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그늘에서 더 잘 자라는 겨울초 --- 345회

凡草 2010. 10. 16. 23:41

<345회>


 그늘에서 더 잘 자라는 겨울초


< 2010년, 10월 16일, 토요일, 맑음 >


어제 저녁에 범초산장에 들어왔는데 제법 추웠다.

실내 기온이 10도나 되는데도 아주 쌀쌀하게 느껴졌다.

아내가 전기 온돌을 켰는데도 자꾸 꺼진다고 해서

온도를 높여 놓았더니 나중에는 너무 더워서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를 한 뒤에 바깥을 돌아보려고 나갔더니

저수지에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작은 저수지가 내게 참 많은 기쁨을 준다.

봄에는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고,

가을에는 물안개를 보여준다.


아침밥을 안쳐 놓고 기다리는 동안에 넷북을 켜서 인터넷이

되나 실험해 보았다.

부산 전역에 10월1일부터 와이즈 브로가 개통되었다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넷북은 3년 약정으로 한달에 3만원 사용료를 내는 조건으로

공짜로 받았다.

 넷북을 받은 뒤부터 집에서는 늘 이걸 쓴다.

화면이 작은 게 조금 흠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잘 된다.

 와이즈 브로로 접속했더니 신호 강도가 높았다.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접속되었다.

참 신기했다. 아무 선도 없이 넷북 하나만 달랑 들고 갔는데

인터넷이 가능하다니!

 그전에 밀양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어서 불편했는데 수내에서는

인터넷이 되니까 앞으로 여기서 며칠을 묵어도 지장이 없겠다.

인터넷으로 동화 지도를 할 수 없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범초산장에서 인터넷이 된다면 틈나는 대로 자주 와서 머물고 싶다.

 내가 원하던 시골살이가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이 점점 갖추어지고 있다.


 아침밥에는 까마중과 방가지똥, 뽕잎을 넣어서 지었다.

 내가 늘 해 먹는 약초밥이다. 난 종종 해먹어서 그런지

특별한 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반찬은 아내가 집에서 가져온 몇 가지에다 배추쌈을 싸서

먹었다. 여린 배추잎에 밥과 쌈장을 얹어서 먹었더니 맛이 참 좋았다.

 

 

밭에 겨울초가 잘 자라고 있으니 다음에는 겨울초 쌈도 먹어봐야겠다.

겨울초는 햇볕에 심은 것보다 약간 반그늘에 자라는 것이 더 잘 자랐다.

햇볕에 많이 노출된 겨울초는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늘에서 자라는 겨울초는 햇빛을 받으려고 바짝 긴장을 하기 때문에

잎이 크고 보드라울 것이다.

사람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 의지가 약할 수 있다.

반대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은 의지가 강한 경우가 많다.

 

 

정호승씨도 경주 세미나에서 그랬다.

그늘은 인생의 단비와 같다고. 늘 행복만 지속이 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햇빛이 계속 뜨겁게 내리쬐면 옥토도 사막이 되어 버린다.

가끔은 흐리고 비오는 날도 있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아침밥을 먹고 배추에 물을 뿌려주었다.

겨울초에도 주었다.

 

 

 

 

어제 출근하면서 호포에 들러 씀바귀를 캐왔는데 오늘 범초산장에

심었다. 씀바귀에게도 물을 주면서 잘 살아나길 바랐다.

나는 인공적으로 재배한 상추나 시금치보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씀바귀, 왕고들빼기, 민들레, 고수, 가막사리 같은 야생초를 즐겨 먹는다.


이웃집 최사장이 어디서 구했는지 산마늘을 심으라고 놓고 갔다.

아무리 봐도 심을 자리가 없어서 거름 옆의 돌밭을 밭으로 만들었다.

여태 돌무더기를 잔뜩 쌓아두었던 곳이라 돌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그래도 달라붙어 열심히 일했더니 어떻게든 밭이 되었다.

최사장님 덕분에 미니 밭이 하나 생겼다.

아내가 도와주어서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다.


오후에 달님반 다섯 사람이 놀러 왔다.

소산과 미스포터, 윈드, 정미, 정래씨가 왔다.

정래씨는 내가 일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뭔가 하겠다며

곡괭이로 큰 돌을 파냈다. 여태 파낸 돌중에서는 제일 큰돌이었다.

정래씨가 저렇게 큰돌을 끈기있게 파내었듯이 마음속에 숨어 있는

좋은 동화도 꼭 파내길 기대한다.


소산이 만든 닭백숙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맛있게 마셨다.

동주도 와서 같이 놀았다.

 

 

어두워지자 캠프파이어처럼 불을 피워놓고 구경하다가 헤어졌다.

혼자 있어도 즐거운 범초산장이지만 여럿이 웃어가며 먹고 마시니

더욱 즐거웠다. (*)


슬슬 꽃을 피우고 있는 메리골드 대열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