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좁은 문으로 가라! -_- 378회

凡草 2011. 4. 5. 23:22

 <378회>


  좁은 문으로 가라!


 < 2011년, 4월 5일, 화요일, 맑음 >


 어제는 월요일이었지만 아내와 밀양 향로산으로 등산을 갔다.

작년까지는 월요일에도 일을 했기 때문에 몰랐는데 올해부터

월요일에 쉬어보니 편리한 점이 많았다.

 첫째는 등산을 가도 사람들이 적어서 호젓한 산행을 할 수가

있고 찻길도 막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등산을 마치고 목욕탕에 가보면 휴일에는 인파로

바글바글하는데 월요일에는 열 명 남짓한 사람밖에 없어서

어떤 탕은 전세를 낸 듯 한적해서 좋았다.

 조용한 목욕탕에서 마음대로 수영도 하고 느긋하게 목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성경에도 좁은 문으로 가라고 했나 보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결국 사람에 치여야 하고 남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남들과 정반대로 하면 경쟁을 피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다.

 

 작년 가을에 옮겨 심은 매화가 꽃을 피웠다

 내가 아직 초등학교 교사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는 2급 정교사라 1급 정교사 자격증 연수를 받아야만 했다.

1정 연수를 받으러 가서 남들은 한 점이라도 더 잘 받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을 때, 나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을 했다.

그때 막 아동문학에 발을 들여놓은 참이라 동화에 마음을 빼앗겨서

1정 연수를 받는 시간에도 동화책을 교재 밑에 숨겨 놓고 몰래

동화를 읽었다.

 그 바람에 연수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평생 후배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대개의 교사들은 현직에 남아 교장 교감이 되려고 애썼지만

나는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나와서 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남과는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경쟁할 필요도 없고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

 

 시골집만 해도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너도 나도 시골집을 찾는다면 아마 내 차례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도시 생활과 편안한 아파트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골집은 경쟁이 적어서 나한테까지 차례가 돌아왔다.

 두구동 텃밭도 경쟁이 적었기에 차지할 수 있었지 너도 나도

몰려든다면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겨울에 밀짚모자를 사라는 말이 이런 경우에 딱 맞는다.

 남들이 관심 없을 때 관심을 갖고 남들이 벌떼 같이 달라들면

빠져 나와야 한다.

 여름에도 모두가 좋아하는 관광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좋다고

찾아갔다가는 사람 대접 못 받고 바가지만 쓰고 돌아오게 된다.

  하여간 사람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편하다.

 


 어제 밀양 향로산을 갔는데 사람을 거의 못 보고 산행을

마쳤다. 온 산을 우리 부부가 전세를 낸 것 같았다.

 하산하다가 나물거리를 발견하고 열심히 뜯었다.

 사람들이 없으니 마음 놓고 뜯을 수 있었다.

 엉겅퀴, 짚신나물, 민들레 등의 잎을 뜯었다.

 마을 빈터에서 엉컹퀴 군락을 발견하고 웬 횡재냐 하면서

열심히 뜯었는데 나중에 보니 엉겅퀴가 아니라 방가지똥이었다.

 

  방가지똥 ( 엉겅퀴처럼 가시가 있어서 비슷하다. 도시 밭 주위에 있는 것은 대개 요놈이다.)

 

 요게 엉겅퀴다.

 

방가지똥은 엉겅퀴의 사촌이라 할 만큼 흡사해서 자칫하면

헷갈린다. 나도 깜빡 속았다.

 그렇지만 방가지똥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니 잘못 뜯은 것은

아니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방가지똥이라도 먹으면 될 것이다.

 요즘엔 도시 근교에 엉겅퀴가 귀하다. 사람들이 자꾸 파가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 범초산장에 몇 포기 옮겨 심었는데 이것마저 누가

캐갈까 봐 신경이 쓰인다.

 향로산에서는 할미꽃도 몇 송이 보았다. 할미꽃 역시 자연 상태로는

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이 산에서 보기만 하면 캐어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적은 산으로 간 덕분에 할미꽃도 볼 수 있었다.

 

  현호색


 산을 다 내려와서 배내골 선리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한 병 샀다.

12도 원액이라서 그런지 색깔이 노랗고 진했다.

집으로 돌아와 봄나들이를 자축하며 막걸리를 마셨다.

 37년간 열심히 일한 덕분에 올해부터 4일만 일을 하는데

학교에 있는 동기들이 2-3년후 현직에서 퇴직을 하고 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부럽지 않다. 4일 일하고 3일 쉴 수 있으니 나도 할 만하다.

 앞으로도 남들 따라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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