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남과 똑같으면 성공할 수 없어! (545회)

凡草 2013. 12. 3. 21:49

 

 

 

<545회>

 

남과 똑같으면 성공할 수 없어!

 

< 2013년 12월 3일, 화요일, 맑음 >

 

지난 토요일에는 산장에 배추를 뽑으러 갔다.

다른 해보다 배추가 잘 되어서 키운 보람이 있었다. 어떤 배추는 어찌나 큰지

바위처럼 묵직하였다.

 

 

 

 재작년에는 배추가 신통찮아서 아내한테 일만 많고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올해는 모처럼 칭찬을 들었다. 살다보니 농사지어서 칭찬 들을 때도 다 있네. 후후.

 

배추를 뽑아서 밑동을 자르고 물로 씻어서 소금에 절였다.

달팽이와 메뚜기, 배추벌레가 마음대로 뜯어 먹어서 구멍 난 곳이 많았지만 김치

담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식초와 물엿, 매실을 섞어서 가끔 뿌려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밭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있었다. 눈이 귀한 부산이라

서리라도 반가웠다. 올 겨울 들어 처음 보는 귀한 풍경이다.

 

 

 

 

 

 아침을 먹고 소금에 절인 배추를 아내와 함께 물로 씻었다. 배추 뿌리를 깊숙이

잘라야 하는데 깊이 안 잘랐더니 흙이 계속 나와서 여러 번 씻었다.

내가 직접 기른 배추로 김치를 담아서 그런지 맛이 있었다. 파는 배추보다 속이

더 노랗고 달달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날이 가물어서 물 주느라 고생하고 천연 농약 만들어

치느라 바빴지만 그 대신 일등급 배추를 얻었다. 약도 어릴 때 한 번 밖에

안 쳐서 겉잎까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기르느라 고생한 덕분에 가을 농사는 성공이다.

주인 없는 산장에서 잘 커준 배추도 고맙고, 석 달 동안 잘 키워준 땅도 고맙다.

 

 

 

동래초등학교 졸업생들이 24년 만에 사은회를 한다고 해서 나갔다.

6학년 1, 2, 3반 학생들이 공동으로 세 반 선생님을 초대했는데, 문종규, 나,

이승희-  이렇게 세 사람이 제자들 덕분에 한 자리에 모였다.

 

 

김동욱, 허태임, 장희영, 신정은, 오진은, 한정규, 전혜정, 박창수, 류승철, 이승환,

장문기, 문장훈, 박기용 등.... 참 오랜만에 여러 제자를 만나서 반가웠다.

 

 

전혜정은 내과 의사가 되었는데 내가 담임 선생님을 할 때 한 가지 추억이 있다.

그 당시 혜정이 아버지가 부산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라서 우리 집 세 아이를 데리고

생물학과 실험실에 견학을 간 적이 있었다. 실험실 구경도 하고 실험용 흰쥐도

몇 마리 얻어 와서 길렀다. 우리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려고 혜정이 아버지께

특별히 부탁했는데 들어주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때 착실하고 모범생이던 혜정이가 어느새 커서 의사가 되었다니 세월 참 빠르다.

 그날 나온 제자 중에 의사가 셋이나 있어서 반가웠다.

 내가 일일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애를 많이 썼을 것이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남과 어딘가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남과 똑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남이 놀면 일해야 성공하고, 남이 열심히 일하면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빛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책 가운데 <우체부 슈발>이라는 책이 있다.

프랑스에 살던 슈발은 우체국 집배원이었는데

매일 30여 킬로미터를 걸어다니면서 편지를 배달해야만 했다.

슈발은 날마다 걸어다니면서 지루하니까 엉뚱한 공상을 많이 했다.

 

 

 

 

성과 궁전에 대한 책을 보고 늘 그런 건물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혼자 좋아했다.

그러다가 이상하게 생긴 돌멩이를 주워오면서부터 공터에 탑과 성을

쌓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미쳤다고 비웃었다.

돈이 있어서 한 일도 아니었다.

쥐꼬리만한 봉급을 쪼개가며 시멘트를 사서 돌을 붙여 나갔다.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43년 뒤에는 어마어마한 성과 궁전으로 발전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일을 집배원 혼자서 해낸 일이었다.

슈발이 세운 궁전은 지금도 프랑스에 실제로 남아 있다고 한다.

 

 

 

 

사람은 남과 다른 면이 있어야 하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나도 시골집을 사고 주말 농장을 시작할 때는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끝내 해냈다. 큰돈이 없었는데도 꿈이 있으니 이루어졌다.

 

지금은 주말 농장을 참 잘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약초를 키워 건강을 돌보고 야생초도 키워서 차로 마시니까 즐겁다.

남들은 퇴직하고 나서야 엄두를 내는데 그때는 한 발 늦다.

 

 

 

 겨울에도 구기자가 푸르게 살아 있다. 이렇게 강인하니까 장수 식품인가 보다.

 잎을 뜯어 차를 끓여 마셨더니 참 구수하다.

 

 

 

 내가 교직에 남아 있었다면 동화교실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도 안 하니까 부산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손자 은우가 많이 커서 잘 걸어 다니고 있다.

말은 아직 잘 하지 못한다.

자주는 못 보지만 가까이에 있으니 가끔 본다.

 

 

 

 

 손자가 어서 커야 산에 데리고 다닐 텐데...

 손자를 산으로 안내하려면 체력을 잘 다져 놓아야겠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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