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장 하느라 고생 실컷 했네! () () () 282회
김장하느라 고생 실컷 했네! < 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비 > 어제 수내에 가서 배추를 뽑아왔다. 내 몫으로 받은 두 고랑의 배추. 약 60포기는 될 것 같은데 크기가 고르지 않아 아내로부터 욕을 한 바가지는 얻어먹었다. “이렇게 작은 배추로 어떻게 김장을 해요? 공연히 일만 많지. 실컷 고생하고 돈도 생각만큼 절약이 안 된다구요.“ 더러 알이 찬 배추도 있었지만 작은 배추가 섞여서 그다지 상품성은 없었다. 내가 직접 키워서 무공해라는 것만 장점이지 막상 김치를 담으려고 하니 실속이 없었다. 내년에는 적게 심고 만약에 많으면 제자들한테 선착순으로 분양을 하든지 해야지 공연히 다 뽑아 와서 고생하고 잔소리만 들었다. 요즘에는 마트에서 소금에 다 절여둔 배추를 팔기 때문에 돈 주고 사서 편하게 김장을 한단다. 난 그걸 모르니까 이렇게 할 수밖에. 어쨌거나 배추를 심었으니 수확을 해야 했다. 칼로 배추 밑동을 잘라서 반으로 쪼개어 함지박에 담고 차까지 일일이 손으로 날랐다. 차에 가득 싣고 집으로 가서 3층까지 또 나르자니 힘이 들었다. 나는 아내가 또 뭐라 할까 봐 기운을 내어 열심히 날랐다.
베란다에 배추를 들여 놓고 소금물에 담가 간을 배게 한 다음 소금을 뿌려 숨을 죽였다. 내가 다 할 테니 걱정마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아내가 한밤중에 나가서 소금에 절인 배추를 뒤집었다. 오늘 아침에 아내와 함께 나가서 물에 씻었다. 배추를 심어 고생을 시킨 죄로 아내 옆에서 일일이 시중을 들고 도와주었다. 소금물에 배추를 담갔다가 소금을 뿌려 절여두고, 한 번 뒤집었다가 숨이 죽으면 물에 씻어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양념을 바르면 김치가 된다는 것. 이제 김치를 어떻게 담는지는 알겠다. 고생이 되기는 해도 내가 직접 심어서 키우면 배추가 크는 재미가 있고, 바람 쐬러 가고, 수확하는 즐거움에 화학 비료를 안 주고 무공해로 키운 배추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주부들에겐 이런 과정마저 안 해야 할 일을 사서 하는 것이 되나 보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어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1층 밑으로 내려가서 미니 화단을 정리하였다. 처음에는 철쭉이 엄청나게 많이 심어져 있었는데 나는 철쭉보다 산나물이나 야생화를 심고 싶어서 모조리 뽑아내 버렸다. 남은 것은 엄나무와 매실 한 그루, 측백나무, 회양목 세 그루뿐이다. 다음에 봐서 측백나무도 뽑아버릴 생각이다. 철쭉을 다 정리하고 나니 그 좁던 화단이 아주 넓어 보였다. 주택이라고 해도 흙이 있는 공간은 여기 뿐이다. 미니 화단이 약 세평은 될까?
이런 공간이라도 있는 게 여간 반갑지 않았다. 수내에 주말 농장이 있긴 하지만 일부러 달려가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이 화단은 집 옆에 있으니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나는 돌멩이들을 호미로 파내고 밭을 손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밭을 일구었다. 밭이 다 정리가 되자, 인터넷으로 주문한 산마늘과 잔대, 곤달비, 꾸지뽕나무를 화단에 심었다. 원래는 수내 밭에 심으려고 했는데 조경수를 다 뽑아내고 밭을 고르려면 혹시 뽑아내야 할 지 몰라서 우선 우리집 화단에 심었다. 주택이라고 해도 온통 시멘트만 있는 건물 한 모퉁이에 이런 밭이 있다는 것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나의 오아시스에 네 가지 뿌리를 정성껏 심었다. 마침 비가 내리니 죽지 않고 잘 살아날 것 같다.
곤달비 모종
산마늘 모종
잔대 모종
꾸지뽕나무 묘목
효소를 놓아둔 베란다에서 들으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온실처럼 유리와 판넬로 막아둔 곳이라 빗소리가 크게 들려서 좋았다. 집안에서는 안 들리던 빗소리가 여기서는 교향악단의 연주회 수준이다. 비가 오면 언제나 여기에 나와서 차를 마시며 비 오는 소리를 감상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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