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얀 눈밭이 펼쳐진 태백산 여행 287회
<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맑음> 지난 겨울에 제자들과 한라산에 눈구경을 하러 갔었는데 참 좋았다. 눈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지 일년을 잘 참아낼 수 있었다. 부산에는 일 년중에 눈 내리는 날이 거의 없어서 올해도 눈구경을 하러 가기로 했다. 올해는 한라산 대신 강원도 태백산을 찾아가기로 했다. 태백산에는 겨우내 눈이 쌓여 있어서 눈구경을 하기에 는 최적의 장소였다. 난 여태 태백산을 세 번 찾아갔는데 이번이 4번째 방문이다. 작년 한라산 여행 팀인 소산 황미숙, 소반 허명남, 절영 배유안, 세울 이영득에다 올해는 윈드 이옥수, 일월 조정래, 모람 이하은 세 사람이 더 늘어서 모두 8명이 되었다. 여행을 함께 하면 단순한 관광만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진하게 나누고 열정을 지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남과 부대끼면서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글나라 선후배가 한솥밥을 먹다보면 형제 자매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가 된다. 나는 이런 여행을 통해서 제자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일년에 한 두 번은 여행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이런 여행을 하고 나면 살아가는 에너지도 많이 얻게 되어 힘든 줄을 모르게 된다. 여행비가 제법 드는 게 부담인데 이번에는 2박 3일에 13만원쯤 들었다. 들어간 돈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열정을 지필 수 있기 때문에 거저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
태백을 거쳐 영월까지 갈 거니까 편하게 가자면 자동차를 갖고 가야 했지만 겨울에는 눈길이 많아서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28일 오전 7시 25분에 부산 노포동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태백산으로 떠났다. 버스는 포항, 울진을 거쳐 태백에 12시 20분쯤 도착하였다. 짐을 민박촌에 풀어 놓고 첫날에는 가벼운 산행을 했다. 문수봉 쪽으로 2시간 정도 걸었는데 바람이 차고 매서웠다. 몹시 추울 줄 알고 방한복에다 털모자, 귀마개, 아이젠, 스틱, 스패치 등을 준비해 간 덕분에 그리 춥지는 않았다. 여기에서는 장갑도 면장갑에 두터운 털장갑을 끼어야 손이 시리지 않았다. 양말도 두 켤레를 신었다. 태백은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의 날씨라 슬며시 주눅이 들었지만 막상 걸어보니 별게 아니었다.
두 시간 산행을 하고 나서 성원 식당에 들러 상황 오리 백숙을 먹었다. 아주 맛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가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래도 불렀다.
가수급인 소산의 청아한 목소리에 세울의 흔들리며 피는꽃, 모람과 윈드의 가요에 이어 소반과 일월까지 다 잘 불렀다. 윈드가 순발력이 좋아서 얼마나 웃겼는지 실컷 웃었다. 마음에 맞는 제자들과 여행을 같이 와서 즐거웠다. 글은 각자 쓰지만 이런 여행은 함께 하니까 좋았다. 여태까지는 동화지기들만 여행을 했는데 앞으로는 같이 가고 싶은 제자들이 있다면 더 모아서 갈 생각이다. 차편과 숙소 문제가 조금 어렵지만 미리 준비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모람은 여태 동화지기들이 여행하는 것을 보고 눈이 튀어나올만큼 부러워했는데 이번에 같이 가게 되어서 참 좋다고 했다. 윈드는 나와 같은 양산 이웃 사촌이라 끼워 주었는데 윈드가 모람과 일월을 끌고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웃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하얀 태백에서의 첫날밤이 깊어갔다. 모처럼 태백에 왔으니 관광보다는 내일 하루 더 산에 오르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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