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초록빛이 짙어가는 숲속에서.... (395회)

凡草 2011. 6. 18. 18:39

 <395회>


< 2011년, 6월 18일, 토요일, 구름 많음 >

  

 초록빛이 짙어가는 숲속에서....


 글나라 동화교실에서 그림책 공부를 하다가 이재민씨가 들고 온

‘숲속에서’와 ‘또 다시 숲속으로’를 보았다.

 두 권 모두 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었다.

 이 그림책들은 ‘마리 홀 예츠’가 만들었는데, 마리 홀 예츠가 어린

시절에 오빠들이 주근깨가 많다고 놀리면 숲속으로 도망가서

나무를 타고 놀기도 하고 여러 동물들을 만났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그 경험을 커서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나도 마리 홀 예츠처럼 숲을 좋아한다. 숲은 공기가 맑고

푸른 빛이 가득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초록색을 바라보면 눈의

피로도 풀린다.

 ‘숲속에서’를 읽어보면 아이가 숲으로 가서 여러 동물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마을에서 또래 친구와 노는 것이 아니라 숲에서

여러 동물을 만나는 것이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동물들을 만날까?

마리 홀 예츠도 고독하게 살았기 때문에 아마 그런 그림책을

만든 모양이다.

 

 

 나는 외로워서 산장에 오는 것은 아니지만, 숲으로 들어오면

마음이 안정되고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산장 옆에 푸른 숲이 있어서 참 좋다.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무나 내가 똑같은 동격이 된다.

내가 그들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대등한

사이가 된다. 나도 한 그루 나무로 서 있는 기분이다.

 나무 그늘 속에 앉아 있으면 푸른빛을 내는 나무나 풀들이

동물들처럼 내 옆으로 걸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숲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도시의 탁한 공기를 마시고 살던 내 몸의 세포가 숲에 오면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다.

 작은 나무와 풀 한 포기도 소중한 내 벗처럼 여겨진다.

 산장 안에 있는 잡초야 어쩔 수 없이 뽑지만 사실은 미안한

마음으로 살며시 뽑는다.

 잡초도 내게 맑은 공기 한 줌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자연 화장실에서 바라보면 정면에 숲이 보인다.


 백두산 지역에서 구한 댕댕이 나무 묘목를 분양한다고 해서

12포기를 샀다.

 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막상 집으로 배달된 모종을 보고

두 번 놀랐다.

 아주 꼼꼼하게 신문지로 싸고 종이로 포장하고 테이프로

일일이 붙여서 모종이 상하지 않게 보내준 성의에 한 번

놀랐고, 포장을 다 풀어보니 모종이 손톱보다 작아서 또 한 번

놀랐다.

 

 

 도대체 뛰어난 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 댕댕이 나무가 언제

자라서 열매나 잎을 먹을 수 있을까?

 나는 나직하게 한숨이 나왔지만 일단 정성들여 보내준 성의에

만족하기로 했다. 내가 보낸 돈이 포장한 값만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아나면 다행이고.

 아직은 워낙 작아서 우리 집 옥상에서 키우다가 좀 더 크면

산장에 갖다 심기로 했다.


 싸리꽃과 금은화가 피었다.

 내가 키우지도 않았는데 산장 계곡 옆에 저 혼자 피었다.

싸리꽃과 금은화는 둘 다 차로 마실 수 있다.

 조금 있다가 금은화 차를 마셔봐야겠다.

 

 

 비가 온지 오래 되는데도 계곡 물은 옹달샘처럼 마르지 않는다.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선녀탕이 될 텐데 그때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

 

 목요일 저녁에 윈드가 동화 수업을 하러 오면서 여러 가지

씨앗을 갖다주었다. 지리산 자락에 가서 가져왔다는데

나를 생각하고 갖다 준 성의가 고마웠다.

 꽃무릇과 쑥부쟁이 종류 같은데 일단 밭에 심고 뿌렸다.


 상추는 지금 먹기 좋은 정도로 잘 자랐고 오이도 막 열리기

시작했다. 줄을 엉성하게 매어주었는데도 오이는 주인 탓을 하지

않고 잘 크고 있다.

 

 

 고추도 먹을 만하게 주렁주렁 열렸다.

 여태 내가 가꾼 농작물 중에서 올해가 제일 잘 된 것 같다.

자꾸 하다 보니 요령이 조금씩 늘은 것일까?

 무엇이든 자꾸 하고 관심을 가지면 못해낼 것이 없다.

 

 사상자에 꽃이 피었다.


 회향도 싹이 터서 잘 자라고 있고


 자하가 갖다준 오죽도 새순이 나오는 중이다.


 장구소리가 들리는 ‘장구채’


 머리가 맑아지는 초석잠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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