛있게 만들었다. 돼지고기 수육도 곁들여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마당과 밭을 둘러보니 여기 저기서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상사화, 원추리, 당귀, 수선화 등.... 온갖 생명들이 힘차게 올라오는 중이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얼음이 얼어 있던 플라스틱 통에서는
수련 새잎이 빨갛게 올라오고 있었다.
아기 손바닥 같은 수련잎.
강추위와 얼음 속에 갇혀 있다가 다시 살아난 수련 잎으로 보니
부활의 신비가 느껴진다.
고통을 이겨낸 수련이기에 한층 더 대견스럽게 보인다.
사람도 누구든지 크고 작은 고통을 당하며 살아간다.
그 고통을 잘 이겨내면 더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고통을 그냥 힘든 시련으로만 여기지 말고 나를 강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로 여긴다면 인생의 봄을 맞으리라.
수련

수선화

모처럼 노루실 마당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다 새로운 생명들까지 부지런히 자라고 있으니 노루실이 들썩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사화

원추리

당귀

집안을 정리하고 나서 무안 방동리에 있는 꽃새미 마을을 찾아갔다. 향기가 그윽하게 풍기는 허브 마을이다. 아직 많은 꽃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볼거리가 있었다. 복수초도 피었고 노루귀도 보았다.
우리 집엔 아직 매화가 안 피었는데 꽃새미 마을에는 매화가
한 그루 피어 있었다. 우리 집에도 다음 주쯤에는 매화가
활짝 필 것 같다. 온실 안에서 깽깽이풀과 진귀한 식물들을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들 바쁠 텐데 시간을 내어 함께 나들이를 한 제자들이
퍽 고마웠다. (*)
노루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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