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49회) 많이 걸으면 건강해진다

凡草 2016. 12. 19. 21:11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흐리고 비

 

(凡草산장 이야기 749회) 많이 걸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산행을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해운대 장산으로 잡았다.

내가 해운대 신시가지에 14년을 살았기 때문에 참 많이 올라다녔다.

안 가본 길로 가본다고 이리로도 가고 저리로도 가고 숱하게 다녀봐서

장산의 등산로는 손바닥에 꿰고 있을 정도다.

신시가지쪽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너무 많이 가서 식상하기 때문에

4호선 고촌역에서부터 올라가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원오사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724차 산행은 고촌역에서 시작했다.

역을 나와 원오사를 금방 찾았다. 

원오사 뒤로 올라가니 바로 산길로 이어졌다.

부드러운 낙엽길을 걸으니 참 행복했다.

어디 가서 이만한 행복을 맛볼 것인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을 찾는다.

산에 가지 않으면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처럼 뭔가 찝찝하다.

산에 가서 몇 시간을 걷고 와야 몸이 개운하고 피로가 풀린다.



내가 등산을 시작한 계기는 어느 이름 모를 교수님 덕분이다.

20대 중반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링거를 지루하게 맞고 나서 바람을 쐴겸 원무과 앞에까지 갔다가

우연히 유한양행에서 펴낸 <건강의 벗>이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다.



그 잡지를 읽어나가다가 은퇴한 대학 교수가 쓴 글이 있었는데,

90살이 다 되도록 건강하게 산 비결이 주말 등산이라고 하면서

등산 예찬론을 두 페이지에 걸쳐 자세하게 써 놓았다.

다른 때 같으면 건성으로 읽고 넘겼을 텐데

수술을 받은 뒤라서 그런지 그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교수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산에 올랐단다.

‘나도 퇴원하면 주말마다 등산을 다녀야지.’
 그때 그런 결심을 했는데, 정말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이

퇴원한 뒤부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주 한 번은 꼭 등산을 다녔다.


건강이 안 좋아 고생한 경험이 있었기에

다시는 아프지 않기 위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산으로 갔다.

그 결과 지금은 젊을 때보다 더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름조차 모르는 그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누군든지 건강하기 위해서는 매주 한 번은 꼭 산으로 갈 것을 권한다.

큰 돈도 안 들고 어렵지도 않은 운동 방법이다.

처음에는 오래 안 걸어도 되니 한 두 시간부터 걷다가

차차 적응이 되면 더 오래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에게 맞게 실천하면 된다.



돌탑이 있는 오거리를 지나

장산으로 올라갔다.

해운대에 살 때는 장산에서 구곡산까지 자주 갔다.

바다가 보이는 코스라 기분이 상쾌했다.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니 엣생각이 되살아났다.

산을 타면서 라디오를 듣기 때문에 종종 좋은 음악을 듣는다.


언젠가 한 번은 기장 석은덤 부근을 지날 무렵이었다.

그때가 늦가을이었는데 라디오에서

존 덴버의 <Sunshine On My Shoulder>라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오후 해가 저무는 시점이었고,

억새가 눈부신 빛을 받아 은빛 물결로 출렁대고 있어서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그 순간 그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날만큼 황홀했다.


< 내 어깨위로 비추는 햇살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내 눈에 비추는 햇살은 나를 슬플게 만들 수 있어요

물에 반사되는 햇살은 너무 사랑스러워요

햇살은 항상 나를 기분좋게 하죠

만약 내가 또 하루를 가졌다면

난 그 하루를 당신에게 줄 수 있어요

 

오늘과 같은 하루를 당신에게 줄 수 있어요

내가 노래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을 위해 불러 줄 수 있지요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불러 드리겠어요

 

내 어깨위로 비추는 햇살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내 눈에 비추는 햇살은 나를 슬플게 만들수 있어요

물에 반사되는 햇살은 너무 사랑스러워요

 

햇살은 항상 나를 기분좋게 하죠

내가 말해줄 이야기가 있다면

그 이야기를 말하여 당신을 미소짓게 해줄 수 있을 텐데

내가 소망이 있다면

당신을 위해 빌어줄텐데

잠시나마 햇빛이 되어 달라고 소원을 빌텐데....>

 

그 뒤에 다시 한 번 더 그 코스를 찾아갔는데

시간도 다르고 그 음악도 나오지 않아서

그때의 그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장산 억새숲에서 내가 즐겨 다니던 숲속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오늘도 좋은 음악이 많이 나왔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 이문세의 옛사랑 등.....



옥녀봉을 지나고

간비오산도 지나갔다.

해운대 동백역 지하철까지 4시간 50분 정도 즐겁게 걸었다.

거의 하루를 다 썼지만 내 건강을 위해 투자한 만큼 아깝지는 않다.

걸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걷는 데는 큰 돈도 들지 않는다.

등산화를 신고 도시락만 준비하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입장료도 없고 드는 돈은 지하철 요금 정도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짜내어 많이 걸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이 안 좋으면 다 쓰지도 못하고 죽는다.

나도 한 때는 돈이 많았으면 하고

재물을 바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 많으면 그 돈을 관리하고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내 분수에 맞게 반찬 몇 가지와 잡곡밥으로

하루 세끼 배를 채울 수 있고

주말에는 산장에 가서 일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큰돈이 왜 필요하겠는가!

자신의 분수보다 넘치는 돈은 불안을 안겨준다.



김형석 교수의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정신보다 물질이 크면

분수에 넘치는 삶이다.

남보다 높은 곳에 오르고도

남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존경받지 못하고 불행하다.

 

인격보다 적은 물질은

반석 위에 지은 집과 같이

항상 든든한 삶을 살 수 있다.

 

정신보다 물질이 적으면

분수에 맞는 삶이다.

남보다 낮은 곳에 처해서도

남보다 많이 가지지 못해도

존경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범초산장에 간 날은 수사해당화를 잘 심었다.

 석창포도 새로 심고

 큰꽃으아리와 홍동자도 심었다.

 한 해만 반짝 살고 다시 심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여러 해를 사는 아이들이라서 두고 두고 볼 수 있다.

 산장에 가면 늘 기분이 좋고 웃음이 나오는 것은

 여러 나무와 꽃들 덕분이리라.

 내가 심어만 놓으면 그들은 변함없이 나를 기쁘게 해준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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