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33회)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2016년, 9월 27일, 화요일, 흐림
(凡草산장 이야기 733회)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부산 근교에 억새 명소가 몇 군데 있는데 9월 26일에는 사하구에 있는 승학산을 찾아갔다. 다음 주에는 천성산 화엄벌을 찾아갈 거고 그 다음에 시간이 나는대로 신불산 신불 평원을 찾아갈 생각이다. 가을에 억새가 피어 있는 산을 찾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리가 아프면 감히 엄두를 못낼 거고 바빠서 시간이 없으면 찾아가기 어렵다. 또한 지진이나 천재지변으로 갈 수 없다면 불행한 일이다. 다행히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하철 하단역에서 내려 동아대학교를 찾아간 다음에 교문 안으로 들어가 쭉 올라가면 등산로가 이어진다. 영등포에서 열렸던 계몽아동문학회 황금펜 시상식에 다녀오느라 등산화와 등산복을 못 입고 그냥 운동화에 평상복을 입었지만 범초산장에서 일요일 밤에 자고 바로 도시락을 싸서 승학산으로 갔다. 옷이 시원찮아서 그랬는지 다른 때보다는 약간 힘에 부쳤지만 잠시 잠시 쉬어가며 승학산을 올라갔다. 승학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긴 해도 바다가 시원스럽게 보이고 억새가 많아서 가을이면 꼭 찾아간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작년보다 억새가 영 못했다. 관리가 잘 안 된 탓인지, 아니면 나무들이 자라서 그런건지 하여간 기대보다는 못했다. 그래도 시약산까지 돌아서 네 시간을 즐겁게 걷고 꽃동네로 내려왔다. 승학산에서는 풍성한 억새 구경을 못했지만 다음에 갈 천성산과 신불산이 또 기대된다. 사람은 어떤 기대감을 갖고 살아야 인생살이가 즐겁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이유스호스텔에서 있었던 2016년 황금펜 시상식을 마치고 부산에 내려오자 바로 범초산장으로 직행했다. 정영혜씨 신랑이 차를 태워주고 저녁까지 사주어서 감사했다. 집이 아닌데도 언제든지 찾아갈 곳이 있어서 행복하다. 사람의 행복은 별게 아니다. 뭔가 기다리는 것이 있다는 것! 찾아갈 곳이 있다는 것!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행복의 조건이 아닐는지...... 내가 항상 가고 싶은 곳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凡草산장이다. 그래서 여행을 끝내자마자 범초산장으로 달려갔다. 저녁에는 피곤해서 일찍 자고 다음날 아침에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내가 심은 배추와 무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어서 흐뭇했다. 다만, 달팽이와 메뚜기, 배추벌레 등이 갉아 먹어서 구멍이 빠끔빠끔 나 있었다. 은행잎과 미국자리공을 끓여서 식힌 물에다 식초, 소주, 발효액, EM효소 등을 섞어서 농약 대신 뿌렸다. 목화가 익어가고 있고 부지깽이 나물도 하얀 꽃을 피웠다. 나물꽃도 여느 꽃 못지 않게 이쁘다. 초피나무는 빨간 열매를 많이 달고 있다. 맨드라미 꽃이 엄청 커졌는데 다 익으면 따서 꽃차로 만들어 마실 작정이다. 상추가 조금 더 자랐다. 나는 씨만 뿌렸을 뿐인데 나 대신 하늘과 바람과 비가 유모처럼 잘 키워 주어서 감사하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2016년 9월 24일 오후 4시에 계몽아동문학회 황금펜 시상식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김문홍, 김재원, 이자경, 한정기, 정영혜- 다섯 사람이 올라갔다. 우리는 가을 소풍을 가듯이 기차 안에서 맥주를 마셔가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김문홍씨가 제1회 계몽아동문학상인 장편동화 <머나먼 나라>를 쓸 때의 숨은 비화를 들려주어서 재미있게 들었고, 한창 글나라에 다니며 습작을 하고 있는 정영혜씨는 대선배들과 함께 가게 되어 계를 탄 기분 같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2016년 황금펜 동시 부문 수상자로 뽑힌 신난희씨는 동시와 동화를 많이 써온 실력파였고, 동화 부문 수상자인 김진희씨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한 젊은 작가였다. 김진희씨는 2012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는데 이번에 직접 만나서 그 작품을 쓴 에피소드를 듣고 뒤늦게 읽어보았더니 참 잘 쓴 작품이었다. 새로운 두 수상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시상식을 잘 마치고 저녁에는 회원들과 즐겁게 놀았다. 술과 음료수를 마시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에는 덕수궁 미술관에 가서 이중섭 탄생 백년 그림 전시회를 보았다. 임정진씨 안내로 석조 건물도 돌아보고 시립미술관에 가서 천경자 그림까지 둘러보았다. 여러 가지로 유익한 나들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