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똥을 먹고 사는 사람들 (532회)
<532회>
똥을 먹고 사는 사람들
< 2013년 9월 14일, 토요일, 가끔 비 >
옥수수 대를 뽑고 나서 그 자리에 마늘을 심으려고 거름을 뿌려 놓았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거름이 꼭 필요하다. 거름이 없으면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거름은 한 마디로 ‘똥’이다. 우리 밭에 뿌리는 거름은 메추라기 똥이다.
다른 집 밭도 마찬가지다. 소똥, 닭똥, 돼지똥을 거름으로 쓴다. 똥은 제일 더러운 것인데 어째서 똥이 아니면 안 될까? 똥에는 효소도 들어있고 다 흡수하지 못한 영양분이 들어 있다. 알고 보면 똥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 냄새가 나서 그렇지 보물과도 같다.
‘똥 도둑질’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부잣집 마당에 몰래 가서 똥을 훔쳐 왔다. 그 똥을 자기 거름 위에 올려놓았다가 밭에 뿌리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부잣집 똥은 황금처럼 귀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훔쳐 가려고 호시탐탐 노렸다.
만약에 똥이 아무 쓸모가 없다면 날마다 나오는 그 많은 똥을 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느님은 사람이 먹고 마지막에 누는 똥을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똥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똥은 더 이상 더러운 것이 아니며 보물 대접을 받게 되었다. 똥이 농작물을 키우고 사람은 그 농작물을 먹고 똥을 누며 똥은 다시 농작물한테 뿌려져서 영원히 돌고 돈다. 사람이 아무리 깨끗한 척 해봐야 알고 보면 똥을 먹고 사는 셈이다. 그 냄새 나는 똥을 먹고 살기 때문에 입을 쉬지 않고 놀리면 똥 냄새를 퍼뜨리는 것과 같다. 입은 꼭 필요할 때만 열어야 한다. 똥을 먹고 사는 주제에 잘난 척 해봐야 속이 다 들여다보인다. 그러므로 만물의 근원을 알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밭에 뿌린 거름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저 냄새도 며칠 지나면 사그러들 것이다. 비를 맞고 흙과 섞이면 좋은 영양분으로 둔갑한다. 똥을 뿌려 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두르면 농작물이 말라죽어 버린다. 똥이 삭을 때까지 기다려야 모종이 죽지 않는다.
지난 월요일에는 오봉산에 등산을 갔다. 늘 가던 곳으로 안 가고 새로운 길로 가다가 칡꽃이 엄청나게 많은 곳을 보았다. 새길로 안 갔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익숙한 길도 좋지만 가끔은 새로운 길로 가야 창의력이 좋아지고 감성이 눈을 뜬다. 등산을 가던 참이라 월요일에는 칡꽃을 한 봉지만 땄다.
그게 아까워서 오늘 가서 마저 뜯기로 했다. 어차피 놓아두면 다 떨어져 버릴 테니까. 보통 사람들은 그게 무슨 꽃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큰 자루를 들고 갔다. 집에서 100미터쯤 걸어갔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거 어떡하지? 우산을 안 갖고 나왔는데 도로 돌아가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오래간만에 오는 비니까 맞으며 따다가 옷이 많이 젖으면 돌아오지 뭐. 그냥 비를 맞고 걸어갔다. 비를 좋아하니까 맞는 것도 즐겁다.
칡꽃이 흐드러진 곳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하고자 하는 사람 앞에는 비도 내리지 않는다. 월요일보다는 칡꽃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아직 많았다. 아무도 안 따는 칡꽃을 나 혼자 실컷 땄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딴 칡꽃 중에서 오늘 제일 많이 땄다.
칡꽃을 따면서 눈으로는 붉은 색깔을 보고, 코로는 향기를 맡고 손으로는 보드라운 꽃잎을 만졌다. 그윽한 칡꽃 향기에 젖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루를 채웠다. 한 자루를 채우자 그만 따기로 했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적당할 때 돌아서야 지혜로운 사람이다. 끝을 보려고 했다간 무리해서 다칠 수도 있고 뱀이나 독충에 다칠 수도 있다. 아쉬울 때 돌아서야 현명하다.
다 딸 때까지 비가 안 와서 날씨 덕도 보았다. 집으로 들고 와서 칡꽃 차를 우려 마시고 유리병에 효소를 담았다.
동서문학상 동화 가작, 어린이동산 동화 가작을 받은 현정씨가 드디어 창주문학상에 뽑혔다. 좀 더 열심히 쓰라고 ‘가작 전문’이라고 놀렸는데 이제 당선을 해서 숙원을 풀었다.
신세계 동화교실 회원들은 해운대 도서관에 모여 글을 쓰기도 하고, 매월 합평회를 하는 등, 동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2013년 7월에 양지영씨가 통일 동화 최우수작을 받았고, 8월에 역시 양지영씨가 여성 조선 문예상 동화부문 우수작, 9월에는 우애란씨가 천강문학상 동화 우수작, 이어서 현정씨가 또 수상을 했다.
신세계 동화교실을 처음 열었을 때는 완전히 초보였던 사람들이 4년 정도 지나니 동화를 제법 잘 쓰고 있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오래 하면 전문가가 되는 법이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져도 계속 도전하면 마침내 성공한다. 한 번만 성공하면 그동안 무수하게 떨어졌던 실패가 다 지워져 버린다. 그러니 성공하고 볼 일이다. 신세계 동화교실은 수업 분위기가 좋고 회원들 인성도 좋아서 앞으로도 좋은 결실이 기대된다.
꽃 며느리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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