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양산 신도시로 이사 오다 *** 280회

凡草 2009. 11. 17. 23:22

 

 

  양산 신도시로 이사오다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구름 많음>


11월 11일에 양산 신도시로 이사했다.

원래는 두구동 농장과 가까운 범어사 지하철 역 부근으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장래 전망을 고려하자고 해서

계획을 바뀌었다.

해운대에서 13년간 살았는데 밀양 노루실 집과 해운대

아파트 등 모든 것을 정리하고 거주지를 양산 신도시로 옮겼다.

아들 딸과 아내는 좀 불편할지 모르지만 나는 새 집이

마음에 들었다.

화명동과 지하철도 가깝고, 토곡산 천성산 오봉산 천태산 영축산

신불산 가지산 등.... 주위에 좋은 산들이 많아서 등산 다니기에도

좋다.

고속도로 주변이라 교통도 편리한 것도 장점이고, 수도물도 여기는

밀양댐 물을 먹는다니 안심이 된다.

다만, 은행 돈을 많이 빌렸기 때문에 갚으려면 몇 년은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며칠 동안은 인터넷도 제대로 안 되고 주택이라 불편한 게 많았지만

차차 정리가 되었다.

 아들이 손을 잘 보아서 오늘 드디어 다락방에도 인터넷이 개통되었다.

무선으로 쏘아 다락방까지 연결이 되는 걸 보니 아주 신통하다.

 이곳 동네 이름이 범어리인데 공교롭게도 내 호와 같은 '범'자가

들어가서 인연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에 가까운 오봉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우리집 부근이

잘 보였다.

오봉산은 533미터밖에 안 되었지만 다섯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해서 만만한 산은 아니었다.

용국사 위에는 용왕굴이라는 신기한 곳도 있었다. 굴 안에 연못처럼

물이 차 있고 건너편에 용왕 모습의 석상이 있었다.

물금 부근에서 범어 대동아파트까지 종주를 하고 내려왔다.

다음에는 반대로 걸어볼 생각이다.

 

 

 


 이삿짐을 대충 정리하고 토요일에는 나 혼자 수내에 갔다.

지난주에 뿌린 겨울초와 상추 씨가 싹을 틔웠는지 궁금했다.

 씨를 뿌리고 나서 사흘 뒤에 비가 충분히 내렸기 때문에

어쩌면 싹이 텄을 것 같았다.

차를 몰고 가지 않고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다.

범어중학교 앞에서 동래 가는 버스를 타고 범어사 역 앞에서

내린 다음에 마을버스를 타고 수내로 들어갔다.

배추밭에 가보니 비가 온 뒤라서 배추가 더 많이 자랐다.

 

 

 새로 만든 밭에는 예상대로 싹이 소복하게 돋아나 있었다.

 따뜻한 계절도 아닌데 씨앗들이 흙속에서 싹을 내민 걸 보니

정말 신기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데도 어떻게 싹을 틔울 수 있었을까?

 저 가녀린 싹들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니 참 대단했다.

 나는 씨를 뿌린 보람이 있어서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내가 뿌린 씨 가운데 더러는 싹을 틔우지 못하고 죽은 씨도

있겠지만 저렇게 살아난 씨를 보니 대견스러웠다.

 씨를 뿌리지 않고 그냥 두었으면 봉지 속의 씨일 뿐이지만

흙속에 뿌려두니 싹을 내밀고 생명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싹도 우리처럼 죽는 날까지 생명의 시계를 작동할 것이다.

 초록빛 싹을 보면 내 마음이 푸근해지고 고향에라도 온 듯하다.

 한겨울이 되기 전에 춥지 않게 지푸라기라도 덮어주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