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3만 원에 아들 하나 딸 둘

凡草 2012. 4. 28. 15:55

 

<444회>

 

3만 원에 아들 하나 딸 둘

 

< 2012년 4월 28일, 토요일, 맑음 >

 

산장에 있는 나무들이 몇 그루 죽었다.

날씨가 완전히 풀렸는데도 새순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죽은 게 틀림없다.

대추나무는 원래 싹이 늦게 나오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봐야 하지만

동백, 감, 석류, 사철나무는 아직까지 싹이 나오지 않으면 죽었다고 봐야 한다.

봄이 깊어지기 전에 죽은 나무들 대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그래서 감나무 한 그루는 이웃 최사장 농장에 가서 파왔다. 허락도 받지

않고 먼저 가서 파다 심고 나중에 이야기 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어서 참

감사했다. 비가 오기 전에 급하게 옮겨 심었는데 다행히 심고 나서 비가

왔기 때문에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최사장이 2년 전에 심어준 더덕은 뿌리가 실해졌는지 싹이 더 무성하게

나온다. 봄마다 더덕을 보면 최사장이 떠오른다.

 

 

지난 월요일에 한 수목원에 가서 나무 세 그루를 사왔다.

<한 수목원>은 양산 동면 내송리 359-2 (전화 055-389-0826)에 있는데

다른 곳보다 나무 값이 싸다.

열매가 열리고 있는 4년생 살구나무와 체리, 오가피- 이렇게 3그루를

3만 원 주고 사왔다.

도시에서 3만 원이면 뷔페 한끼 값 밖에 안 되지만 그 돈으로 나무

세 그루를 사서 심으면 두고두고 즐길 수 있다.

정성들여 키운 아들과 딸도 때가 되면 내 곁을 떠나 가고, 동화 교실에

다니던 제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만 두지만, 나무는 내가 파서 없애기

전에는 계속 내 곁에 남아 있다.

나무는 말을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지만 내 곁에 남아 있는 아들과 딸이나

다름없다.

 

배수로 같은 곳에 심어서 죽은 감나무

 

 

3만 원에 나무 세 그루를 사온 날은 매주 내가 등산을 가던 날이었지만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심으려고 등산을 안 가고 나무를

사다 산장에 심었다.

오늘 가서 보니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만약에 죽었다면 살아날 때까지

심을 것이다.

유실수는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어야 하는데 만약에 부득이 물이 많은 곳에

심으려면 흙을 많이 붓고 주위보다 높게 심으면 된다고 한다.

이 방법을 이병목씨한테 배웠는데 그 전에 심은 감나무 두 그루는 이웃

밭둑 밑에 있어서 물이 지나가는 수로에 심은 셈이었다.

 

 흙을 많이 붓고 높게 심은 감나무

 

이번에는 흙을 돋아주고 높게 심었다.

나무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로 자라기 전에는 거름을 많이 주지

말아야겠다. 어린 나무일 때 거름을 많이 주었다간 죽이기 십상이다.

 

새로 심은 오가피

 

새로 심은 살구나무

 

새로 심은 체리

 

오늘 산장에서 일을 하고 쉴 때 고기에 천궁과 삼백초, 잔대를 뜯어서 안주 삼아

맥주 한 잔을 했다. 봄부터는 약초가 나오니 반찬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앵두는 벌써 열매가 조롱조롱 달리기 시작했고, 민들레도 꽃을 많이 피웠다.

2주 전에 심은 흰민들레 모종은 자리를 완전히 잡았다.

 

 

 

화단에는 매발톱 꽃이 피었고, 딸기꽃도 피었다.

 

 

 

여러 가지 꽃이 피니 벌이 많아서 벌침을 여러 방 맞았다. 전립선염을 예방하기

위해 단전에 서너 방, 머리 숱을 늘리기 위해 백회혈에 세 방, 다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족삼리에 한 방씩 맞았다.

벌침을 종종 맞은 덕분에 아직 아픈 데는 없다. 등산도 매주 6-7시간은 무난히

할 수 있다.

 

 

 

댑싸리 싹도 많이 돋아났다. 지난 겨울에 안락동에 있는 김유순씨가 칸나 뿌리를 보내주면서

봄에 댑싸리 모종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서 며칠 전에 택배로 보내주었다.

살아 있는 생물이라 택배로 보내서 잘 살아날지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는 인터넷으로 동화를 배우는 신원미씨가 신랑과 함께 나를 찾아와서

저녁을 함께 했다. 작년에도 한 번 찾아온 적이 있는데 올해는 샘터사에서 모집한

동화에 입상을 했기 때문에 수상 축하 만찬이 되었다.

신랑이 1년에 한 번은 부산에서 열리는 의사 학회 모임에 참석하는데 원미씨도

따라 와서 나를 꼭 찾아온다. 덕분에 동화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를 만나기 위해 평택에서 직접 차를 몰고 온 신랑의 성의도 참 대단했다.

아마 다른 신랑이었다면 아내만 보내고 자기는 다른 곳으로 갔을 텐데 꼭 같이

오는 걸 보니 아주 무던한 사람이다.

 

유진목장표 보리수 나무

 

잎이 점점 더 번지고 있는 뽕나무

==>  중풍과 고혈압 등.. 혈관 병에는 뽕잎차가 특효약이다.

  

 양산 우리 집은 햇볕이 적게 들어오는데 산장에 오면 햇빛이 환하게 들어와서

기분이 좋다.

 이불 널기에도 좋고 숲속 공기도 좋아 산사에 온 느낌이다.

나는 오늘도 전망 좋은 산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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