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유전자 복제 실험실 +++ 333회
유전자 복제 실험실 2010년, 8월 8일, 일요일, 맑음 부산에는 비가 내린지 참 오래 된다. 오늘도 소나기 구름이 모여들길래 비가 좀 내리려나 기대를 했는데 천둥까지 치다가 다시 맑아지고 말았다. 비가 오지 않아서 무더웠지만 범초산장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너무 열심히 일한 탓인지 좀 지쳤다. 오늘은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늘에서 많이 쉬었다.
우리 밭 옆에는 최상철님이 약초밭을 가꾸고 있는데 오늘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돌아보았다. 최사장은 수내에 밭이 있고 밀양에도 임야가 7천평 있는데 나무에 대해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나무 삽목 전문가였다.
최사장의 약초밭을 둘러보니 여러 종류의 나무를 삽목해 놓은 것이 많았다. 꾸지뽕나무, 헛개나무, 마가목, 엄나무, 황금반송 등 어린 나무가 텐트 안에 빼꼭하게 자라고 있었다. 나는 여태 나무 삽목은 해보지 않았는데 최사장이 해놓은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
봄에 새순이 돋기 전에 하는 것은 숙지삽목, 요즘 같은 여름에 하는 삽목은 초지삽목이라고 한다. 숙지 삽목은 비교적 하기 쉽지만 여름에 하는 초지삽목은 어려운 편인데 최사장은 90퍼센트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단다. 나무 줄기를 비스듬히 잘라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매일 물을 뿌려주면 한 달 정도 지난 뒤에 뿌리를 내려서 새로운 나무가 된단다.
최사장은 삽목뿐만 아니라 휘묻이도 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서 내 취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꾸지뽕나무는 모두 가시가 있는 줄만 알았는데 여기에 와서 보니 가시가 없는 꾸지뽕나무도 있었다. 나는 초겨울에 산에 가서 꾸지뽕나무를 한 그루 캐올 생각인데 최사장은 가만히 앉아서 삽목으로 몇 백 배 늘리고 있었다. 마치 손오공이 털을 한 줌 뽑아 후욱 불면 똑같은 손오공이 수백 개로 불어나듯이 꾸지뽕나무도 눈 깜짝 할 사이에 개체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었다. 수내에 있는 최사장의 밭은 유전자 복제 실험실이었다. 여기에서 수백 배로 늘린 다음에 밀양 산에 옮겨 심는다고 했다.
우리 이웃에 이처럼 연구하는 분이 있어서 반가웠다. 나무 삽목에 대해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는데도 초보자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더구나 마음에 드는 것은 최사장의 마인드가 건전해서 혼자만 알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가진 정보와 기술을 아낌없이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나보고 언제든지 와서 사진도 찍고 손님이 오면 구경시켜주라고 해서 고마웠다. 나는 답례로 무화과 나무와 초석잠에 대해 아는 것을 일러주었다.
동주도 최사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수도 호스를 연결해서 쓰게 해주었다. 독불장군은 항상 외롭고 고독해서 발전이 더딘 법이다. 서로 가르쳐주고 정보를 나누면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덕꽃
최사장님과 앞으로 많은 정보를 나누면서 좋은 이웃으로 지내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