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겨울에 먹는 나물 (483회)

凡草 2012. 12. 1. 23:27

 

 

 

<483회>

 

겨울에 먹는 나물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맑음>

 

지난주에 다 못한 연꽃 통 묻기 작업을 계속했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모래와 돌을 퍼올리려고 했는데 아직 물이 많아서

모래를 퍼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물이 차가워서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모래를 조금 퍼다 통 주위를 덮고 통 위를 부직포로 덮어

주었다. 이렇게 해놓으면 흙으로 묻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추워서 얼어죽지 말고 잘 자라, 연꽃!

 내년 3월에 이불을 벗겨주마!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니 범초산장이 숲 속에 오두마니 앉아 있다.

여름에는 보이지 않더니 나뭇잎이 다 떨어지니 보인다.

 

 

점심을 먹고 질경이를 캐었다. 질경이는 기침 감기에 좋은 야생초다.

기침이 심할 때는 질경이를 한 줌 주전자에 집어 넣고 달여서 마시면

좋다. 작년에 기침이 심할 때 질경이를 구하려고 해도 한 겨울이라

질경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처럼.

 그래서 올해는 미리 캐서 말려놓기로 했다.

 

 

금자씨가 개망초를 데쳐서 나물로 먹으니 맛있다고 해서 나도 한 번

캐서 먹어보기로 했다. 산장에 겨울에도 개망초가 파랗게 살아 있다.

여태 다른 나물 먹느라고 이건 안 먹어 보았는데 도대체 어떤 맛일까?

한 소쿠리 캐어서 데친 다음 된장에 무쳤다.

 

향이 나쁘지는 않았다. 먹을만 했다. 개망초가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픈데 이젠 캐어서 먹으면 되겠다. 잡초도 뽑고 나물로도 먹고.

겨울에도 파랗게 살아 있는 걸 보면 생명력이 참 강한 녀석이다.

겨우내 개망초를 뜯어 먹으며 봄을 기다려야겠다.

 

 

 

사다리를 갖고 다니며 나무 가지를 잘라 주었다.

매실과 가죽나무 가지를 잘랐다.

사다리가 있으니 혼자서도 높은 가지 자르기에 편하다.

매실 가지를 자르면서 보니 꽃눈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내년 봄에 매화꽃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겨울 강추위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견딜만 하다.

내겐 봄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여러 가지 나물이 쏘옥쏘옥 고개 내밀고 나올 테니까 신 나는 봄이

될 것이다.

마치 보물찾기하듯 이것저것 찾아봐야지.

나 모르게 튀어나올 새순들. 내가 미처 못 찾고 두리번거릴 때

‘나 여기 있는데’하며 손을 흔들겠지.

지금 잘 모르는 식물 이름도 봄이 되어 쑥쑥 자라면 알게 될 것이다.

 

 

 

 아침에 산장으로 차를 몰고 오다가 ‘양산 시민 관악제’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내가 어릴 때 군악대가 연주하는 것을 따라 가며 들은 적이 있다.

 군악대가 큰북을 힘차게 치고 작은 북을 리듬감있게 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모르게 용기가 솟아 올랐다.

 그 뒤에 운동장에 가서 고적대 경진대회를 재미있게 본 적도 있었고.

 

그 때 기억이 떠올라서 산장 일을 빨리 마쳐 놓고 보러 가기로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이니까 3시 반 전에 출발하면 된다.

차를 몰고 양산문화예술회관으로 달려갔다.

양산 시청 옆에 있는 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해보니 아직 시작 전이었다.

입장료는 뜻밖에도 무료였다. 완전히 횡재한 기분이었다.

사람도 많이 없어서 로얄석에 앉아서 구경했다.

 

 

해군 군악대와 양산 윈드오케스트라가 협연을 했다.

행진곡도 좋았고 여러 연주곡도 잘 들었다.

그 중에 제일 인상적인 것은 김수영 해군 병장이 부른

Impossible Dream이었다. 뮤지컬 가수 출신인지 노래를 잘 불렀다.

이 노래는 뮤지컬 ‘Man of La Mancha’에 나온단다.

 

‘라만차의 돈키호테' 중 <불가능한 꿈>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참아가며,

용감한 사람들도 가지 못한 곳으로 달려가고,

 

바로잡을 수 없는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며,

저 먼 곳의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양팔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저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

 

아무리 멀고 희망이 없어 보여도 그 별을 찾아 가는 것,

그것이 나의 순례라오.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가져야 할 권리를 위해 의심이나 중단 없이 싸워 나가는 것,

그것이 나의 천명.

 

이 영광스런 싸움에서 내가 끝까지 진실할 수 있다면

언젠가 평화롭게 쉴 수 있겠지.

 

경멸과 고통으로 상처 가득한 한 인간이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서

저 닿을 수 없는 별에 닿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좋아지겠지.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만든 신춘수 대표는 말했다.

“실패가 두렵더라도 꿈이라는 끈을 놓지 말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어라. 돈키호테처럼!”

그렇다. 돈키호테는 미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열망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

누구나 돈키호테처럼 있는 힘을 다해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12월 첫날 좋은 공연을 보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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