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54회) 겨울에 먹는 명아주 나물

凡草 2017. 1. 7. 10:39




  2017년, 1월 7일, 토요일, 맑음

 

(凡草산장 이야기 754회)  겨울에 먹는 명아주 나물



 돌나물이 겨울 서리에 바짝 얼어붙어 있다.

 저렇게 시들었던 돌나물이 추위가 풀려 봄이 되면

 파랗게 살아난다니 신기하다.

 자연은 신기한 것 투성이다.


 상추도 겨울 추위에 한껏 웅크리고 있지만 죽지는 않았다.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영영 죽은 것은 아니다.

 저것도 다 때가 되면 살아나리라.

 죽은 듯 살아있는 저들을 보면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마늘밭에는 큰개불알풀과 광대나물이 겨울에도 파랗게 살아있다.

도대체 추위를 모르는 놈들이다.

비록 잡초이긴 하지만 파란 잎은 반갑다.

먹지는 못해도 녹색을 띠고 있어서 눈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세상에는 하잘 것 없는 것이 없다.

자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겨울밭에 나가보라.

파란 잡초도 고마울 때가 있다.


 엉겅퀴가 말라 비틀어졌다.

 여름에는 고슴도치처럼 성성한 가시를 치켜들고 겁을 주더니

 추위 앞에는 당할 재간이 없는지 풀죽어 있다.

 그래도 지상부만 죽었지 땅밑에 있는 뿌리는 건재하다.

 흙이 얼어도 엉겅퀴 뿌리까지 얼지는 않는다.

 봄날이 되면 파란 잎을 깃발처럼 흔들며 나올 것이다.

 요즘 엉겅퀴꽃 술을 식사 때마다 한 잔씩 반주로 마시고 있는데 달달하다.

 내 밭에 엉겅퀴 뿌리가 잔뜩 숨어 있으니

 여름이 되면 또 다시 꽃을 한아름 딸 수 있을 것이다.


 글나라 초등학생 교실에 와석초등 2학년 종윤이가 다니고 있다.

 목요일 2시에는 종윤이 한 명만 와서 늘 하던 수업을 제쳐놓고

 장미 공원으로 데리고 나갔다.

 말하자면 현장 학습이다.

 겨울에도 장미꽃 봉오리가 맺혀 있는 것을 보여주고

 남천, 소리쟁이, 광나무, 목련, 수련, 산수유 등을 보여주었다.

 교실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보다 밖에서 듣는 공부가 더 좋은가 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었더니 재미있게 들었다.

 


엄마가 글씨를 날려쓰고 맞춤법도 틀리게 쓴다고 걱정하던 아이였는데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을 가끔 해주었더니

많이 좋아졌다.

엄마가 너무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아이들은 식물과 같다. 보살펴주는 만큼 성장한다.

종윤이와 운동기구도 함께 돌려보았다.

늘 점심 먹고 바람도 쐴겸 장미 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새해부터는 운동기구를 몇 번이라도 꼭 돌린다.

하나라도 더 실천해 나가기 위해서다.


겨울에는 나물이 귀하다.

날씨가 며칠 포근하니 갑자기 봄나물을 먹고 싶었다.

텃밭에 가서 냉이와 개망초, 달맞이꽃을 뜯어 와서 먹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창고를 뒤져보니 명아주 말려놓은 것이 나왔다.

가을에 말려놓고 여태 잊은 채로 내팽개쳐 놓았다.


제법 많은 양인데 여태 안 먹고 있었다니?

봄까지 두어봤자 먹지도 못할 텐데....

그전 같으면 아내를 졸라 나물 반찬 해달라고 졸랐겠지만

요리에 눈을 뜨기 시작한 뒤로는

실험 정신이 생겨서 무엇이든 내 손으로 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사무실에서 파김치도 담아보았고, 무채도 만들어보았다.

실패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성공해서 자신이 생겼다.


명아주는 내가 좋아하는 나물이다.

우선 말린 것을 물에 불려놓았다가

냄비에 물을 붓고 팔팔 끓여서

물에 불려 놓았던 명아주를 냄비에 넣었다.

10분 정도 두었다가

찬물에 헹궈서 내가 만든 효소를 조금 넣고

된장으로 무쳐 내었더니 아주 부드러웠다.

봄에 먹는 명아주 나물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야, 맛있다!

명아주 나물하고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이제 묵나물 무치는 법도 알았으니 자주 해먹어야겠다.



1월2일에는 윈드와 함께 가덕도 연대봉에 갔다.

대항고개에서 길사랑 어울마당 도보 클럽 회원들과 합류하여

체조를 하고 연대봉을 올랐다.

봄날처럼 따뜻한 날이었다.

바다 풍경이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정상에 올라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밥을 먹었다.

여러 사람이 도시락을 싸와서 뷔페처럼 반찬이 풍성했다.

윈드가 여러 가지 맛있는 반찬을 싸와서 즐겁게 먹었다.

산에서 미역과 마늘쫑, 김치, 달걀말이, 햄, 김, 시래기국 등을 먹으니

맛이 더 좋았다.

점심을 잘 먹고 와인도 얻어 마셨다.

도보클럽 회원들이 잘 대해주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바다가 보이는 길을 몇 시간이나 걸어서 행복했다.

바다와 가깝게 살고 있어도 평소에는 자주 못 보는 바다였다.

가슴 가득 바다 내음을 많이 담아왔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때는 조금씩 꺼내서 맡아야겠다.

하늘처럼 짙푸른 가덕도 바닷물!

그래도 바다가 그리워질 때는

또 찾아가야겠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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