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58회) 열매를 얻으려면 가시에 긁혀야
(凡草텃밭 이야기 658회)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비
< 열매를 얻으려면 가시에 긁혀야 >
글나라 동화교실 달님반 회원들이 범초산장에 놀러 왔다. 바쁜 사람들은 못 오고 황미숙, 유영주, 예영희, 지숙희 – 네 사람만 왔다. 나는 회원들이 준비해온 닭 세 마리에다 여러 가지 약초를 넣어서 약초 닭백숙을 만들었다. 닭백숙에 들어간 약초는 엄나무, 초석잠, 헛개나무, 오가피, 뽕나무, 꾸지뽕나무, 삼백초, 쑥, 어성초, 차조기 등이다. 닭백숙이 완성되자 모두 맛을 보더니 토종 닭을 삶은 것 같다며 맛있게 먹었다. 마트에서 파는 닭에다 여러 가지 약초를 넣으면 잡내가 없어지고 맛이 담백해진다. 황미숙씨가 만든 야채죽도 아주 맛이 있었다.
범초산장에서 초피나무 열매를 땄다. 초피나무 열매는 추어탕에 향신료로 넣기도 하는데, 술을 담으면 허리 아픈데 좋고, 치통을 없애주는 데도 효과가 있다. 나는 초피나무 열매를 딸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산장에 처음 온 지숙희씨가 완전히 익기 전에 따야 한다고 일러주어서 따게 되었다. 초피나무에는 가시가 있어서 열매를 따기가 쉽지 않다. 가시에 찔려가며 열매를 땄다. 무엇이든 댓가를 치러야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제주도에서 사는 허중택님에게서 여우구슬을 분양 받아 산장에 심었다. 20여 포기를 받았는데 살아난 것은 2포기밖에 안 된다. 그거라도 잘 살아나서 번식하면 좋겠다. 여우구슬은 눈에 좋고 간에도 좋은 약초다.
오늘은 범초산장에 가서 부추 모종을 심고 오봉산도 등산했다. 어제 범초산장에 가서 1박 2일을 하고 왔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밥을 해놓고 안 가져왔고 아내가 딴 깻잎도 냉장고에 넣어 놓고 안 가져왔다. 일주일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어서 오늘 가져 오기로 했다. 깜빡 잊고 안 가져온 덕분에 부추 모종을 사서 들고 갔다. 부추는 생명력이 참으로 강하다. 토마토와 가지를 심느라고 까만 비닐로 멀칭을 했는데 부추는 비닐 안에서도 살아남았다. 다른 식물 같으면 벌써 죽었을 텐데 부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죽지 않았다. 아내가 거름 옆에 있던 빈터를 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곳에 부추 모종을 심었다.
아내는 잡초가 가득한 풀밭을 밭으로 만드는 동안 모기에 물렸는지 가렵다고 막 긁었는데 보기에 안쓰러웠다. 아파트는 쾌적하고 살기 좋지만 시골집은 벌레도 많고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여자들이 시골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건강에는 도시보다 시골이 좋다. 도시에는 아파트와 아스팔트뿐이지만 시골에는 여러 가지 약초가 즐비하다. 현대 의학이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난치병을 쉽게 치료하지는 못한다. 의사도 경험보다는 의료 기계에 의존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병을 진단한다. 양약은 한 가지 병을 낫게 하지만 후유증으로 다른 장기가 손상을 입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에 비해 약초는 당장 병을 낫게 하지는 못하지만 서서이 좋아지게 만든다. 약초를 자주 먹으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몸이 아픈 사람이나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는 시골에 살아야 한다.
2주 만에 산으로 갔다. 바쁜 일이 있어서 산을 못 찾았는데 오늘 가니 참 좋았다. 나는 걷는다. 그러므로 살아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리는 일에 빠질 것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에 빠질 것이다. 수영하는 사람은 수영을 최고로 칠 것이고, 달리기 애호가는 달리기를 좋아할거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무엇이 제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 나는 산을 오르는 것이 좋다. 아직은 다리가 튼튼한데 앞으로 다리가 아프면 산 대신 둘레길이라도 걸을 생각이다. 오봉산에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둘레길이 새로 생겼다. 오늘 처음 걸어보았는데 전망이 좋고 코스가 평탄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른 지방의 어느 명품길 못지 않았다. 바위를 깨고 나무를 베어서 길을 만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봉산을 다 타고 물금으로 내려왔는데 물금 농약방에서 대파 모종을 팔고 있었다. 아내가 대파를 넉넉하게 심으라고 말했는데 모종을 보니 사고 싶었다. 오늘 내일까지 저녁부터 많은 비가 온다니 모종 심기에는 최적의 날씨다. 대파 모종을 5천 원 어치 사서 석산에 있는 범초텃밭으로 갔다. 그동안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밭이 풀밭으로 변해 있었다. 삽으로 잡초를 파내고 곡갱이로 돌을 들어냈다. 잡초를 파보니 뿌리가 10센티미터도 안 되었다. 그렇게 얕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도 큰소리를 치다니! 나무 뿌리는 아주 깊은 곳에 박혀 있다. 사람도 정신적으로 수양을 많이 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갈대처럼 마음이 이리 저리 흔들린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잡념도 뿌리가 깊지 않으니 정신력이 깊은 사람은 쉽게 이겨낼 수 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잡념에 휘둘리기 쉽다. 밭을 고르고 나서 대파 모종을 심었다. 대파 모종은 처음 심어 보았다. 양파나 쪽파와 비슷하게 생겼다. 모두 95포기를 심었는데 얼마나 살아날지 모르겠다. (*) 쥐꼬리망초 바디나물
도라지 씨앗에서 싹이 올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