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배추 묶어 주기 *** 279회

凡草 2009. 11. 7. 22:11

 

 

 배추 묶어 주기


<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맑음 >


 3년 정도 감기에 안 걸렸는데 기침 감기로 며칠 고생했다.

나이가 드니 면역력이 떨어지는가 보다. 벌을 통 잡을 수 없어서

벌침을 못 받은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기침을 하면서도 지난 토요일에는 약초모임 산행에 다녀왔다.

아프다가도 산에만 다녀오면 나은 일이 많아서 이번에도 다녀왔는데

산에 다녀와서 덧나지는 않았다.

 

 

 

 

 

 

 고헌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유진목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황토방에서 잠시 찜질을 하기도 했다.

 유진목장 밭에서 보았는데, 가지 줄기에 토마토 같은 것이 열렸다.

참 신기해서 사진에 담아왔다.

 

 

 아침을 먹고 기장 바닷가로 달려갔다.

 지금쯤 가면 번행초 씨앗이 열려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미리 점찍어둔 곳으로 갔더니 역시 번행초 씨앗이 많이 열려

있었다.

 씨앗을 지금 받아두어야 내년 봄에 뿌릴 수가 있다.

 

 

 

 

 번행초는 위에 좋은 약초인데 바닷가에서 잘 자란다.

 육지 밭에서도 키울 수는 있는데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번행초 씨앗은 흡사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겼다.

 위를 지켜주는 도깨비 방망이일까?


 점심을 먹고 아내와 수내로 갔다.

 지난주엔 수내에 가지 못했으니 2주 만에 가는 걸음이다.

 소산을 통해 구한 달팽이 도자기를 동주에게 선물로 주었다.

달팽이 안에 초를 집어넣고 불을 켜는 것인데 동주도 좋아했다.

 잠시 쉬고 나서 세 사람은 저수지 밭으로 내려왔다.

 그 동안  배추가 아주 많이 컸다.

 

 

 우리는 비닐 끈으로 배추를 묶어 주었다.

 배추도 그냥 내버려두면 속이 안 찬다고 한다. 끈으로 묶어주어야

속이 찬다고 하니 배추도 고생을 이겨내면서 속이 차는가 보다.

 사람이나 배추나 시련을 이겨내면서 속이 차는 건 마찬가지다.

 


 배추를 묶어 주고 나서 잡초가 우거진 밭을 새로 개간했다.

 겨울초를 심으려고 씨를 2천원 어치 사 갔는데 그것을 뿌릴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개망초와 명아주, 달맞이꽃, 지칭개, 털진득찰 등의 새싹이

마구 돋아나서 파헤치고 밭을 만들자니 시간이 좀 걸렸다.

삽으로 파서 흙을 뒤집고 호미로 땅을 반듯하게 골랐다.

그리 넓지 않은 땅을 개간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땀을 제법 흘렸다.

 밭을 대강 고르고 나서 겨울초를 뿌렸다.

 


 씨가 싹이 트건 안 트건 일단 내가 밭을 하나 만들었다는데

상당한 보람을 느꼈다.

 오늘 나는 생산적인 일을 한 것이다. 그냥 무료하게 시간을

때운 것이 아니라 씨가 싹이 틀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겨울초를 얼마나 뜯어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겨우내

파란 싹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금부터 봄까지 파란 싹이 밭에 돋아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벌써 흐뭇해진다.

 추운 겨울 동안 내 밭에서는 파란 싹이 추위를 이기며 나에게

큰 희망을 줄 것이다.

 내일 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가 있는데 비가 내리면 싹이

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일 내릴 비가 기대된다.

 10월 24일에는 상추 씨를 뿌렸는데 그 동안 비가 안 온 탓인지

상추 싹이 보이지 않았다.

 제발 내일 비가 좀 듬뿍 내려서 상추와 겨울초 싹이 잘 돋아나면

좋겠다.

 

 닥풀 씨가 익어서 씨를 좀 받았고 곤드레도 씨를 조금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