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잎을 따서 덖으면 차가 되듯이 ^^^^ 383회
<383회> < 2011년, 4월 26일, 화요일, 흐리고 비 > 잎을 따서 덖으면 차가 되듯이 요즘 산에 가면 생강나무 어린 잎이 나온다. 야들야들하고 연한 잎이 보기에도 귀엽고 순해 보인다. 어린 잎을 따다가 차 재료를 만들기로 했다. 생강나무는 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에 어린 잎을 따도 미안한 마음이 덜하다. 꾸지뽕나무는 산에 귀한데 내가 아는 곳에 몇 그루가 있어서 한 봉지 땄다. 지금은 괜찮지만 조금 더 있으면 칡덩굴이 뒤덮어 버려서 접근조차 어려울 것이다.
생강나무 잎
꾸지뽕나무 잎
잎을 따서 집으로 가져와 먼저 물에 씻었다. 그 다음에는 후라이팬에 넣고 덖었다. 면장갑을 끼고 주걱으로 뒤집으며 손으로 비볐다. 그래야 더운 물에 넣으면 잘 우러나온다.
동화 쓰기에 비유하자면 잎을 따는 것은 글감을 취재하는 것과 같다. 산에 나무가 널려 있어도 내가 찾아가서 잎을 따지 않으면 잎을 얻을 수가 없다. 동화작가 임정진씨는 해남 미황사까지 찾아가서 괘불재를 구경하다가 자연스럽게 동화글감을 얻었다. 글감은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구할 수가 없다.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발품을 많이 팔지 않으면 글감을 찾기 어렵다. 잎을 따와서 물에 씻는 것은 먼지와 벌레들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글감을 얻었다고 바로 동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메모를 보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더 필요한 것은 자료를 찾아서 보충해야 한다. 이게 물로 씻는 과정과 비슷하다.
다음에는 후라이팬에 집어넣고 덖어야 한다. 불이 너무 뜨거우면 타 버리기 때문에 불을 약하게 해놓고 살살 뒤집어야 한다. 나뭇잎을 불로 덖는 과정은 상상력을 더 집어넣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흡사하다. 소재만 갖고서는 동화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에다 상상력을 보태야만 그럴 듯한 이야기가 된다. 덖어야만 더운 물에 나뭇잎의 성분이 잘 우러나오듯이 상상력을 보태야만 딱딱하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사실 그대로가 아니다. 상상력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잘 뭉쳐진 픽션이라야 한다. 상상력이 지나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되니까 조심해야 한다. 불이 뜨거우면 잎이 타 버리듯이. 후라이팬이 불과 잎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적당한 간격을 만들어준다. 동화작가의 머리는 후라이팬과 같다. 현실에서 얻은 소재에 적절한 상상력을 입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 잎이 나오고 있는 뽕나무
생강나무 잎에서는 생강 냄새가 났고, 꾸지뽕나무는 부드럽고 그윽한 향기가 풍겼다. 내가 만든 햇차다. 양이 적어서 나 혼자만 마실 수 있는 게 아쉽다. 한 봉지를 덖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많은 양을 만들려면 잎을 엄청 따야 하고 덖는데도 몇 시간이 족히 걸린다. 내가 직접 차 재료를 덖어 보기 전에는 녹차 값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비싼 게 아니었다. 그만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 생강나무 잎을 비닐봉지로 가득 땄는데 덖고 나니 삼분의 일로 줄어들어 버렸다. 내가 만든 생강나무와 꾸지뽕잎 차를 마시면서 아침햇살에 보낼 동화 한 편을 완성했다.
눈개승마
박하도 범초산장에서 막 돋아나오고.. ( 노루실표 박하가 살아났다!)
고추대는 직접 만든 게 어설퍼서 지지대를 사서 보완했다. 고추와 오이 모종을 심고 나니 비가 와서 좋다.
이게 내 솜씨!
삼백초가 왜 안 올라오는가 궁금했는데, 이제야 올라온다. 한 번 심은 것은 절대로 쉽게 죽지 않는다
요즘 방사능 비라고 떠들지만 흙은 어머니처럼 모두 중화시켜 주리라 믿는다. 몇 년 전에는 산성비가 내려서 토양이 파괴될 거라고 걱정했지만 강한 산성비라도 땅에 내리면 중화가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산성비가 오래 내렸어도 산의 나무들은 푸르게 잘 자라고 있다. 자연의 위대한 힘은 방사능도 잘 씻어줄 거라고 기대한다. 나는 밭에서 키운 어성초와 쑥, 삼백초, 신선초, 톱풀, 천궁, 잔대 등으로 방사능을 이겨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