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목련차를 마시며... 379회
<379회> < 2011년, 4월 9일, 토요일, 맑음 > 목련차를 마시며 어제는 범초산장에서 최혜진씨 동화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최혜진씨는 1995년부터 2년간 글나라에서 강사를 한 적이 있는데, 199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거쳐 꾸준히 동화를 써 오다가 올해 4월에 <거인산 또 하나의 전설>이란 장편 동화를 발간했다. 최혜진씨에게는 첫 책이라 의미가 깊다. 혜진씨가 평소에 성실하고 겸손하게 처신한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축하를 해주었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소민호 회장님도 시간을 내어 참석했다. 약 20명이 왔기 때문에 범초산장이 꽉 찼다.
여태 못 보던 이채울씨도 왔고 동시 쓰는 조윤주씨도 왔고 영도에 사는 신주선까지 와서 반가웠다. 혜진씨도 처음에는 어린이 글쓰기 강사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나한테 동화를 배워서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드디어 첫 동화집까지 내었으니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다. 범초산장도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하우스를 짓고 꽃밭을 만들고 여러 가지 나무와 꽃도 심었다. 겨울에 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황량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가 온갖 꽃들이 피어난 모습을 보자 감탄하였다. 동주와 내가 열심히 가꾼 덕분에 이젠 제법 볼거리가 생겼다. 혜진씨나 범초산장이나 과정은 달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같다. 그런 인연 때문에 좀 외딴 곳이기는 하지만, 범초산장에서 출판 기념회를 가진 것이 뜻깊었다.
소민호 회장님은 혜진씨 작품 속에 나오는 마술상자 속에서 연수가 거인으로 커지듯이 범초산장 하우스에서 좋은 기를 받아 앞으로 또 좋은 책을 쓰라고 격려하였다. 나도 마음속으로 오늘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다.
도담과 꿈이랑, 자하, 소산 등이 힘을 모아 풍선을 불어서 천장에 달고 축하의 글도 붙여 놓았다. 첫 책을 낸 의미를 살려서 케잌에 꽂은 초도 숫자 1이었다. 혜진씨는 기다리던 첫 책을 내었으니 계속해서 제2, 제3 동화책도 내리라 기대한다.
여러 회원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서 밤 10시가 넘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원래는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동요를 부르려고 했는데 하우스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못했다. 다음에 제자들을 모아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많은 동요를 함께 불러보고 싶다.
범초산장에 2만 원을 주고 목련을 사다 심었는데 꽃망울이 달린 것을 가져온 덕분에 꽃이 활짝 피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아내가 손님 세 분을 모시고 찾아왔다. 밭과 꽃밭으로 안내하여 설명을 해준 다음에 목련꽃 차를 대접했다. 손님들이 그윽한 향을 맛보며 좋아하였다. 손님들은 과일과 차를 마시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집으로 가지 않고 남았다.
목련꽃 차는 봉오리도 되고 핀 꽃도 된다. 꽃이 없을 때는 잎을 따서 우려내어도 된다. 자목련은 독성이 있다고 해서 마시지 않는다. 햐얀 목련꽃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차차 갈색으로 변하며 향이 우러나온다. 목련꽃 차는 비염과 기관지에 좋은데 향도 독특해서 자주 마실 만하다. 2만 원으로 먹을 것을 사면 금방 없어지지만 목련 나무를 사서 심었더니 꽃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다. 나무는 한 번 심어 놓으면 해마다 더 크게 자라서 많은 꽃을 피운다. 그래서 나무나 모종을 사는데 드는 돈은 아깝지 않다.
인터넷으로 사서 심은 머위와 잔대도 날씨가 따뜻해지자 막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올라오지 않길래 추워서 얼어 죽었나 했더니 저요 저요 손을 들면서 올라오고 있다. 앙증맞은 머위 잎이 참 보기 좋다. 머위와 잔대는 강원도 화천에서 왔고 고송님이 준 천궁은 파주에서 왔으니 여러 지방의 식물이 범초산장에 다 모였다. 저마다 특성이 있는 식물들을 보노라면 내가 가르치는 사람들도 흡사한 것 같다. 서울대 출신도 있고, 지방대 출신도 있고, 교사에 주부에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에게 동화를 배우고 있다. 봄을 맞아 새순들이 힘차게 밀고 올라오듯이 동화를 배우는 사람들도 강한 열정을 갖고 글을 쓰면 좋겠다.
오늘은 초여름처럼 더웠다. 밭을 돌아보니 구기자, 초피나무, 수양버들, 앵두, 작약 등이 새순을 힘차게 밀어올리고 있었다. 돈 주고 사기도 하고 우리 집 미니 화단에서 파온 것도 있는데 내가 심은 나무들이 싹을 내미는 모습을 보니 심은 보람이 있었다. 싹이 안 올라오면 올라올 때까지 계속 심을 생각이지만 내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 씩씩하게 올라오는 싹을 보니 참 대견스럽다. 강추위를 이겨내고 화려하게 부활한 새순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범초산장에서 내일까지 봄을 즐기다가 나갈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톱풀과 신선초, 겨울초, 잔대 등을 된장과 고추장에 버무려서 먹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봄을 통째로 먹은 것 같아 뱃속이 든든하다.
밥을 먹고 나서는 세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필라인 음악방송을 들었다. 필라인은 세이클럽 라디오 방송인데 24시간 팝음악 방송이라 내가 즐겨 듣는다. 아내는 라디오를 오래 켜 놓으면 시끄럽다고 싫어한다. 차를 타고 갈 때도 아내 기분을 봐가며 라디오를 틀어야지 함부로 틀었다간 잔소리를 듣기 일쑤다. 그래서 집에서는 눈치를 보며 듣는데 범초산장은 내 세상이라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한다. 동화 지도를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야생초를 마음대로 먹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방송을 잘 때까지 마음껏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범초산장은 나의 해방구다. 일하면서 보니 오목눈이가 배롱나무에 달아둔 새집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아마 집으로 쓰고 싶은 모양이다. 오목눈이야 너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 여긴 자유가 숨쉬는 곳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