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범초산장 일기; 606회) 밭보다 더 좋은 이웃사람들

凡草 2014. 11. 7. 23:13

 

 

 

(범초산장 일기; 606)

 

밭보다 더 좋은 이웃사람들

 

<2014117, 금요일, 맑은 뒤에 흐림>

 

범초텃밭에 심으려고 인터넷으로 머위 모종을 샀다.

내년 봄에 먹으려면 가을에 미리 심어 놓아야 한다.

인터넷으로 이화지님한테 샀는데 2만원 어치를 엄청 많이 보내주어서

깜짝 놀랐다. 게다가 후박나무 5포기도 덤으로 보내주었다.

나는 머위 잎을 뜯어 먹지 않았어도 벌써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친절을 베풀다니...

 

 

택배를 열어본 순간부터 밭에 심는 시간, 그리고 다 심고 난 뒤까지

내내 행복했다.

저 머위가 흙속에서 잘 자고 있다가 봄이 되어 파랗게 깨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머위 모종을 양산군 동면 석산리 텃밭으로 들고 갔다.

취나물과 잔대를 심은데 이어서 다시 네모난 밭을 하나 만들어

머위를 심었다. 작은 밭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있다.

머위 모종이 어찌나 많은지 윗밭에도 심고 아래 밭에도 심었다.

나는 머위를 참 좋아한다. 두구동 범초산장에도 조금 있지만

그걸로는 모자라서 석산리 텃밭에 푸지게 심었다.

이게 다 살아난다면 밥 먹을 때마다 머위 나물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신부 부케같은 머위꽃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찬란한 봄에 저 머위 뿌리들이 파란 희망을 우산처럼 펴들고 나오리라.

 

 

 

 

머위를 심고 있는데 옆밭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가왔다.

그전에는 오른쪽 밭 할머니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왼쪽 밭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났다.

내가 인사를 했더니 할머니가 뭐하러 이런 곳에 땅을 샀느냐고 물었다.

집도 가깝고 여기가 좋아 보여서요.”

뭐 심어봐야 고라니와 토끼가 다 뜯어 먹는데 고생만 할 걸요.”

동물들이 그렇게 많이 옵니까?”

우리는 배추를 세 번이나 심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밭에 심은 취나물과 잔대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마음을 풀었다. 그 놈들이 와서 뜯어 먹어도 다 뜯어 먹기야

하겠나? 내거 좀 나누어주지. 정 엉망으로 만들면 밭 주위에 철망을

치면 될 테고.

 나는 미래에 일어날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하지는 않을 거다.

동물들이 나보다 먼저 먹어보고 먹어도 괜찮은지 미리 알아봐준다고

생각하면 서운할 것도 없다.

  나는 쩨쩨하지 않고 통 크게 살아갈 것이다.

 

 

       후박나무 모종을 심었다. 후박나무는 인사돌의 원료로 쓰이는데

     잇몸 질환에 좋은 나무란다.

 

 

 머위를 심다 밭에서 아주 큰돌을 파냈다. 돌은 빠져 나오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나도 지지 않고 악착같이 파냈다.

 돌을 파내고 보니 어찌나 큰지 보물을 캐낸 기분이었다.

 벌써 많은 수확을 한 느낌이 든다.

 

 

 

 커다란 장애물을 드러냈으니 소소한 장애물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도 돌 파내듯이 하면 안 될 일이 있겠나.

 

 

 모종을 다 심고 왼쪽 밭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놀러 갔다.

 내 텃밭 오른쪽에는 만덕 할머니 91평 밭이 있고,

 왼쪽에는 350평 밭이 있는데,

 350평이나 되는 밭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수술을 한 뒤로

너무 힘들어서 밭을 빌려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셨다.

 

      이 넓은 밭을 헐값으로 빌려준다니? 이런 행운이....

 

 나는 밭이 있어서 필요 없지만 동화 교실 제자들에게

밭을 빌려주고 싶어서 임대 조건을 물어보았다.

밭 안에 무덤 2개가 있는데, 벌초를 해주면 되고,

일 년에 20만원만 내면 된다고 하셨다.

경운기도 필요하면 50만 원에 판다고 하셨고.

 

그런 조건이라면 서로 하려고 몰려들 것이다.

나는 밭을 잘 가꿀 사람을 찾아서 맡길 생각이다.

 

 이야기를 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참 좋은 분들이었다.

은행알을 볶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는 처음에 나를 떠보기 위해 왜 이런 데 밭을 샀냐고

물어보신 것 같았다.

그냥 투자로 산 것인지 밭을 정말 가꿀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내 밭 주위에 다 좋은 분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처음 밭을 사서 들어오면 텃세를 하기 쉬운데 친절하게 맞아주시니

참 고마웠다.

모르는 분들이라도 앞으로 친척처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다.

 

 

         아파트 마당에서 본 쉬땅나무

 

 

 

 

     울산대학교 아동복지학과에 동화 특강을 하러 갔을 때

    운동장을 지나갔다. 인조 잔디라도 푸른 빛이 보기 좋았다.

 

 

 

      동화작가 안선모 선생님이 대구 아동문학 세미나 때

  여러 회원들에게 공짜로 나누어준 뽕잎차 선물!   감사하게 잘 받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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