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4월 11일-12일, 맑음 >
금요일 저녁에 잎새 이은주씨가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은주씨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동화 공부를 하고 있는 제자다. 지난 월요일부터 3주 예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에 나온 김에 부산을 찾아왔다. 금요일 저녁에는 글나라 제자 몇명과 해운대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을 모으려고 했지만 다들 스케줄이 바빠서 몇 명 나오지 않았다. 번개를 주선한 이땅바다도 힘이 빠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꼭 많은 사람들이 나와야만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마음 맞는 사람이 중요하지 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동화라는 공통 화제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달맞이길을 거닐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막 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하얀 꽃비가 흩날렸다. 보단이 은주씨를 재워 주겠다고 해서 숙박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토요일 아침 밥을 먹고 좌동 시장에 가서 호박 4포기, 가지 4포기, 고추 35포기를 샀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세차장에 갔다. 아내가 손님을 태우려면 차를 깨끗이 좀 씻어 놓으라고 해서 차를 씻었다. 9시 반에 보단 집으로 갔다. 거기서 은주씨를 태워 밀양 노루실로 갔다. 은주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싹싹해서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아내는 그전에 캐나다를 여행한 일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하였고, 은주씨는 이민을 가게 된 배경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시원시원하게 늘어 놓았다.

그러는 동안에 차는 밀양 시내를 접어 들고 있었다. 마흘리 고개 입구에서는 도로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사가 끝나면 구불구불한 도로 대신 직선 도로가 생겨서 험한 고갯길을 편하고 빠르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노루실 가는 길이 더 좋아질 것이다. 노루실에 도착하여 뽕나무 밥을 했다. 아내는 손님이 온다고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다. 반찬도 미리 준비해가고 거실도 깨끗이 닦았다. 아내는 젊을 때부터 집에 손님이 오면 신경을 많이 쓰는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 아내가 그런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어지간해서는 집으로 손님을 부르지 않는다. 아내가 이것 저것 신경 쓰는 것을 보면 나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캐나다에서 온 제자라 어쩔 수가 없었다. 은주씨가 활달하고 말을 잘해서 서먹서먹하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는 호박과 가지, 고추를 심으러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거의 초여름 같아서 오늘 심은 모종들이 잘 살아날 것인지 염려가 되었다. 그동안 비가 오래 안 와서 땅이 잔뜩 메말랐다. 모종을 심긴 했지만 잘 살아날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다.
작약

일을 다 마치고 노루실을 나오다가 무안에 가서 고추를 한 박스 샀다. 마침 무안 맛나향 고추 축제를 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까지 가서 태종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은주씨에게 부산 관광을 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나와 아내는 태종대를 아주 오래 전에 가보았는데 이번에 가보니 많이 변해 있었고 볼거리도 많았다. 우리는 원님 덕분에 나팔 분다며 웃었다. 손님이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태종대까지 갈 일은 없을 것이다. 태종대에는 다누비 열차도 있었고 등대 주변도 잘 가꾸어 놓아서 외국의 유명한 관광지 못지 않았다.

태종대를 둘러 보고 자갈치 시장에 가서 생선회를 저녁으로 먹었다. 은주씨가 생선회를 사려고 했지만 아내가 손님한테 얻어 먹을 수 없다고 극구 사양했다. 손님 덕분에 싱싱한 생선회도 맛있게 잘 먹었다.
은주씨가 캐나다에서 나와 부산까지 오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아무나 흉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은주씨는 보단 집에 데려다 주었다. 일요일이 부활절이라 은주씨는 성당에 갔다가 전주로 간다고 했고, 우리 부부도 다른 일이 있어서 배웅해주지는 못했다. 4월에 내가 치러야 할 행사가 몇 가지 있는데 은주씨가 왔다 가는 것도 그 행사중의 하나였다. 별일 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어서 기뻤다. 일요일에는 통도사 영축산을 올랐고 서운암에 가서 들꽃도 보았다. 서운암은 규모도 컸지만 여러 가지 야생화를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아서 볼게 많았다. 절에서 야생화를 잘 가꾸어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보시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낭화

골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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