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결혼기념일 자축 여행 (574회)

凡草 2014. 5. 5. 22:37

 

 

<범초산장 일기; 574회>

 

결혼기념일 자축 여행

 

<2014년 5월 5일, 월요일, 맑음>

 

아내와 결혼한 지 36년이 지났다.

결혼 초에 어머니와 조카 둘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런 고비를 잘 넘긴 덕분에 지금은 아들과 딸을 결혼시키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살고 있다.

아내는 성격이 급하고 나는 고집이 센 편이라 결혼 초에는 사소한 문제로

의견 충돌이 많았는데,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에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니

큰 위기 없이 오늘까지 무난하게 살았다.

아내는 부지런하고 검소해서 나를 잘 도와주며 가정을 편안하게 잘 꾸려왔다.

 오늘이 있기까지 아내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라 살아오는 동안 아내에게 잘못한 일도 몇 번 있었는데,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대범하게 넘겨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는 아내가 몇 달 없어도 먹고 사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혼자 있어보니

정신적인 외로움이 제일 컸다.

아내가 있을 때는 잔소리를 한다고 싫어했지만, 막상 아내가 없어 보니

온 집안이 썰렁하고 적적했다.

내가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남 앞에서 큰 소리 친 것도 어떻게 보면

아내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옳은 말이라고 인정한다.

내가 결혼할 때는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그때는 놀토가 없어서 하루라도

학교 수업을 빼 먹지 않으려고 공휴일인 5월 5일에 결혼식을 올리고

속리산으로 신혼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36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아 아내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더니

청도로 놀러 가자고 했다.

 

 

 마침 미국에 있는 딸이 어버이날을 축하해주려고 축하금을 보내주어서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전유성 철가방 코미디 극장은 미리 예약을 해야 볼 수 있어서 보름 전에 티켓을 끊었고,

 5월 4일 오전 9시경에 청도로 출발했다.

이왕 간 김에 소싸움도 보려고 했는데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파업중이라서

소싸움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용암온천으로 목욕을 하러 갔다.

용암온천은 회원 가입을 한 번 해놓으면 연회비가 없고 일 년에 한 두 번씩

무료 초대장이 와서 좋다.

 

 

온천에서 목욕을 한 다음에 청도 한재 미나리를 먹으러 갔다.

식당 주인이 미나리를 깨끗이 씻어 주길래 나는 이렇게 물었다.

“미나리에 혹시 거머리는 없나요?”

“만약에 거머리를 한 마리라도 찾으면 상을 줄게요.”

청도 한재 미나리는 물을 며칠씩 끊는 방식으로 키우기 때문에

거머리가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미나리 줄기에 구멍이 없기 때문에 거머리가 들어갈 수

없단다.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전유성 코미디 극장으로 갔다.

 

 

 

코미디 극장은 주변에 성곡댐이 있어서 경치가 참 좋았다.

전유성 철가방 코미디 극장은 13억을 들여서 지었단다.

이렇게 외진 곳에 코미디 극장을 유치하려고 했던 분의 의지가 참 대단했다.

수몰마을 위원장을 맡았던 분이 전유성씨를 끈질기게 설득해서 이런 극장을 짓게

되었단다.

 

저글링을 시작으로 여러 편의 코미디를 공연했는데 볼만 했다.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연극을 보고 나서 성곡댐 몰래길을 걸었다.

 

 

      아카시 꽃이 활짝 피었다.

 

 

 

    윈드가 청도를 푸른 섬이라고 했는데 그게 이해가 되었다.

    성곡댐 중간에 푸른 섬이 있었다.

 

 

 

 

 

   거기서 나와 와인 터널을 보러 가다가 윈드와 들렀던 오부실이 생각나서

  도자기와 차를 파는 오부실을 찾아갔다.

  연못도 있고 풍경이 참 좋은 곳이다.

 

 

 

 

 

 오부실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원두 커피와 망고 차를 주문했는데 무말랭이 차를 무료로 더 주었다.

서비스로 준 무말랭이 차가 어찌나 뒷맛이 그윽한지 원두커피보다

더 나았다.

 

 

   찻집에서 차를 잘 마시고 와인 터널을 구경한 다음에 프로방스 빛 축제를

  보러 갔다.

 

 

 

 그런데 프로방스 빛 축제는 인산인해였다.

여태 청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 보았다.

몇 만 명이 온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북적거렸다.

그래도 우리 볼 자리는 있었다.

 

 

 

 

     용암온천에서 보내준 초대권으로 한 사람은 공짜로 들어가고 한 사람만

   6천 원을 내었다.

   들어가 보니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고 볼만 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똑같구나! 이렇게 좋으니 많이 몰려오지.’

  지금까지 본 빛 축제 중에서 제일 화려하고 우아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좋아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앞으로 시월 말까지라니 안 본 분은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정말 멋진 경치였다.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딱 알맞은 축제였다.

 청도는 양산에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곳이라 돈도 많이 안 들었다.

 모처럼 아내와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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