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34회) 포장의 달인
(凡草텃밭 이야기 634회)
2015년 3월 31일, 화요일, 비
<포장의 달인>
씀바귀는 흔하고 맛도 없지만 약효는 아주 우수하다. 씀바귀는 모든 염증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 갖가지 염증질환에 제일 좋은 치료약이다. 모든 병은 염증에서부터 비롯된다. 전립선염은 제일 잘 낫지 않는 염증이다. 아토피 피부염 역시 치료가 제일 어려운 염증이다. 여성들의 질염, 냉, 대하, 자궁염, 난소의 이상, 오줌소태, 방광염, 요도염 같은 것들이 모두 염증 때문에 생긴다. 남자들의 전립선염, 고환염, 음낭의 냉증, 그리고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중이염, 구강염, 인후염 같은 것도 여간해서는 잘 낫지 않는 염증성 질병이다. 씀바귀는 이런 염증을 다스리는 데 신기할 정도로 효과가 있다. 단맛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어 몸 안에 당분이 많이 쌓이면 염증이 생긴다. 당뇨병은 모든 염증성 질병의 시작이다. 당분을 많이 먹어서 염증이 왔기 때문에 당분의 단맛을 중화하여 염증을 삭여 없애는 데에는 쓴맛이 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씀바귀는 말기 암을 낫게 할 만큼 좋은 성분을 많이 지니고 있는데 씨를 심으면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씨보다는 모종을 구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모종가게.com>에서 팔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비회원으로 씀바귀 모종 25포기를 샀는데 값도 저렴했다. 한 포기에 300원씩 7500원에 택배비 4000원을 보태서 11500원이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좋은 모종을 사서 기뻤다.
그런데 놀란 것은 택배를 받아보고 나서였다. 상자를 기울여서 운반한 뒤에 상자를 개봉해 보니, 거꾸로 뒤집어도 모종이 상하지 않도록 단단히 포장해 놓았다. 원뿔처럼 생긴 기둥을 뜯어보니 안에 4개의 작은 화분을 테이프로 감은 뒤에 두툼한 비닐을 덧씌워서 모종이 다치지 않도록 해놓았다. 그 위에 다시 신문지로 원뿔처럼 말아서 테이프로 봉해 놓았으니 어지간해서는 모종이 상하지 않겠다. 포장을 운반하느라 상자를 기울여서 한쪽으로 쏠렸는데도 모종은 멀쩡했다.
한 마디로 모종 포장의 달인 솜씨를 보는 듯하다. 이처럼 알뜰하고 꼼꼼하게 포장한 것은 처음 보았다.
모든 일을 이렇게 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나 칭찬을 들을 것이다. 칭찬은 정성을 다할 때 받는 것이지 대충 대충 하면 칭찬을 받을 수 없다. 건성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아니라 비난이 돌아온다. 자신은 아무렇게나 하면서 칭찬을 기대한다면 우물에 가서 숭늉찾는 격이다.
씀바귀를 심고 물을 한 번 뿌려주었다. 비가 오래 오지 않으면 모종이 말라죽을 텐데 하늘이 포장 솜씨를 보고 감탄했는지 이틀만에 비를 내려주었다. 나 대신 물을 뿌려준 하늘에 감사한다.
깽깽이풀이 꽃을 피웠다.
삽주도 싹을 내밀었고 취나물도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애써 심어 놓으면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
범초텃밭에 환삼덩굴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올라오고 있다. 텃밭에 가면 환삼덩굴 싹을 뽑는 게 일이다. 그걸 뽑고 있으면 정신 집중이 된다.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고 보면 환삼덩굴도 고맙다. 흐트러지기 쉬운 정신을 한 데 모아준다. 환삼덩굴은 명상을 위한 좋은 도구다.
대대로님을 따라 약초 산행을 했다. 내가 모르는 약초를 많이 알려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글나라 선배인 배유안씨와 허명남씨도 참석해서 동화 공부하는 이은정씨와 이현정씨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현삼 뿌리
고본 뿌리
장지뱀
꿩의 바람꽃
어제는 동화 배우는 최미혜, 이은정씨와 함께 장산을 올라갔다. 은정씨는 올해 새로 들어온 새내기인데 열정이 보통이 아니다. 이처럼 열정적인 신인도 보기 드물다. 결과야 어찌 되든지 우선 노력하는 게 보기 좋다.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벚꽃도 활짝 피어서 구름 속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진달래 꽃을 따서 도시락에다 넣어 꽃밥을 만들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밥이었다. 세 사람이 웃어가며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산을 내려온 뒤에는 미혜씨 차를 타고 달맞이 언덕에 있는 추리문학관으로 갔다. 주인인 김성종씨 추리소설 말고도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 프로필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문학적 향기가 진하게 배어났다.
그날 달맞이 언덕에는 벚꽃 구경하러 온 차가 홍수처럼 밀려들었는데 추리문학관에 온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문학이 외면 받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먹고 마시고 눈은 호강하면서 왜 정신은 풍요롭게 가꾸지 않을까? 남들이야 어떻든 나만이라도 정신을 살찌우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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