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하우스를 지키는 남천처럼 (430회)

凡草 2012. 2. 19. 21:26

 

<430회>

 

하우스를 지키는 남천처럼

 

< 2012년 2월 19일, 일요일, 맑음 >

 

올해는 2월 추위가 심하다.

오늘이 우수니까 날씨가 풀릴만도 한데 아직도 여전히 춥다.

그래도 낮부터 기온이 좀 오르는 것 같다.

범초 산장 하우스 안에 여러 가지 식물을 넣어 두었는데 남천

말고는 모두 시들시들하다.

바나나와 벤자민은 아예 죽어버렸다.

그런데도 남천은 한겨울 강추위를 이기고 의연하게 살아 있다.

하우스 안에 남천이 여러 그루 있는데 모두 살아 있다.

아직 추운데도 파릇파릇 살아 있다.

 

 

 

 낮에는 하우스 안의 온도가 15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에는

영하로 내려가니까 추위에 약한 식물은 얼어 죽기 마련이다.

우리가 여기 살면 난방을 하겠지만 자연 그대로 놓아두니

겨울에 얼어 죽는 식물들이 많다.

 하우스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남천이다.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하우스 안에서 보내고 있으니까.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저 남천처럼 잘 이겨내어야겠다.

남천은 얼어 죽지는 않았지만 추위에 시달렸는지 잎을 제법

많이 떨어뜨렸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남천 잎을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 담아 밖에 버렸다.

 

 후배 농장  동주원에 새로 들어온 강아지

 

오늘 산장에는 동그라미 계원들이 모임을 하러 왔다.

막내딸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조직한 동그라미 모임이라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닭백숙을 해 먹었다.

주워 모아 놓은 나무들을 태웠더니 불이 아주 잘 붙었다.

 

 

 

 불을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저렇게 뜨거운 열정을 지녀야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지근한 불로는 아무 것도 덥힐 수 없다.

강하고 뜨거운 불이라야 무엇을 익힐 수 있다.

 

큰 솥에 닭을 넣고 삶았더니 금방 익었다.

추운데 불도 쬐고 닭백숙도 해먹고 일석 이조였다.

불을 처음 피울 때는 힘이 들지만 한 번 피워 놓으면

오래 간다. 사람의 열정도 한 번 지피기가 어렵지 잘 붙기만

하면 오래 간다.

열정이 없다면 겨울에 얼어 죽는 식물처럼 시들시들한 인생이다.

뜨거운 불 앞에서 강한 열정을 배운다.

 

 

 술도 마시고 음료수도 먹고 과일도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아직 춥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꼭 봄맞이

잔치를 한 것 같다.

 음식점에 가면 먹고 나서 곧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있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계원들이 쉬는 틈을 타서 밭에 거름을 골고루 뿌렸다.

밭에도 봄맞이 준비를 한 셈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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