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비밀의 강 (503회)

凡草 2013. 4. 1. 21:04

 

<503회>

 

비밀의 강

 

< 2013년 4월 1일, 월요일, 맑음 >

 

3월 30일에는 남천동 벚꽃과 해운대 달맞이 벚꽃을 보러 갔다.

화명동 길가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남천동도 다 피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갔더니 완전히 절정이었다.

원래는 아내와 진해로 벚꽃 구경을 가려고 했는데 길이 멀고

사람이 붐빌 것 같아 꿩 대신 닭이라고 남천동으로 갔다.

거기 벚꽃도 진해 못지않았다. 수십 년 된 벚나무가 줄지어 있어서

보기 드문 구경거리였다.

때를 잘 맞춘 덕분에 지금까지 본 벚꽃 중에서 제일 좋은 모습을 보아서

행복했다.

해운대 달맞이는 아직 삼분의 일 밖에 안 피어서 화려하지는 않았다.

해운대도 다음 주면 절정이 되겠다. 아직 안 본 사람은 4월 5-6일쯤

달맞이 언덕에 가면 제일 좋은 꽃구경을 할 수 있겠다.

 

 

꽃구경을 하고 나서 기장에 있는 수산과학원에 차를 주차해 놓고

용궁사를 거쳐 송정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차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갔더니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짭조름한 갯내음을 맡으며 걸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미역 말리는 것도 보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기장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산장으로 들어갔다.

 

 

 

 

도라지집 아주머니 말을 들으니 내가 없는 동안에 낯선 사람들이 많이

와서 쑥을 캐어 갔다고 했다. 쑥을 캐어 가는 것은 좋은데 방풍을 뽑아가고

돌탑까지 무너뜨려 놓았다.

조금 속이 상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매일 살면서 지킬 수도 없으니 내버려

두는 수밖에.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몰래 와서 뜯어 가고 캐어 간들 나처럼 자연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즐거움이 많다. 어쩌다 한 번 오는 뜨내기들이

어찌 나만큼 산장을 속속들이 알고 마음 편하게 즐기겠는가! 나는 산장에 있는

모든 것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기 때문에 산장에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약초를 많이 심어 놓았지만 투구꽃 같은 독초도 심어 놓았기 때문에 잘못 뜯어

갔다간 낭패를 당할 것이다. 물론 남을 골탕 먹이려고 독초를 심어 놓은 것은

아니고 독초도 사용법을 알면 좋은 약이 되기 때문에 구해 놓았다.

 

 

 

 

요즘 ‘비밀의 강’이라는 그림책을 읽었는데 참 좋았다. 내가 지도하는 동화

교실에서 소개할 예정인데, 칼포니아라는 여자 아이가 숲속에 있는 비밀의 강에

가서 물고기를 많이 잡아오는 내용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된 때는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30년 대공황 무렵이다.

마을 사람이 모두 어려운 때였고 아빠도 힘들어 해서 칼포니아가 물고기를

잡으러 비밀의 강을 찾아간다. 칼포니아는 비밀의 강을 찾았고 많은 물고기를

잡아 온다.

하지만 그 기억을 되살려 한 번 더 찾아갔을 때는 찾을 수가 없어서 헛걸음을

한다.

 

 

 

처음에는 찾았는데 왜 다음에는 못 찾았을까?

그것은 두 번째로 갔을 때는 처음만큼 간절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배가 부르고 여유가 있으니까 악착같이 찾지 않고 대충 찾으니까 못 찾는

것이다.

자연은 아무 때나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

정말 필요로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찾고, 훔치거나 가로채는 것이 아니라

선한 마음으로 구하고, 남과 나누려고 할 때 자연이 사람을 도와준다.

나도 산장에 무엇을 많이 심어서 나만 독차지할 게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야겠다.

 

 

일요일에는 동그라미 계원들이 놀러왔다.

이홍식씨는 고기 구워 먹는 기구를 만들어 왔다.

덕분에 앞으로 여기다 고기를 구워 먹으면 되겠다.

친척도 자주 안 오는데 이홍식씨 부부와 이승환씨 부부는 종종 찾아온다.

사람은 자주 만나야 정이 든다. 매화와 진달래가 피었을 때 찾아왔으니까

백일홍과 배롱나무가 피었을 때도 오라고 불러야겠다.

 

 

산장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매화, 진달래, 개나리, 꽃잔디, 살구꽃들이

다 피어서 사방이 환하다.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계절이다.

 

 

살구꽃

 

  벨가못을 새로 심었다.

 

모람이 감국 세 포기를 갖다 주어서 잘 심었다. 감국은 국화차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모람 덕분에 가을에는 감국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알게 모르게 제자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나도 행복하게 살고 있고 산장도

풍성해졌다.

 

 

구릿대가 잘 크고 있다

 

 블렉베리가 겨울에는 막대기처럼 서 있더니 싹을 내밀었다.

 

 활짝 핀 할미꽃

 

 세울이 갖다준 히야신스가 해마다 봄이 되면 꽃대를 밀어올린다.

 히야신스만 보면 세울이 생각난다.

 

동주가 무너진 돌탑을 새로 쌓았다. 참 기술도 좋다. 난 엄두가 안 났는데

무너진 돌들을 다 주워 모아 탑을 만들었다.

 

 

  때죽나무와 버드나무에도 새순이 나오고 있다. 봄이 무르익어 간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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