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57회) 약초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다
(凡草텃밭 이야기 657회)
2015년 8월 21일, 금요일, 비
< 약초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다 >
보름 정도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몸을 잘 관리해서 아픈 데 하나 없이 살아왔는데 슬슬 아픈 곳이
나타나는가 싶었다.
발단은 아내와 싸운 뒤부터 였다.
나는 늘 시골에 가서 살고 싶어 하고, 아내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게 편한데
뭐 하러 고생길이 뻔한 시골로 갈 거냐고 반대했다.
그래도 여태까지는 이런 의견 차이를 잘 조율해 왔는데 시골에 대한 희망이
점점 멀어지면서 내가 초조해하자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아내는 석산 텃밭도 있고 범초산장도 있는데 왜 굳이 시골을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지만, 나는 나대로 할 말이 있다. 석산 텃밭은 말 그대로 텃밭이지
거기서 사는 게 아니니 반쪽 살이밖에 안 된다.
범초산장은 하우스라 주말에 가서 자는 건 몰라도 평소에 거기서 완전히 살 수도
없고, 내 지분이 삼분의 일이라 언젠가 팔리면 비워줘야 한다.
그러니 돈은 부족하고 나이는 먹어가니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저렇게 할 수도 없어서
아내와 의견이 엇갈린다.
하루는 아내가 범초산장 구석 구석을 뒤져서 엉망진창으로 처박아 놓은 잡동사니를
다 꺼내 놓더니 잔소리를 시작했다.
“언제나 벌여만 놓고 뒷정리를 못하니 내가 힘들어 죽겠어요. 이렇게 엉망으로
해 놓고 시골만 좋아하면 뭐해요? 나이들수록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어야지 자기
주장만 하니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요.”
정리를 잘 안 하고 늘어 놓기 좋아하는 나도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데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날 아내와 한바탕 크게 싸웠다.
그러고 나니 마음도 아프고 몸도 편하지 않았다.
생활 리듬이 깨어지더니 아픈 곳이 생겼다.
병이란 몸이 아픈 것이지만 시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한
것이지 마음이 불편한데 몸만 편할 수는 없다.
아픈 곳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오래 갔다.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큰병은 아닐까?
걱정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살만큼 살아서 큰 미련은 없지만 시골에 가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범초텃밭에 자리잡은 예덕나무
계속 미루어 두었던 건강 검진부터 받았다.
그러고 나서 범초산장에 있는 약초로 몸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산장에는 약초가 발에 밟힐 정도로 널려 있다. 질경이, 삼백초, 어성초, 예덕나무,
배롱나무꽃을 넣고 물을 끓인 다음에 수시로 마셨다.
그게 떨어지면 뽕나무, 꾸지뽕나무, 초석잠, 삼백초, 어성초, 느릅나무, 톱풀을 넣고
끓여서 마셨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내와의 화해.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태까지 내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준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내 주장대로 고집을 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시골살이는 형편이 되는 대로 때가 무르익으면 될 수도 있고, 안 되면 작은
텃밭으로도 만족하겠다고 마음을 비웠다.
얽힌 것을 풀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몸도 제대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약초를 끓여 마신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다. 마음이 편안해야 몸도 건강하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더워서 통 가보지 못한 석산리 텃밭으로 갔다.
근 한 달만에 간 셈이다. 풀이 엉망으로 우거져 있었다. 귀신이라도 나올까 두렵다.
낫으로 대충 베어 내고 양동댁 할머니한테 얻어 놓은 쪽파 씨를 심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잡초가 가득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초가 가득하다.
도꼬마리, 한련초, 삼채, 차조기, 들깨, 엉겅퀴, 달맞이꽃, 단삼, 현삼, 바디나물,
머위, 쑥, 민들레, 제비꽃, 양하들이 널려 있다.
풍선덩굴
여름이 깊어가면서 달맞이꽃이 수두룩하게 피어서 별처럼 총총하다.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달맞이꽃은 처음 키워 본다. 꽃을 따려고 일부러 키웠더니
밭을 뒤덮었다.
달맞이꽃은 효능이 무궁무진하다. ==>
감기, 인후염, 동맥경화, 뇌부종, 기관지천식, 심장신경증, 위장병, 설사, 소화불량,
암세포증식억제작용, 동맥경화증, 콜레스테롤,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증에 좋다.
나는 달맞이꽃을 한 보따리 따서 차를 끓여 마시기 시작했다.
이 차를 3일 마시자 거짓말처럼 아픈 곳이 다 사라졌다.
다시 아프지 않으려면 약초차도 좋지만 마음이 소용돌이치지 않도록 평상심을 유지해야
겠다. 부귀영화도 몸이 아프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범초텃밭에 상추 대여섯 포기가 잘 컸다.
한 봉투 뜯어서 집에 가져갔더니 아내가 산 것이냐고 물었다. 아주 잘 자라서
직접 키운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야들야들해서 맛있게 먹었다.
도꼬마리가 수없이 돋아났다. 잎을 따서 끓는 물에 데쳐 된장에 무쳤더니 맛이
괜찮았다.
텃밭으로 가는 길에 부산대 양산캠퍼스 공터에서 사데풀을 보았다. 범초산장에
사데풀이 없으니 가을에 씨를 받아서 뿌려야겠다.
나는 어디든 가면 씨를 받아온다. 여름에 여기 저기 다니면서 봉숭아, 접시꽃,
허브, 금불초씨를 모아서 범초산장 빈터에 뿌렸다.
물 한 바가지가 모이면 큰 샘물이 된다. 이 작은 노력도 계속 되풀이하면
범초산장이 꽃밭으로 변해갈 것이다.
범초텃밭에서 까마중도 일부러 키운다. 블루베리 못지않은 효능을 갖고 있다.
공짜 미니 불루베리다. 여러 포기를 살려두었으니 이제 따 먹을 일만 남았다.
쇠비름도 곳곳에 자라고 있다.
큰땅빈대(비단풀)도 몇 년 전에 씨를 받아 뿌렸는데 해마다 몇 포기가 잘 크고 있다.
이것도 차로 끓여 마시려고 말려두었다.
아무리 좋은 약초라도 한 가지를 너무 오래 마시면 간에 부담을 주니 이것 저것
돌아가며 마셔야겠다. (*)
미레에셋생명 공모전에서 동화 부문 은상을 받은 박미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