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도라지꽃 바다 (340회)

凡草 2010. 9. 18. 23:08

 

 

<340회>


도라지꽃 바다


<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맑음 >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는데 낮에는 아직도 무덥다.

어제는 원유순 선생님이 부산 시청에서 독서강연을 하였다.

바로 일주일 전에 경기도 여주까지 가서 원유순을 만났는데

원선생님이 그 멀리서 부산까지 온다니 만나보고 싶었다.

더구나 이번 계몽아동문학회 세미나는 원유순 선생님 집에서

황금펜 시상식을 했기 때문에 폐를 끼치고 온 참이었다.

마음의 빚도 갚을 겸 소반 허명남, 구순 윤자명과 함께

부산 시청 대강당에 갔다.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원선생님의 독서 강연이 시작되었다.

원선생님은 동화책을 많이 썼는데 강연도 잘 했다.

나는 소심해서 대중 앞에 서면 떨리는데 원선생님은 프로답게

말을 잘 했다. 다양한 체험을 동화로 적절하게 풀어내었는데

소개하는 책이 수십 권이라 은근히 부러웠다.

저렇게 많이 쓰려면 얼마나 부지런히 써야 했을까?

남들은 그냥 부러워할 뿐이지만 정작 쓰는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쉬지않고 동화를 써낸 원선생님의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

 

 

강연을 마치고 원선생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마침 글나라 제자들도 13명이나 와서 자리를 함께 했다.

“책을 많이 지은 것이 참 부럽습니다.”

내 말에 원선생님은 이렇게 받아 넘겼다.

“난 제자를 많이 길러낸 범초 선생님이 부러워요.”

그렇다면 내 작품집은 제자들인가?

나도 제자 지도에 만족하지 말고 좋은 동화를 써야 할 텐데......

나중에 들으니 원선생님은 4시 기차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오후 2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김별아 강연을 들으려고

기차 시간까지 뒤로 미루었단다. 원선생님은 글도 잘 쓰지만

끊임없이 공부하는 작가다.

 

 

오늘은 오랜만에 수내 범초산장에 다녀왔다.

지난주는 계몽아동문학회 1박2일 행사에 다녀오느라 못가서

범초산장에 간 지가 꽤 오래 된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에 들어가서 하루 자고 오늘 오후에 돌아왔다.

전기 온돌 마루가 있어서 그리 춥지는 않았다.

아침밥은 뽕잎을 따서 뽕잎밥을 했다.

하동에서 구해온 어린 뽕나무가 벌써 많이 자랐다.

 

 

내년에나 따 먹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돌이 아주 많은 땅인데도 뽕나무는 나쁜 땅을 투정하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내 예상을 깨고 올해부터 뽕잎을 따 먹을 수 있을 만큼 컸다.

물론 아직 어리긴 하지만 여러 그루가 있으니까 조금씩 돌아가며

뜯어 먹으면 된다.

밥이 다 되어 먹어보니 뽕잎밥이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동주가 나 없을 때 배추를 다 심어 놓아서 고마웠다.

그전에 뿌린 무 씨앗도 벌써 많이 자랐다.

 

 

배추밭에 물을 뿌려주고 도라지집 도라지 밭에 가서

벌을 잡았다. 아내가 무릎 한쪽이 안 좋다고 해서 벌을 잡아

벌침을 놓아주었다.

화명동에는 벌이 거의 없는데 여기는 벌 천국이었다.

도라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보기에도 장관이었다.

꽃도 보고 벌도 잡고 일석이조였다.

 

 

끝없이 펼쳐진 도라지꽃 바다를 보니 어제 만난 원유순 선생님이

생각났다. 원유순 선생님도 도라지꽃처럼 자신의 능력을 한껏 꽃피웠다.

적당히 살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이 작품으로 드러났다.


톱풀이 꽃을 피웠고 내가 그동안 신선초라고 잘못 알았던

겹삼잎국화도 노란 꽃을 피웠다.

까마중이 열매를 많이 열어서 간식으로 따 먹었다.

여기 저기 많이 있어서 효소를 담아도 되겠다.

아무데서나 수더분하게 잘 자라는 까마중을 보니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나은 것 같다. 형님처럼 의젓한 까마중이다.

한여름에 공사를 시작해서 늦게 밭을 일구었는데도

여러 가지 식물들은 주인과 시간을 탓하지 않고 잘 자랐다.

나도 저네들처럼 까탈스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고 소질을 탓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될 것이다. (*)


까마중


톱풀


겹삼잎국화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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