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외로우면 걸어라 (480회)
<480회>
외로우면 걸어라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비온 뒤에 갬>
수내에 있는 범초산장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지만 다람쥐 체바퀴 굴리듯 산장 안에서 뱅뱅 돌아다닐 수는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에 간다.
요즘에는 아내가 토요일에 등산을 가자고 해서 가볍게 산행을 한 번 하고 월요일에는 조금 더 많이 걷는다. 일주일에 두 번을 걸어도 지치거나 식상하지는 않는다. 걸으면 언제나 세상이 새롭게 다가온다.
며칠 전부터 <외로우면 걸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김영재씨가 쓴 책인데, 전국에 있는 여러 가지 옛길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내 기대에는 좀 못 미치는 내용이었지만 걷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었다. 책 제목처럼 외로울 때 가장 좋은 처방법은 걷는 것이다.
지금이야 힘든 일을 다 극복했지만 나도 무척 힘든 일이 있었을 때는 지칠 때까지 걸었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랬더니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마음에 생긴 병은 몸을 힘들게 하면 낫는다. 약으로 다스리면 당장은 낫지만 또 힘들게 되면 약에 의존하게 된다. 약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약에 매달리는 것보다 많이 걷는 것이 더 좋은 처방이다. 산길이 힘든 사람은 둘레길도 좋고 편편한 길도 좋다. 어디든 자기 체력과 시간에 맞게 걸으면 될 것이다. 걷는 일은 돈도 안 들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거꾸로 가거나 제 자리에 머무는 걷기는 절대 없다.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신선한 감동을 받는다. 지금 안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은 무작정 걸어볼 일이다. 안 좋은 일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게 되면 조금은 잊게 되고 어떤 위로를 받을 것이다. 걷는 것은 세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요, 나에게 성취감을 안겨주는 긍정적인 행동이다.
비파나무 꽃
산장에 가서 효소를 거르고 치자를 땄다. 작년보다는 조금 더 많이 땄다. 산장에 치자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햇볕이 잘 드는 데 있는 것보다 자연 화장실 구석에 심은 치자나무에 더 많은 열매가 달렸다. 어째서 환경이 나쁜 쪽에 더 많은 열매가 달렸을까?
치자 열매는 물감을 들이는 데 주로 쓰지만 겨울에 목감기를 치료하는 약으로도 쓰인다. 올 겨울에 목이 아프면 끓여 먹어야겠다. 약을 미리 준비해 두었더니 올해는 아직 목감기가 오지 않았다.
며칠 전에 동화작가 안선모 선생님을 만났는데 직접 만든 뽕잎차를 한 병 선물로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뽕잎차라 참 고마웠다.
이렇게 만들자면 꽤 시간이 걸릴 텐데 그냥 받기가 미안했다. 나도 수내에서 뽕잎차를 만들어서 답례를 해야겠다.
8그루 심은 녹차 나무 중에서 2그루가 살아 남았다.
범초산장에도 단풍이 곱게 들었다.
나도 뽕잎차를 만들려고 어제 산장에 갔을 때 뽕잎을 땄다. 집으로 가져와서 물에 씻고 물을 조금 뺀 다음, 후라이팬에 덖었다.
다 덖은 다음에는 건조기에 말려서 뽕잎차를 완성했다. 주의할 점은 수분이 있는 채로 놓아두면 곰팡이가 피어서 못 먹게 된다. 보관하기 전에 수분을 완전히 말려야 한다. 몇 번이나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건조기를 사서 쓰게 되었다.
안선모 선생님이 만든 것만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물에 우려내었더니 잘 우러나왔다. 뽕잎차를 제대로 만들려면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뽕잎에서 잎자루를 다 잘라야 하고 잘게 썰어서 덖으면 더 보기 좋은 모양이 된다. 솥이나 후라이팬에 덖을 때는 아주 약한 불로 데우면서 장갑을 끼고 두 손으로 잎을 비벼야 한다. 그래야만 차 성분이 잘 우러나온다. 그냥 주걱으로 뒤집기만 하면 차 성분이 많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러자면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나는 시간을 아끼려고 대충 비비고 덖었다. 정성이 적게 들어가면 차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늘 김하늬 결혼식에 축하하러 갔다. 하단 센텀웨딩홀에서 결혼식이 열렸는데 계몽아동문학회 잔치 같았다. 서울에서 문삼석, 오순택 회장님과, 김향이, 한상순, 유은경, 임정진, 고영미씨가 왔고, 대전에서 김은아씨가 왔다. 부산에서는 박 일, 이자경, 신지은씨가 전원 참석했고, 주례는 김문홍 박사, 사회는 임정진씨가 맡았다.
축하 공연은 이상미씨 아들 김수현이 독창을, 이자경씨가 오카리나를 불었다. 그 외 서울에서 최은순, 임서경, 이미애씨가 축하객으로 참석했고, 부산에서는 이상미, 김미숙, 박현숙, 이영득, 이은, 허명남, 이하은 등이 나왔다.
하늬 신랑을 보니 인물도 좋고 선하게 생겨서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하고 착한 하늬가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 나가길 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