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凡草산장 이야기 761회) 달님반 충무김밥 번개
2017년, 2월 11일, 토요일, 맑음
(凡草산장 이야기 761회) 달님반 충무김밥 번개 글나라 동화교실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있다. 개강 전에 서로 얼굴을 한 번 보려고 번개 행사를 하는데 지난 1월 21일에는 동화교실 해님반(화요일 오전반)이 모였고, 오늘은 달님반(목요일 저녁반)이 모였다. 다들 바쁜 일이 있어서 다 오지 못하고 소산 황미숙, 문진옥, 김수연, 유영주 네 사람만 왔다. 마침 전임 부산아동문학인협회 김영호 회장님과 김미숙 사무국장, 허명남 부회장, 정미혜 간사, 강기화 간사가 놀러와서 같이 어울렸다. 하필 오늘이 대보름날이라 귀밝이술도 한 잔 하고 부럼도 깼다. 모두들 얼굴이 대보름달처럼 환했다. 겨울이라 산장이 조금은 삭막했는데 많은 사람이 오니 밝고 따스해졌다. 꼭 난로를 피운 탓만은 아니리라. 소산이 준비해온 충무김밥은 원조를 뛰어넘는 명품 김밥이었다. 소산이 글나라를 오래 다녀서 소산 덕을 참 많이 본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덕분에 점심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내가 끓여 놓은 약초차와 함께 먹은 간식으로는 쥐포와 군고구마, 밤 등이었다. 군고구마에 쥐포를 얹어 놓은 모습을 처음 보았다. 쥐포 입은 군고구마다. 김영호 회장님이 새로 펴낸 동화책 <개를 찾아라>를 선물로 받았다. 대보름날을 빛내주는 선물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야겠다.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겸 범초산장 뒤에 있는 약수터를 찾아갔다. 약수터 옆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숨어 있는 곳이라 아주 호젓하다. 높은 곳이라 얼음이 얼어 있었는데 봄이 오기 전의 마지막 겨울 풍경이라 아름다웠다. 약수터에는 그동안 추워서 오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와서 마셔도 역시 이 물맛은 참 좋다. 장마 때나 가물 때나 물의 양이 일정한 것을 보면 좋은 약수다. 즐거운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맛있게 먹은 점심과 간식도 산에 한 번 올라갔다 오니 다 꺼졌다. 이제는 또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헤어져야 또 만날 것이다. 동시와 동화라는 끈이 있어서 자주 만날 수 있으니 참 좋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는 젊은 회원들이 가끔 들어와서 신구 조화가 잘 된다. 수필이나 시인들 모임보다 더 순수하고 정답다. 우리 모두 대보름달처럼 밝은 동화 씁시다! 건배! 개강하면 화명동 동화교실에서 즐거운 동화 공부해요. 정영혜씨가 서울에 가서 고관절 수술을 하고 오느라 해님반 번개 때 못 왔다. 오늘 달님반 번개라도 오라고 초대했다. 약속한 군고구마를 구워줘야지. 고구마를 많이 사가서 구웠다. 다리가 많이 좋아져서 반갑다. 겸손하고 밝은 성격이라 얼굴이 해맑다. 얼른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범초산장에서 내려오다가 찻집에 들렀다. 마음 맞는 제자들과 마시니 차맛도 좋았다. 잘 지내고 3월 첫주에 다시 만나요. ~~ 그때까지 몸 건강하길! 신세계 백화점 동화교실에 강의하러 갔다가 도자기를 보았다. 백자 항아리다. 보름날이라 문득 저 항아리가 생각났다. 항아리가 저토록 아름다운 것은 안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부지런히 살아가면 글도 둥글둥글 마음도 둥글둥글 잘 풀려 나갈 것이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아내와 영화를 보려고 영화 사이트에서 다운을 많이 받아놓았다. 그것도 아무 영화나 다운 받은 것이 아니라 평점이 좋은 것, 작품성이 있는 것, 시간 때우기용이 아닌 것, 칼로 찌르고 총 쏘고 잔인한 장면이 없는 영화 등, 나만의 몇 가지 고르는 조건이 있는데 막상 보려고 틀어보면 좋은 영화가 드물다. 아내는 영화 보는 눈이 높아서 어지간한 영화는 빨리 내리라고 엄명한다. 조금 보다가 지루하면 바로 다른 걸로 바꾸란다. 아내 마음에 들어야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5분이 잘 지나가도록 조바심하며 본다. 내가 사는 아파트 옆에 cgv영화관이 생겼다.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으니 참 좋다. 나는 이 영화관이 개관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영화관이 문을 열자 아내와 영화를 보러 갔다. 제목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를 지은 감독인데 그 두 편의 영화가 좋아서 이번 영화도 기대를 하고 갔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5분도 안 되어 옆을 보니 아내가 졸고 있었다. "눈 떠. 영화 안 봐?" 아내는 잠시 눈을 떠서 보는가 싶더니 조금 뒤에 보니 아예 눈을 감고 한밤중이었다. 새 영화관 시설이 너무 좋아서 의자가 거의 침대 수준이긴 했지만 영화는 내가 봐도 좀 난해한 영화였다. 두 사람의 영혼이 왜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두 눈 뜨고 보았는데 아내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눈을 떴다. 아이고 한 사람 값은 저리 날아갔구나! 다운 받은 영화를 보려고 텔레비전에 유에스비를 연결하여 틀었을 때 초반부터 뭔가 긴장감이 들고 사건이 터져야 하는데 잔잔하고 밋밋하게 이어지면 내가 봐도 지루하다. 글도 이렇게 쓰면 독자들이 외면할 것이다. 이번에는 몇 편을 틀어도 볼만한 게 없었다. 아니 왜 이렇지? 도대체 감독들이 이런 영화를 왜 찍었을까? 혼자 중얼거리며 다음 영화를 틀었는데 <키세스>였다. 초반부터 아이가 아빠에게 얻어맞고 집을 나가는데 옆집 여자애가 함께 따라갔다. 그 뒤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니까 아내도 괜찮다고 했다. 어휴~~ 다행이다! 영화 한 편 보기 진짜 어렵네! 이 영화는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나는 아이를 이런 식으로 키우지 않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나쁜 부모도 적지 않다. 이 영화도 괜찮았다. 처음에는 조금 잔잔하게 흘러서 아내가 바로 내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역 배우들이 청승맞도록 연기를 잘 해서 아내의 눈길을 끌었다. "그만 돌릴까?" "아니 괜찮은데...." 아내 마음에 들었다면 일단 합격이다. 계속 보았더니 잔잔하던 영화가 점점 사건이 벌어지면서 흥미진진해졌다. 아이가 낳아준 아빠를 찾아가는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에는 복선도 있고 눈물을 빼게 하는 영화라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 만들기도 쉽지 않고 동화 쓰기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제대로 썼을 때 엄청나게 기쁘고 독자들의 폭풍 같은 반응을 받게 되면 온 세상이 내 것이 된다. 그런 순간이 오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찍고 글을 쓴다. 이런 창조적인 작업만큼 가치있는 일이 있을까? 돈 주고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산 뒤에 만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번 글의 마법에 빠지게 되면 평생 즐거운 마음으로 쓴다. 나쁜 중독이 많지만 글쓰기는 아무리 빠져도 해롭지 않은 중독이다. 봄에는 글쓰기의 마법에 더 많은 사람들이 빠지길 바란다. (*) |