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65회) 프로는 뭔가 다르다
(凡草텃밭 이야기 665회)
2015년 10월 6일, 화요일, 맑음
<프로는 뭔가 다르다>
석산리 범초텃밭에 마늘을 심으러 갔다. 어제 양산 동산장성길을 4시간 걷고 나서 마늘 종자를 한 접에 3만 원 주고 사서 들고 갔다. 그동안 달맞이꽃이 숲을 이루었는데 그곳을 낫으로 다 쳐내고 밭을 만들었다. 거름을 붓고 삽으로 뒤섞은 다음에 마늘을 차곡차곡 심었다. 혼자 3시간 이상 일하다 보니 등산을 한데다 다시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니 힘들었다. 등산을 포함하면 7시간이나 일을 한 셈이지만 견딜만 했다. 이 일을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는가? 아내는 범초텃밭에는 아예 간섭을 하지 않으니 내가 다 해야만 한다. 일을 마무리 해놓고 일어서니 벌써 주위가 어둑해졌다. 무척 피곤했지만 마늘이 잘 자랄 것을 생각하며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늘은 반 이상이나 남아서 범초산장에 들고 가서 또 심을 예정이다. 마늘을 심으려고 밭을 고르다가 잔대 뿌리를 몇 개 캐었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더니 나는 마늘 심고 잔대 얻었다. 작년 가을에 심은 잔대 뿌리가 제법 굵어졌다.
미국에서 임상병리사 자격증을 딴데 이어서 준의사 시험에 합격하고 돌아온 큰딸이 아직 양산에 머물고 있어서 이것저것 구경시켜주고 먹고 싶은 것 먹이려고 애쓰고 있다. 원서로 된 의학 서적을 공부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잘 이겨낸 딸이 대견스럽다. 10월 2일에는 양산 천 고수부지에서 열리는 삽량축제를 보러 갔다. 처음에는 덜 알려진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더니 뒤로 갈수록 유명한 가수들이 나왔다. 무명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는 입안에서만 우물우물해서 가사 전달이 안 되었다. 그러니까 청중들도 손뼉을 안 치고 호응도가 낮았다. 우리는 싱거워서 그만 집으로 가자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렸다. 딸은 텔레비전에서 들은 가수 노래라며 후다닥 뛰어갔다. 아내도 들어보자고 발길을 돌려서 나도 뒤를 따라 갔다. 드디어 프로 가수가 등장한 모양이었다.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노래에 어울리는 동작이 보기 좋아서 저절로 어깨춤을 추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청중들이 유명 가수를 향해 열띤 박수를 보내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아직도 앉아 있는 양산 시민들이 많네요. 왜 그렇게 엉덩이가 무겁죠? 자, 일어나서 방방 뛰어보세요. 갑니다. 레즈 고~~~“ 가수가 분위기를 띄우자 침묵하고 있던 관중들이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고수부지가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 이젠 빈 자리 보기가 힘들다. 그러고 보면 관중들이 수준이 낮고 무딘 게 아니라 가수가 하기 나름이다. 노래가 시원찮으면 관중이 그대로 있겠는가? 밤 공기가 쌀쌀한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리가 없다. 다 가 버리고 없을 텐데 이토록 빽빽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한 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프로는 아마추어와 뭔가 다르다. 실력이 있고 분위기를 띄울 줄 알며 청중을 휘어잡는다. 비단 노래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실력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 프로는 그냥 프로가 아니다. 피와 살을 깎는 노력 끝에 실력을 갖추었기에 프로라는 말을 듣는다. 프로는 볼 거리가 있고 들을 만한 것이 있다.
딸들과 아내와 아들이 1박 2일 가족 여행을 가는 날, 나는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가을 세미나에 갔다. 가족 여행에 가야 하지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세미나도 1년에 한 번 밖에 안 하는 행사이고 나를 기다리는 문우와 제자들이 많아서 가족 여행을 안 가고 전라남도 장성 백양관광 호텔로 갔다. 가족이야 늘 만날 수 있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우들은 이때가 아니면 볼 수가 없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가족 여행보다 훨씬 더 보람있고 배울 게 많은 세미나였다. 큰딸에게는 여행을 같이 못 간 대신 다른 날 잘해 줄 생각이다. 장성에서 여러 제자들을 만나 행복했다. 내가 아끼는 제자 중의 한 명인 이영득씨가 주제 발표자의 한 사람으로 나와서 보기 좋았다.
동화를 소재를 발로 뛰어서 찾는 임정진씨의 강의는 배울 점이 많았다.
친목을 다지는 시간에 조경희. 박월선, 임지형, 안수자, 임나라 등, 여러 문우를 만나서 반가웠다. 새로 쓴 동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역대 회장을 지낸 여러 고문님들이 세미나에 변함없이 참석하셔서 참 고마웠다. 특히 신현득 선생님은 84세나 되는데도 정정한 모습으로 나오셔서 존경스러웠다. 아직도 동시를 열심히 쓰시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신현득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 나도 건강 관리 잘해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 전라남도 영광으로 여행간 가족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