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미워할 수 없는 박주가리 (471회)

凡草 2012. 9. 16. 23:29

 

<471회>

 

미워할 수 없는 박주가리

 

<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비 >

 

태풍 ‘산바’가 올라온다고 해서 엉성한 고추 줄기를 끈으로

매어 주었다.

얼치기 농부라 대충 묶어 놓았는데 센 바람이 불면 제대로

서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고추는 한창이다. 올해는 김장 배추를 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더 놓아두었다가 관리하기 쉬운 마늘을 심을 작정이다.

 

 

 

벨가못을 두 뿌리 분양받았다. 불량감자라는 분이 보내주어서

산장에 심었다. 벨가못은 허브 종류인데 빨간 꽃이 아주 예뻐서 꼭 구하려고

했는데 고맙게도 불량감자님이 보내주었다.

태풍 오기 전에 심어서 잘 살아날지 모르겠다.

 

 

동주가 초봄에 옮겨 심은 쪽동백나무가 몸살을 하는지 잎이 거의 다

떨어져서 죽은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오늘 보니 몸통에 파란 잎 몇 장이 붙어 있다. 아직 완전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 파란 잎 몇장만 보아도 희망이 느껴진다.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아내가 낮에는 모임에 가고 없어서 나 혼자 반찬을 해먹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뽕잎밥에 꽁치 찌개와 가지나물이다. 쌈은 삼백초와

차조기를 싸 먹었다. 봄처럼 많은 쌈 종류는 없지만 그래도 가을까지

쌈거리가 떨어지지 않아서 좋다.

 

 

 

 

잔디밭에 박주가리 어린싹이 돋아났다. 벌써 몇 개나 뽑아내었는데

계속 나오고 있다. 박주가리 싹은 아무리 뽑아내도 끈질기게 또 나온다.

내 인내를 시험이라도 해보려는 것 같다.

솔직히 뽑아내다가 나도 지쳤다. 저렇게 끈기있는 녀석이니 하나쯤은

살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풍나무를 감고 올라간 녀석은 모른 척 내버려두었다.

 

 

 

 

 

내가 아무리 뽑아낸다고 해도 어느 틈에 하늘 높이 올라가서

씨를 맺고 바람에 날려 보낼 것이다. 박주가리 씨는 낙하산 게릴라

부대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막기가 힘든다.

박주가리는 미워도 계속 단념하지 않고 돋아나오는 저 끈기는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사람도 박주가리의 게릴라 부대같은 용기와 끊임없이 돋아나오는

도전 정신을 가진다면 어느 분야에서도 성공할 것이다.

 

 

꽈리와 에키네시아

 

박주가리는 약한 몸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해독작용을 해준다.

또 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허리와 무릎을 튼튼하게 해준다.

생명력이 강한 민들레, 질경이, 쑥이 우리 건강에 좋듯이

박주가리도 마찬가지다. 박주가리 잎을 잘라보면 하얀 즙이

나오는데 이런 액을 <실리마린>이라고 한다. 씀바귀, 민들레,

엉겅퀴, 왕고들빼기, 마, 잔대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이 실리마린은

독버섯을 먹고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만큼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간에 좋다고 하니 자주 먹는 것이 좋겠다.

 

취나물 꽃

 

언젠가 보리밥집 최사장님한테 들었는데 자기 부친의 장수 비결로

5가지 잎을 즙을 내어 소주 컵으로 한 잔씩 매일 마셨다고 한다.

그 5가지 잎 중에 박주가리가 들어간다. (쑥, 무궁화, 박주가리.

구기자, 뽕잎)

 

  

 풍년화가 제법 많이 자랐다

 

로즈마리

 

정상적으로 자란 줄기보다 땅에 드러누운 줄기에서 달맞이꽃이

더 많이 피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고난을 당할 때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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