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자연 화장실 만들기 >>> 393회

凡草 2011. 6. 6. 23:24

 <393회>


< 2011년, 6월 6일, 월요일, 맑음 >


  자연 화장실 만들기


 어제 오봉회 모임이 있어서 화장실을 다 만들지 못했다.

나와 아내는 점심 때까지 거들다가 모임을 하러 갔고

동주 혼자서 만들었는데 오늘 나머지 일을 하러 갔다.


 어제 정관에서 모임을 마치고 박천수와 고택상 두 친구가

수내 산장을 보러 왔는데 아주 좋다고 칭찬하였다.

 마침 상추가 많이 자라서 뜯어주었다.

 박천수는 저수지가 탐난다며 낚시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여지껏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등산은 좋아해도 낚시에는 취미가 없으니까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아침 일찍 밥을 쑥떡으로 때우고 수내로 달려갔다.

동주와 화장실 만드는 작업을 계속 했다.

 돌을 양쪽으로 쌓아서 만들었는데 시멘트를 모래와 섞어서

발라가며 쌓았다. 돌은 동주가 쌓고 나는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서 반죽을 했다. 어제 쓰던 시멘트가 다 떨어져서

오늘 가는 길에 두구동 입구에 있는 영풍 원예자재 가게에

들러 몰타르 40킬로그램짜리 5포대를 사갔다.

 몰타르를 대야에 부어 물과 개어 놓으면 금방 떨어져서

몇 대야나 만들어야 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시멘트를 만져 본 것은 수내 산장에서

처음이다.

 여태 이런 일을 안 해보았으니 한 번 실컷 해보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

 나는 어려서 얌전하게 컸기 때문에 흙장난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는데 다 커서 흙장난을 실컷 하고 있다.

 흙장난도 하고 화장실도 짓고 일석 이조다.

 일이 좀 힘들긴 했지만 놀이하는 기분으로 했다.

 

 

아무리 힘든 일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고통스럽고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한 번 지으면 오래 오래 여기서 뒤를 볼 텐데 이 정도

힘든 것이 문제인가?

 고생이 없으면 행복도 존재할 수 없다.

 더구나 인터넷에서 나를 응원해준 분들이 많아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

 돌을 쌓다가 돌이 떨어지면 계곡으로 돌을 주우러 갔다.

어제는 계곡에 가서 모래도 많이 퍼왔는데 오늘은 몰타르라서

물과 섞기만 되니까 편했다.

 

 ( 항아리 속에는 낙엽이 들어있다. 앞으로 톱밥을 구해서 담아 놓을 거다.)

 동주와 둘이 점심 때까지 쉬지 않고 일했더니 화장실

모양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당장 급한 대로 쓸 수는

있겠다. 여태까지 손님이 와도 화장실이 없어서 숲속에 가서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라고 했는데 이젠 그럴 염려는 없게

되었다.

 몰타르가 다 떨어져서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앞으로 타일도 붙이고 더 멋지게 다듬을 거라고 한다.


 산장에 화장실까지 만들고 나니 이제 아쉬운 것은 별로 없다.

꽃도 종류별로 있고 어지간한 약초는 다 있어서 작은 수목원

이나 다름없다.

 

 

 앞으로는 없는 것만 한 두 가지씩 채워 나가면 될 것이다.

 집으로 오기 전에 산장을 둘러보니 그전보다 많이 짜여져 있어서

흐뭇했다.

 동주가 수국을 새로 심었고, 나는 고수 모종을 구해서 심었다.

 

  새로 심은 수국


 고수 모종

 

 

산장 뒤에는 붓꽃 라인을 만들었고, 앞에는 분꽃 라인을

만들었다. 붓꽃은 동주원에서 옮겨다 심었고, 분꽃은 이승민씨가

심어준 것을 옮겨 심었다. 분꽃이 피면 승민씨가 떠오를 것 같다.

 

 

 

 황금 달맞이꽃

 

 

 범초산장을 중심으로 나와 여러 사람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다. 그 감사한 인연을 헤아려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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