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26회) 건강환 만들기

凡草 2016. 8. 26. 21:48





2016년, 8월 26일, 금요일, 흐림

 

(凡草산장 이야기 726회)  건강환 만들기   

 

범초산장에 가면 온갖 약초가 즐비하지만

대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이 없다.

부뚜막의 소금도 솥에 집어 넣어야 짜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많아도 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소처럼 심심할 때마다 약초를 질겅질겅 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밥에 계속 넣어 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쩌다 닭백숙에 넣을 뿐 평소에는 이용하기가 힘들다.

물을 끓여 먹는 것도 일정량이고...



그래서 궁리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건강환> 만들어 먹기다.

약초를 건강환으로 만들어 놓으면 식후에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편하다.

재료도 내가 원하는 대로 넣으면 되니 엿장수 마음대로다.

적은 양을 먹는 것이니 배합에는 그리 신경을 안 써도

특별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내가 벌써 몇 달째 만들어서 먹고 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


이 건강환은 누구나 만들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프고 난 뒤에 약초를 찾아봐야 이미 늦다.

쉬운 예를 들자면,

10만 원짜리 물건을 사서 한 번만 쓰고 버리면 10만 원을 다 지불한 셈이지만

두 번 쓰면 한 번에 5만 원이 든 것이고

5번을 쓰면 한 번에 2만 원,

100번을 쓰면 한 번에 천 원,

1000번을 쓰면 한 번에 100원밖에 안 든다.


같은 이치로 건강도 마찬가지다.

큰병이 한꺼번에 밀어 닥치면 치료가 힘들지만

매일 체조를 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한꺼번에 닥칠 병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갚는 것과 같다.


내가 아침 저녁으로 눈수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때는 까 먹고 하루에 한 번 밖에 못할 때도 있다.

이 눈수영을 매일 계속해 나가면

백내장이나 녹내장 걸릴 수 있는 눈이라도

그 나쁜 증상을 매일 조금씩 지워 나가기 때문에 발병하지 않지만

귀찮다고 안 하고 그냥 넘어 가면

눈속에 피로 물질이 게속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큰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아무리 귀찮더라도 병폭탄을 한꺼번에 맞지 말고

매일 조금씩 나누어 갚아야 한다.

할부 갚아 나가듯이.


내가 건강환을 만들어 먹는 이유도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에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인데

병폭탄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지워 나가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다.


건강환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필요한 약초를 뜯어다가 깨끗이 씻는다.

내가 이번에 사용한 약초는,

꾸지뽕, 뽕나무잎, 차조기, 들깨, 무궁화, 삼백초,

어성초, 비단풀, 쇠무릎, 달맞이꽃 등....

약 10가지다.



그 다음에는 신문지나 보자기를 펴놓고 말린다.

잘 말려야 분쇄가 되지 마르지 않으면 가루로 만들 수 없다.

축축하면 분쇄기에 끼어 돌아가지 않는다.

잘 마른 뒤에

분쇄기에 넣고 가루로 갈아낸다.

아파트에서 갈기 때문에 혹시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할까 봐

초저녁에 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이럴 때는 한번에 다 갈지 말고 조금씩 쉬어서 갈면 덜 소란스럽다.


약초 재료를 가루로 만들고 나면

꿀을 부어서 촉촉하게 적신 다음에

손으로 동글동글 하게 빚으면 끝이다.

손으로 수작업을 하다 보니

작게 만들기가 어렵다.

나는 대충 구슬만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도와주지 않아서

나 혼자 2-3시간 걸려서

한 통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식후에 세 알씩 먹는다.

꿀이 들어가서 먹을 만 하다.



만들기는 귀찮아도

건강을 위해

한 번만 수고해서 만들어 놓으면

한 달 이상 먹으니

꽤 괜찮은 투자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병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잘 챙겨 먹는데

아내는 생각나면 먹고

안 그러면 건너 뛴다.

나는 젊었을 때 폐결핵에 걸려 결핵약을 식후에 꼬박꼬박 먹어야만 했다.

그때 결핵약 챙겨 먹던 습관이 붙어서

지금도 비타민이나 건강환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그러고 보면

병을 앓은 것은 큰 손해였지만

그 병 때문에 얻은 것도 있으니

나쁜 일이 꼭 나쁜 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큰 병을 통해 좋은 습관을 선물로 얻었다.



가지를 썰어서 말렸더니

추상화 그림이 되었다.

자연은 위대한 화가다.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명월초가 많이 번식했다.

반그늘에서 물만 잘 주면 쑥쑥 자란다.

명을 이어준다고 명월초인데

화분이 모자라서 가까운 고물상에 가서

삼천 원 주고 큰 화분을 사왔다.

작은 화분이 없어서 저거라도 사왔는데

너무 크다.

작은 화분을 산장에서 가져올 때까지 임시로 심어 놓았다.



명월초가 잘 자라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도

병을 만 분의 일이라도 줄이는 것이리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삭막한 사무실보다 뭐라도 많이 자라는 것이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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