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스크랩] (凡草텃밭 이야기 699회) 약초차도 기왕이면 이쁜 잔에

凡草 2016. 4. 14. 09:03



(凡草텃밭 이야기 699회)   2016년 4월 13일, 수요일, 비


<약초차도 기왕이면 이쁜 잔에>


월요일에는 천성산으로 등산을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인터넷으로 동화를 배우는 분이 전화를 했다.

60대인데도 새로 공부를 시작한 남자분인데 열성이 대단하다.

동화에 대해서 한참 통화를 하다가 신명마을에서 내렸다.



산쪽으로 걸어가는데 배낭 안에 컵을 넣어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커피 물은 가져오는데 컵이 없어서 종이컵이라도 사야 했다.

원래는 스테인레스 컵을 넣어 다니는데 씻어서 말린다고 

빼놓고는 넣지 않은 것이다.


                                                개미취       



저 앞에 할인마트가 보여서 종이컵을 사려고 들어갔다.

종이컵을 찾다가 사기로 만든 이쁜 컵을 보였다.

그래, 일회용보다는 오래 쓰는 컵이 낫지.

암, 이거야!

1400원이라 값도 괜찮았고,

생긴 모양도 딱 내 마음에 들었다.


그걸 사려고 들고 나와 계산대 앞에 선 순간,

바지에 지갑을 넣어 오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아차, 새옷을 바꾸어 입으면서 지갑을 챙기지 않았구나!

이 일을 어떡하지?


이런 일은 드물었다.

옷을 바꾸어 입더라도 꼭 확인을 하곤 했는데.......

낭패다, 낭패!

               

                                               삽주


                           범초산장에 새로 심은 아로니아 어린 나무들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나서 그냥 나왔다.

교통카드는 휴대폰에 붙어 있으니 차는 탈 수 있어도

돈 한 푼 없으니 아무 것도 살 수 없었다.

사람이 호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완전히 허수아비로구나!


                                                      구릿대


                                                           삼잎국화


산으로 올라가면서도

그 컵이 눈에 어른거렸다.

한 번도 내 손으로 컵을 사 본 일이 없는데 이상했다.

그 컵을 신문지로 말아서 등산 다닐 때마다 갖고 다니고 싶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는 학부모들이 컵을 사주었고

글나라를 할 때도 회원들을 위해 컵을 사긴 했어도

나를 위해 컵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컵을 사려고 하지?

나이가 드니 마음도 바뀌는 것일까?

다시 가서 주인에게 계좌로 부쳐준다고 사정을 해볼까?

아니면 누구에게 구걸하듯 빌려볼까?

별 생각을 다 해 보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컵 하나 사려고 그렇게 구차한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다음 기회에 와서 사지.



등산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하루가 지났다.

나는 어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날 분풀이를 하려고

롯데마트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저께 보았던 그런 컵이 있나 하고.

아무리 찾아도 똑같이 생긴 컵은 없었다.

멋없이 삐쭉 크기만 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내가 원하는 컵은 아니었다.


                                   미역취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든 이루고야 말겠다는 심리가 발동했다.


증산역에 내려서 농협마트도 둘러보고

부근에 있는 할인마트에도 들어가 보았다.

컵 하나를 사려고.

나 원참....

그러다가 100퍼센트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80퍼센트는 충족해줄 컵을 찾았다.

완전히 꿩 대신 닭이었다.



혹시 쓰다가 깨어질지 몰라서 모양이 다른 두 개를 샀다.

하나는 2천 원, 또 하나는 1500원.

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3500원이면 좋은 말을 하는데

왜 여태 고지식하게 사무실에 있는

늘 그렇고 그런 잔으로만 차를 마셨을까?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하여간 새 컵을 사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차를 마시기 위해서 컵을 산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차이브와 대파


                                                         적겨자



                                이게 밭이야, 뭐야? 냉이꽃이 지천인데... 도대체 누구 밭이야? 엉?





컵을 사고 나니 신이 났다.

집에 와서 깨끗이 씻은 다음에

커피도 마시고

약초차도 마셨다.

한결 맛이 좋고 마음이 맑아졌다.



나는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만 마시고

주로 약초차를 마신다.

내가 직접 만들어 놓은 약초차들이다.



당뇨에 좋은 명월차,

축농증, 비염, 코막힘에 좋은 목련꽃차,

항암, 지혈, 기관지염에 좋은 부처손차,

감기, 복통, 위궤양, 암에 좋은 비파차,

위염, 위궤양, 여러 염증에 좋은 느릅나무 뿌리차,

피로회복, 노화방지, 소화촉진에 도움이 되는 가막살나무잎차,

해독, 산후풍,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생강나무꽃차,

신장염, 신부전증,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는 싸리꽃차,

그외에도 사상자차, 뽕잎차 등....

아주 많은데

이런 차를 준비해두었다가 글나라 동화교실에 배우러 오는 회원들에게도 타 준다.

새로 산 컵 덕분에 차를 즐겁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차는 왜 마시는가?


첫째, 기분 전환이 된다.

둘째,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병이 생겼을 때는 치유가 된다.

셋째,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무거운 마음은 가볍게 해주고,

       가벼운 마음은 채워준다.

넷째, 맛이 있어서 입을 즐겁게 한다.

다섯째.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마시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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