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명품 시락국 274회

凡草 2009. 10. 11. 13:45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맑음>


루디아 조광순씨는 내가 해운대에서 글나라를 하다가

화명동으로 옮길 무렵에 만났다.

 루디아씨는 글쓰기를 배우려고 114에 전화를 걸어

알아본 끝에 나와 연결이 되었다.

 마침 해운대에서 하고 있던 글쓰기 학원을 정리하고

화명동으로 옮기려던 참이라 가르쳐줄 장소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루디아가 그 당시에 하고 있던 옷가게로

가서 몇 번 가르쳐주었다.

 그 뒤에 화명동으로 배우러 왔는데 루디아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분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기독교인

중에서 정말 괜찮게 보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루디아는 표내지 않고 남에게 잘 베풀었다.

 사람이란 입으로 아무리 떠들어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남을 감동시키기 어렵다.

 나는 루디아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얼마 전에 들으니 사직동 아파트에 살던 루디아가 명지동에

시골집을 샀다고 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였다.

 소산이 달님반에서 한 번 가보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자

루디아가 선선히 승낙해서 날을 잡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갈 수 있는 날을 고르고 고르다가 10월 8일

목요일 저녁으로 잡았다.

 

 


 10월 8일 저녁에 데구르르와 함께 윈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명지동으로 갔다.

 명지에 도착해보니 사방이 파밭이었다.

 루디아 집은 생각보다 아주 큰 저택이었다.

 시골집이라고 해서 작고 아담한 집인 줄 알았는데

상상을 초월했다.

 

 

 

 

 역시 세상일이란 직접 가서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렇게 남의 집에 가보는 것도 견문을 넓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사는 것과 남이 사는 게 어떻게 다른지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는 가운데 내 삶의 그릇이 더 커지는

것이다.

 정원도 좋고 집안에 들어가 보니 방들도 크고 넓었다.

 

 

 

 

 집들이 축하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15명쯤 되었다.

각자 준비해간 선물을 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집들이 기념이라서 그런지 케익도 집 모양이었다.

 

 

 

 

 

 

 고기와 터밭에서 딴 채소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캠프 파이어를 하려고 루디아 신랑이

나무도 많이 준비해 놓았는데 그날은 하필 바람이

세게 불어서 캠프 파이어는 생략하였다.

 그래도 달과 별이가 부는 오카리라 소리는 황홀한

음악이었다. 동요가 어쩌면 그렇게 청아하고 맑은지

천상의 소리 같았다. 오카리나 제작자답게 멋진 연주였다.

 

 

 

 

 

이것저것 또 먹고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11시가 넘자 집으로 돌아갈 사람은 가고 나와 소산,

은유, 일월은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아침, 정원과 집 주변을 산책하고 루디아가

끓여준 시락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내가 여태 먹어본 결과, 루디아표 시락국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명품 시락국'이었다.

 나는 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루디아표 시락국만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터밭

 

 

 

 

 우리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다가 집을 나왔다.

모처럼 행복한 나들이였다.   (*)

 

 

 

주례를 서주었던 제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