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아로니아를 심을 자리 (468회)

凡草 2012. 9. 2. 23:29

 

<468회>

 

아로니아를 심을 자리

 

< 2012년 9월 2일, 일요일, 맑음>

 

아내가 여행을 가서 혼자 산장에 갔다.

어제는 점심을 먹고 선동 갈릴리 농장에 구경하러 갔다.

곧은터 카페에서 알게 된 밝은햇님 농장이었는데 아주 넓었다.

주인 부부와 환담을 나누고 돌아왔다.

 

 

산장은 태풍이 지나갔어도 큰 피해가 없었다.

나무가 쓰러진 것은 하나도 없고 백일홍, 고추, 가지가 옆으로 쓰러진

정도였다.

쓰러진 고추와 가지를 줄로 다시 묶어주었다.

 

 

 

지난주보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밤에는 서늘해서 이불을 덮어야 할 지경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실내 기온이 21도였다.

지난주에는 아침에도 26도 정도였는데...

 

 

 

어제 저녁에는 가지나물과 꼬막을 먹었고 오늘 아침에는

도룩묵 찌개를 해 먹었다.

아내가 여행 가면서 반찬 걱정을 하길래 내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잘 하진 못해도 나 혼자 충분히 해 먹을 수 있다.

아내가 없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기회다.

 

 

어제 밤에는 책을 읽었다.

권투 선수 김주희씨가 경험을 풀어낸 책인데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

가슴이 짠하면서도 용기가 팍팍 샘솟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번 주에는 책을 읽으려고 일부러 컴퓨터를 안 갖고 갔다.

컴이 있으면 그 놈만 붙들고 있을 텐데 없으니까 책을 밤늦게까지 보았다.

다음주에도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산장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으니 참 좋았다.

 

글을 쓰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 김주희 지음, 다산북스 발행>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김주희는 권투 선수다. 16살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자 프로선수로 데뷔했고,

19살에 여자복싱 사상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지난해 9월, 4개 기구 통합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현재까지

6개 기구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 기록을 세웠다.

집 나간 엄마, 아픈 아빠, 지독한 가난….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은 차라리 약과였다. 다치고 상처 받고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며 그녀는 자살을 시도할 만큼의 극심한 우울증도 겪었다.

급기야는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야 하는, 권투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수술을 받으며 절망의 순간도 헤맸다. 많이 울었고 많이 아파했다.

그러나 끝내는 일어섰다. 흔들릴지언정 물러서지는 않는 청춘!

스스로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끝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수십 번의 절망을 이겨내는 마음이 수백 번의 희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녀는 결국 증명해 보이고 있다. 수술 후 9개월, 그녀는 또 한 번

챔피언 벨트를 따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연이어 챔피언 전을 치르며

링 위에서 분투하고 있다. 여전히 다치고 아픈 순간들과 맞서고 있지만,

그럼에도 웃음 짓는다. 그렇게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스물여섯 김주희, 그녀는 지금 가장 빛나는 청춘을 보내고 있다.

샤워를 하고 땀에 전 체육복을 세탁해서 널고 나면 밤 11시.

권투선수가 되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도 석 달을 못 버틴다는 훈련이었다.

집에 갈 시간이 되면 훈련을 좀 더 못한 게 아쉬웠다. 곰팡내 나는

눅눅한 집보다 땀 냄새에 절어 있는 체육관이 나는 더 좋았다.

땀 냄새는 빵 냄새처럼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그건 희망의 냄새였다.

열심히 땀 흘리다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이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나는 내일,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내 정신력은 이것밖에 안 될까? 내 결심은 왜 1초를 넘기지 못할까?’

훈련을 하면서 거울에 비친 나를 쳐다봤다. ‘김주희! 링에서 무릎을 꿇는 날,

너는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어지는 거야.’

내 안에 있는 1퍼센트의 의지라도 끌어 모으려고 거울 속의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관장님이 ‘때려!’라고 할 때마다, ‘나는 세상에 맞서

이길 수 있다, 나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를 복창하며 눈빛에 기합을 넣었다.>

 

 

아침을 먹고 잡초 투성이 밭을 깨끗이 정리하고 시금치와 금강초,

곤드레를 심었다. 손바닥처럼 작은 밭이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많이

뜯어 먹을 수 있다.

 

 

 

깻잎도 반고랑만 심었는데 이 정도로 잘 컸다.

 

 

뭐든 욕심 부리지 말고 적은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밭 정리가 끝나자 범초산장에서 가장 지저분한 곳을 치웠다.

그동안 나무가 많이 쌓여 있어서 엄두도 못낸 곳이었는데

나무가 비를 맞고 삭아서 이젠 치우기가 쉬웠다.

늘 숙제처럼 남아 있던 곳을 정리하고 나니 3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속이 후련했다.

 

 

 

 

 

오랜만에 곡괭이를 휘두르고 나니 운동이 되어서 좋았다.

나무를 치우고 돌도 들어내고 반듯하게 만들었다.

와송 한 판과 아로니아 12주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놓았는데

집에 도착하면 이 자리에 아로니아를 심을 생각이다.

아로니아가 요즘 안톤시아닌이 많은 식물로 주목을 받고 있어서

노는 땅에 심으면 풀도 제거하고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일을 다 하고 나서 금불초 차를 마셨는데 맛이 국화차와 흡사하면서도

독특했다. 향이 좋아서 금불초를 더 번식시켜야겠다.

 

 

버섯 종균 넣은 자리는 아직도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종균 넣은 뒤에 적어도 7-8개월이 지나야 된다니 아직 멀었나 보다.

 

 

 

연꽃 심은 통에는 단풍나무 그늘이라서 그런지 연은 잘 자라지 않고

어리연꽃이 딱 한 송이 피었다. 한 송이라도 안 핀 것은 아니니까

심은 보람이 있다.

 

 

 

화장실에서 바라본 풍경 

 

호박덩굴이 정글처럼 무성하게 뻗었다.

 

 

익모초 꽃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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