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종주 === 372회

凡草 2011. 3. 6. 22:22

 <372회>


  가덕도 응봉산-웅주봉 종주


 < 2011년, 3월 6일, 일요일, 맑음 >


 부산아동문학 배혜경 후배가 가덕도에 등산을 가자고 해서

날짜를 잡아놓고 기다렸다가 오늘 가덕도에 갔다.

 갈 때는 하단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58번 버스를 타고

가덕도 선창까지 들어갔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고생했다.

 올 때보니 1009번 급행 버스가 또 있었다. 가덕도와 김해공항-

구포-덕천 로타리- 화명-금곡까지 가는 버스다.

 갈 때도 이걸 탔더라면 고생을 안 했을 텐데 몰라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 비좁아서 고생을 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한 차에 다 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억지로 다 타긴 했다. 40분 만에 한 대라 못 타면 또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차가 터지도록 사람이 많이 타서 마치 60년대의

버스를 탄 기분이었다.

 우리 집에서 7시에 나섰는데 버스를 기다리느라 고생하고 차에

올라서 파김치가 되는 바람에 산에 오르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오늘 같이 간 사람은 김문홍박사, 배혜경후배, 도담, 세울, 나나,

나나 아들 승윤, 석정인-이렇게 8명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가덕도 선창에 도착하여 눌차 마을을 지나

동선 방파제를 지나갔다.

 버스 안에서 힘들었던 일이 바다를 보니 다 지워져 버렸다.

나는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누가 산에 가자고 하면 제일 좋다.

오늘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나왔지만 산에 가는 일이라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아마 다른 일로 새벽부터 나서야 한다면 그럴 듯한

핑계를 대고 거절했을 것이다.

 

 엽전 묶음 같은 조개껍질 꾸러미에 굴 씨앗을 붙여서 다시 바다에 가라앉힌단다.


 오늘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그리 춥지 않고 포근해서

완전히 봄산행이다. 바람이 솜사탕을 만지고 온 것처럼 부드럽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엄청 많이 몰려왔다.

호젓한 산이 아니라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가 되어 버려서

조금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산에 가는 일은 즐겁다.

 모처럼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첫 봉우리가 강금봉인데 198미터 치고는 되게 높아보인다.

일행들이 헐떡거리며 겨우 올라간다.

 나도 초반에는 숨이 가쁘다. 이 고비를 넘겨야 편안해진다.

산은 갈 때마다 나를 시험해본다.

 ‘이 숨가쁜 고통을 이기고 올라오겠느냐?’

 시험을 잘 통과해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첫 고비가 힘들지 한 번만 이겨내고 나면 별로 힘들지 않다.

 

 나만큼이나 산을 좋아하는 배혜경 후배

 

 

 

 아저씨들, 우리도 따라가면 안 돼요? 봄나들이 가고 싶어요!

  이어서 312미터의 응봉산에 올랐고, 다음에는 오늘 제일 높은

매봉에 올랐다. 원래는 가덕도에서 제일 높은 산이 459미터의

연대봉인데 오늘 종주에는 넣지 않았다.

 높이는 낮아도 다섯 개의 산을 줄줄이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도는 낮아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구간이 많아 초보자들에겐

아마 힘든 코스가 될 것이다.

 총 산행 시간이 6시간 정도이니 만만찮은 거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천미터급 높은 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 힘들긴 해도 초보자들 훈련 코스로는 딱이다.

 오늘 산행에 따라온 일행들이 오늘의 힘든 산행을 잘 넘기고

 세상살이에서도 용기 있게 살아가길 마음으로 빌었다.

 처음 산에 올라보면 아주 힘이 드는데 그것은 산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고 멀리서 따로 놀기 때문이다.

 자꾸 산에 가다보면 산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신체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나는 작은 산 하나를 내 몸 속에 지니고 다닌다.

 

 석정인, 김문홍 박사, 나나


 사람이 살다 보면 온갖 궂은 일이 생기는데 그럴 때 산을 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안 탄 사람보다는 쉽게 넘길 수 있다.

강인한 의지와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힘든 일이 있을 때 하루 종일 산을 타고

나니 잊을 수 있었다. 멍하니 앉아서 고민하다 보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지만, 죽을 각오를 하고 하루 종일 걸으면 마음도

가벼워지고 몸도 지쳐서 잠이 잘 온다.

 산을 오르기가 힘든 사람은 걷는 운동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줄곧 걸어야 한다. 도저히 걸을 수 없다면

그 다음날 천국에 갈 각오를 해야 한다.

 

  광대나물, 벌써 꽃이 피었다


 매봉을 지나서 점심을 먹었다.

 여러 사람이 싸온 반찬들이 다양해서 한정식집에 온 듯하다.

조금 전에 힘들었던 고통은 어디로 사라지고 즐거움만 가득하다.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다시 걸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웅주봉과 갈마봉을 둘러서 원점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봄철 산불 방지 때문에 그만 임도로 내려가란다.

 할 수 없이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원래 계획의

80퍼센트는 달성해서 기쁘다.

 나는 여태 가덕도에 두 번 정도 왔는데 연대봉만 올랐지 오늘처럼

여러 산 종주를 안 해보았기 때문에 오늘 산행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선창 부근에 와서 정원이 넓은 음식점에서 유자막걸리와 굴회를

안주로 시켜서 먹었다.

 산행을 한 다음인데다 유자향이 확 풍겨서 입에 착착 감겨들었다.

생전 처음 마셔보는 유자막걸리는 일품이었다.

 오늘 산행도 좋았고 유자막걸리도 끝내주었다.

 이 막걸리 한 잔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이 가셨다.

 굴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바다 옆에서 먹으니 더욱

싱싱하다. 갓 따온 굴이라 그런가?

 일행이 가져온 반찬도 남아서 꺼내놓고 안주로 먹었다.

 

 산을 내려오다가 마삭줄 몇 뿌리와 사상자 모종을 구했다.

사상자는 다 컸을 때는 보고 아는데 아주 어린 싹은 괴불주머니와

닮아서 구별하기 힘들었다. 마침 세울이 따라와서 일러주었다.

밭둑에서 사상자 어린 싹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게 되었다.

 범초산장에 가서 심을 일을 생각하니 벌써 흐뭇해진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1009번을 타고 편하게 앉아서 덕천로타리까지

왔다.

 아직 하루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산에 또 가고 싶어진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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