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낙엽은 나무가 후회하는 눈물인가? (544회)

凡草 2013. 11. 24. 18:50

 

 

 

<544회>

 

낙엽은 나무가 후회하는 눈물인가?

 

< 2013년 11월 24일, 일요일, 맑음 >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지고 있다.

산장에 가득 떨어진 단풍잎을 보니

나무가 열심히 일해야 할 때 빈둥빈둥 놀은 것을 후회하는 눈물 같다.

열심히 일했다면 굳이 자책할 필요가 없을 테고

게으른 때가 있었더라도 지나고 나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지나간 날을 돌이켜보며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그게 최선이다.

 

 

 

 

 

<백팔 배>

                      하빈

 

바람결에

엎드렸다 일어서고

엎드렸다 일어서고

 

예쁜 꽃 피게 해 주세요

튼튼히 자라게 해 주세요

 

백팔 배 하는

엄마 풀잎

 

 

엄마 풀잎이 백팔 배 하면서

애쓴 덕분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이겠지.

풀이든 사람이든 노력하지 않고서는 열매를 거둘 수 없다.

오늘은 봄날처럼 포근했다.

낮에는 15도까지 올라갔다.

아직은 따스하지만 다음 주에는 추워진다고 한다.

추위가 다가오기 전에 뽕나무 가지를 잘라주고

치자 열매를 땄다.

치자 열매는 차로 끓여 마셔도 좋고

목감기에 효험이 있는데 작년보다 많이 땄다.

 

 

 

 

 

 

뽕나무 가지는 잎을 따기 좋도록 머리 위보다 높은 가지는 일일이 쳤다.

자른 가지는 잘게 끊어서 끓여 마시려고 모았다.

여름내 자란 뽕나무 가지가 제법 많다.

봄과 여름내 땀을 흘린 덕분에 지금은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낙엽 보육원>

                             하빈

 

엄마 떠나

헤매던

은행잎

벚나무잎

버즘나무잎

다 모여듭니다

 

추웠지?

서로 보듬어 줍니다

 

외로웠지?

등을 다독거려 줍니다

 

담장 아래 구석진 곳은

낙엽들의 보육원입니다

 

 

아내가 마늘밭에 웃자란 광대나물과 큰개불알풀을 뽑아내는 동안에

나는 소나무 그늘 빈터를 일구어 밭을 새로 만들었다.

 

 

 

아내가 어디서 취나물 씨앗을 얻어 왔기에 여기다 뿌렸다.

얼마나 싹이 돋아날지 모르겠다.

싹이 돋아나지 않는다 해도 씨를 뿌리는 재미를 누렸다.

 

 

    미니 연못도 연잎이 다 지고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저렇게 시들어 버릴 연잎을 미리 연잎차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지나고 나서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연잎일 때 차로 만들어야 하지만 너무 일러도 안 된다.

    한창 자라날 때는 딸 수 없다.

    무슨 일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봄과 여름에는 일하느라 바빠서 주말에는 산장에만 있었는데

요즘에는 일할 게 많지 않아 회동 수원지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범초산장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참 좋은 트레킹 코스가 있었다.

차를 신천 마을 입구에 대어 놓고 아내와 같이 걸었다.

 

 

 

아주 환상적인 둘레길이었다.

걷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생각하며 이야기 나누며 풍경을 보며

몸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다.

차를 타고 풍경을 보는 것보다 몇 배 더 행복하다.

 

 

 

 

 

      오륜동  회동 수원지

 

산장에서 차로 5-6분 정도 거리라서

아내와 자주 와서 걷기로 했다.

 

   호랑가시나무 꽃

 

 

      수원지 둘레길을 걷다가 본 어느 별장의 향나무

 

 

 

 지나간 내 생일에는 양산 북정동 고분을 둘러보았다.

일본에서 빌려온 부부총 유물을 관람하고 야외 고분들을 한 바퀴 돌았다.

보기에는 좋았지만  매장 문화는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고 나서 저렇게 큰 무덤을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무덤을 만들지 않고 산장 나무 밑에 뿌려질 것을 바란다.

죽고 나서 성묘하고 제사 지내면  죽은 사람이 알까?

살아 있을 때 찬 밥 한 그릇이 죽고 나서 성대한 제사보다 나을 것이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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