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꽃밥과 꽃나물 (568회)
<범초산장 일기; 568회>
꽃밥과 꽃나물
<2014년 4월 1일, 화요일, 맑음>
어제 월요일에는 기장군 철마면에 있는 거문산으로 등산을 갔다. 그전에 한 번 두구동 공덕산에서 거문산까지 간 적이 있는데 어제는 반대로 거문산에서 두구동 범초산장까지 걷기로 했다. 예정 시간은 5시간 정도였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골라 5시간 30분이 걸렸다. 시간은 조금 늦어졌지만 목표는 놓치지 않았다.
범어사 역 앞에서 2-3번 마을 버스를 타고 철마면 웅천리에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월요일이라 산에는 나밖에 없었다. 호젓한 산에서 그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즐겁게 걸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저수지와 홍연 폭포를 보고 수도암을 거쳐 소산 마을로 올라갔다.
소산 마을을 지나가는데 멋진 목련 나무가 보였다. 집은 낡았지만 나무는 백만불 짜리였다.
이렇게 화려한 목련꽃도 보기 드물어서 주인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에 사진을 찍었다. 오늘 이 목련나무 한 그루를 본 것으로도 등산한 보람이 있다. 참 화려하고 곱다.
산길을 걸어가는데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서 나를 반겨주었다. 진달래꽃이 피었을 때는 언제나 그랬듯이 꽃을 따 먹는다. 온 산에 진달래가 가득 피었으니 조금 따 먹어도 죄를 짓는 것은 아니리라. 여기도 진달래, 저기도 진달래 온 산에 꽃불이 활활 붙었다.
꽃을 간식처럼 계속 따 먹다가 점심 먹을 때는 꽃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범초 산장에도 진달래꽃이 많이 피었지만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산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멋진 생각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그러고 보면 창의력이란 바쁘거나 짜증날 때는 절대로 안 나온다. 누가 억지로 시켜도 안 나올 거고. 심심하고 지루할 때 창의력이 커지고 무엇이 부족하고 없을 때 창의력이 더 잘 나온다. 그러니 자녀들을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공부를 자꾸 시킬 것이 아니라 심심하게 만들어야 하고 실컷 놀려야 한다. 어떤 놀이를 하고 놀까? 어떻게 잘 놀까 궁리하다 보면 창의력이 길러진다.
지시하고 잔소리하고 닦달하고 간섭하거나 억지로 시키면 창의력은 죽어버린다.
범초산장에는 나물과 꽃이 넘치니까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지만 산에는 아무 것도 없고 진달래꽃만 있으니 꽃밥을 만들어 먹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닐봉지에 꽃을 많이 뜯어 모아 밥 먹을 때 도시락에 가득 뿌려서 꽃밥을 만들었다. 요리법도 간단하다. 밥 위에 살며시 뿌리기만 하면 완성이다. 전자렌지를 돌리거나 요리 기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전기가 없어도 되니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다.
내가 무쳐간 나물에도 진달래꽃을 뿌려서 꽃나물로 변신시켰다. 자, 이제 꽃밥과 꽃나물을 시식할 시간! 냠냠 짭짭! 달콤한 꽃밥과 꽃나물이다. 나 아니면 먹기 힘든 밥과 반찬이다.
항상 안 해 본 일을 해보려고 도전적인 자세를 갖고 살아가는데 오늘은 새로운 꽃밥에 도전했다. 보기에도 좋았고 맛도 훌륭했다. 5시간 30분을 걸어 드디어 범초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을 둘러보고 내려오다가 어느 밭에 심어 놓은 당매자 나무를 보았다. 처음 보는 나무였다. 보라색 잎이 나오고 있고, 줄기에는 가시가 있으며, 키는 50센티미터 정도였다. 지난 겨울에는 화살열매처럼 빨간 열매가 달려 있는 걸 보았다.
당매자 나무
세울에게 사진을 보내서 물어보고 겨우 알았다. 모르는 나무를 한 가지 더 알게 되어서 기뻤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