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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45회) 다랭이 마을의 기적

凡草 2015. 6. 8. 23:50

 

(凡草텃밭 이야기 645)

 

201568, 월요일, 흐리고 비

 

  <다랭이 마을의 기적>

 

지난 토요일에는 동그라미 계원들과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을

찾아갔다.

부산아동문학의 선배인 강현호 선생님이 다랭이 마을에서 열리는

마을 축제 때 진주사범 동기들과 출연한다며 놀러 오라고 해서

가게 되었다.

다랭이 마을은 많이 듣긴 했어도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토요일 오후 1시 반에 부산을 출발해서 3시반쯤 다랭이 마을에 도착했다.

마침 다랭이 마을에서는 모내기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축제 공연은 저녁 7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허브길과 바닷가 둘레길을

둘러보았다. 바닷가로 내려가는데 바위 가운데 느릅나무가 뿌리를 박고

살아 있었다. 다랭이 마을 사람들처럼 강인한 나무였다.

 

 

 

마을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어느 분에게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감탄했다.

 

 

 

                  마을의 미륵불로 숭상 받는 남근 바위도 구경했다.

 

 

민박집 할아버지는 다랭이 논을 개간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다고

하셨다. 이 마을은 파도가 워낙 세어서 배를 댈 만한 부두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고기를 잡을 수도 없었단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 가파른 비탈을 깎아서 논으로 만들었단다.

그 당시는 좋은 장비가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절벽을 파내고 돌을 쌓아서

 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손에서 피가 나고 손톱이 빠질 정도였다니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만 했다.

 

 

 

그런데도 천수답이라 비가 오래 안 오면 벼가 다 말라죽어서 흉년에는

산에 가서 나뭇잎도 뜯어다 먹고 안 먹어본 풀이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온갖 고생 끝에 만든 다랭이 논이 지금은 국가지정 명승지로

인정받아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다랭이 마을의 윗대 어르신들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그런 노력들이 후손을 잘 살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팬션이 많이 들어 섰고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민박과 식당도 잘 되니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옛날에는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다랭이 논이 볼 거리가 되었고

땅이 비좁아 계단식으로 들어선 마을이 바다를 전망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아서

아름다운 풍경으로 칭찬받고 있다.

그러고 보면 기적은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신은 대충대충 살면서 하늘이 도와주기만을 바란다면

아무런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축제 공연을 보러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진주사범 18기 예술봉사단의 노래와 섹소폰 연주, 기타 연주 등이

있었고, 이어서 다랭이 마을 주민들이 만든 사물놀이 패의 공연,

그 다음에는 북과 생황을 연주하는 5인조 국악 밴드의 공연이

있었는데 북을 치는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앞서 공연한 아마추어들과는 확연히 달라서 프로다운 모습이 느껴졌다.

북을 치는데도 그냥 마구 두들기는 것이 아니라 강약 조절을 잘 해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한 분야에서 저런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죽기 살기로 한 가지 분야에 매달렸기에 저토록 멋진 공연을 할 것이다.

북 전문가의 경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강현호 선배님 덕분에 좋은 공연도 보고 남해 다랭이 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남해 유배문학관과 독일 마을까지 둘러본 뒤에 부산으로 돌아왔다.

 

일요일 오후에 범초산장으로 갔더니 보리수가 흐드러지게 익었다.

먹어보니 새콤하고 먹을 만 했다.

 

 

몇년 전에 유진목장에 가서 보리수가 많이 열린 것을 보고

부러워했는데,  나도 이젠 보리수 나무를 세 그루나 갖게 되었다.

나무를 심어 놓으니 드디어 열매로 보답하는구나! 

 

 

 

오이도 순을 따 주고 잘 관리한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더 잘 열렸다.

알이 굵고 실하다.

껍질채로 먹어보니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맛이 좋았다.

 

 

 

고추도 첫물이 주렁주렁 열려서 몇 개  따 먹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고 가지도 잘 크고 있다.

모종을 심고 끈으로 묶어주며 정성을 쏟은 덕분에

맛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은혜를 잊고 무심할 수 있지만, 땅은 절대로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정성들여 가꾸어 놓으면 반드시 보답을 한다.

 

 

범초텃밭에 심어 놓은 후박나무가 아무래도 죽은 것 같았다.

작년 늦가을에 이화지님이 보내주어서 다섯 그루를 심었는데

봄이 되어도 싹이 올라오지 않았다.

여기는 추워서 안 되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여름이 가까워지니 슬슬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 그루는 살아났다.

무엇이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후박나무다.

 

 

 

김덕홍씨 부인이 산딸기 재배법을 일러주었다.

원래 있던 줄기 곁에 새줄기가 크게 나오더라도 그 놈은 믿지 말고

멀리 뻗어나간 작은 줄기를 잘 키우라고 하셨다.

원줄기 옆에 큰 줄기가 나는 것을 보고 김덕홍씨는 번번이

그 놈을 잘 키워야 한다고 우기지만

나중에 보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올라온 작은 줄기가 열매를

더 많이 맺더라는 것.

 

               요건 지금 커도 믿지 못할 놈

 

          이건 지금은 작아도 장차 열매를 많이 맺을 놈

 

사람이나 식물이나 부모 옆에 있는 것보다 혼자 떨어져 나가서

고생하고 큰 놈이 성공하는 것은 같은 이치다.

 

 

내가 밭에서 딴 상추와 보라색 양파에다 산딸기 한 줌이면

점심이 해결된다.

 

기름지고 거창한 반찬이 아니라도

이 정도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내 든든한 백은 사람이 아니라 텃밭이다.

 

작은 텃밭이 있으니 밥 먹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식당에서 점심을 안 사 먹고 내가 직접 해 먹는다.

텃밭 덕분에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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