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502회)
<502회>
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맑음 >
내가 주말마다 찾아가는 산장 주변이 아주 조용했는데 요즘 들어 사람이 모여 들고 있다. 넓은 밭을 몇 개로 나누어 사더니 하우스도 짓고 나무도 심고 하루가 다르게 짜임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일 년 전만 해도 평당 40만 원 정도 하던 밭이 요즘에는 60만 원 정도까지 거래가 되고 있다. 땅은 수요가 한정되어 있는데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니 값이 올라가는 모양이다. 도시 사람들이 농사 짓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땅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는데 왜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되었을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하면서 마땅하게 갈 곳이 없어지자 땅에 눈을 돌린 모양이다. 땅을 사서 채소를 기르면 반찬 거리도 마련하고 운동이 되는데다 몇 년 지나면 땅값이 오르게 되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할미꽃 군락지
예전에는 도시 근교의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았지만 요즘에는 실수요자가 몰리다 보니 넓은 땅은 거래가 안 되고 200평에서 400평 정도의 땅이 잘 팔린다. 내 산장 주변에도 텃밭 정도의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서 이젠 땅을 구하려고 해도 기다려야 할 판이다. 천덕꾸러기이던 땅이 이제야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반갑다.
나는 원래 심고 가꾸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찍 땅에 관심을 가졌지만 은퇴자가 늘어나면서 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땅으로 돌아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마치 부모님을 외면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돌아오듯이.
다른 데 가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 땅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훨씬 가치있고 생산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땅을 속일 수는 없다. 땅은 정직하다. 땅과 자주 만나다 보면 흙의 진실을 배우게 된다. 땅은 얼렁뚱땅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에겐 그렇게 밖에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묵묵히 일하고 땀을 흘려야 땅도 그만한 대접을 해준다.
땅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사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과 돈을 모아 사기도 한다. 어쨌거나 산장 주변에 이웃이 늘어가니 외롭지 않아서 좋다. 서로 농사 정보도 교환하고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주말에는 지리산 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거긴 아직 추워서 꽃들이 많이 피지 않았다.
산장에 가 보니 매화가 다 피었다. 목련은 다른 곳에 비해 늦은 편이다. 아직 꽃봉오리가 벌어지지 않았다. 살구꽃과 앵두도 곧 필 것 같다. 아직 꽃샘추위가 계속 되고 있지만 나무들은 계절을 알아채고 착착 준비를 한다.
우리는 춥다고 웅크리지만 할미꽃이 꽃대를 힘차게 밀어올렸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질경이
약초사랑님표 천궁이 올해도 나왔다.
삼잎국화가 어느새 무성하게 자랐다. 나물로 자주 해 먹는다!
요즘 산과 들에 피어난 봄꽃들 모음 (양산 오봉산에서...)
얼레지
노루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